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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위성 발사' 규탄 미국 비난...한국, 2단 로켓 추정 발사체 잔해 인양 작업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평양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평양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자신들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규탄한 미국을 비난하며 위성 발사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31일 서해로 떨어진, 위성발사체의 2단체로 추정되는 잔해물 인양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일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그 누구도 위성 발사에 대한 우리의 주권적 권리를 부정할 수 없다’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전날 진행된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자위권에 속한다며 이를 규탄한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우리의 위성 발사가 규탄을 받아야 한다면 미국부터 시작해 이미 수천 개의 위성을 쏘아올린 나라들이 모두 규탄을 받아야 한다”며 “자가당착의 궤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또 미국에 대해 한반도 상공에 숱한 정찰위성들과 고고도 무인정찰기 등 정찰자산들을 채워놓고 북한의 일거일동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며, “미국이 우리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걸고드는 것이야말로 적반하장격이며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북한의 모든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해서도 북한의 우주 이용권리를 침해하고 억압하는 억지 논리라고 강변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미한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맞서 더 공세적 대응을 계속하겠다며 “확언하건데 군사정찰위성은 머지않아 우주궤도에 정확히 진입해 임무 수행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추가 발사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시일 내 정찰위성 2차 발사’ 등 도발을 위협하고 있는 걸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발사 계획 철회 등 국제적 의무를 다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부부장이 또 다시 이중기준 논리를 내세워 위성 발사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실패와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자신들의 행동 자체가 정당하다는 주장을 펼쳤다는 것이죠. 이것은 김여정이 전담해서 3년 전부터 한 이른바 이중기준 이중잣대의 논리를 다시 한 번 얘기한 것이고 이를 통해서 향후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대북 규탄이나 제재에 대한 논의를 사전에 막겠다는 것이고 더불어서 중국과 러시아에 (제재 반대의) 명분을 주겠다는 그런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전날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에 실어 발사했으나 이 발사체는 엔진 고장으로 한국 서해상인 전라북도 어청도 서방 200여km 지점에 추락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는 가운데 강행한 우주발사체 발사 행위에 대해 규탄 메시지를 쏟아냈습니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발사 실패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대내 매체들은 위성 발사 실패 소식을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나 전날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이 발사 후 2시간 30여분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한 내용들은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만 보도됐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입니다.

[녹취: 홍민 실장] “제8차 당 대회에서 제기한 전략무기 개발 계획의 하나의 중요한 축이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이것을 원만하게 진행해서 큰 성과를 거두는 스토리로 만들고 싶은데 중간에 실패한 과정들을 하나하나 공개하는 것이 주민들에게 성과 자체를 훼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어떻든 선전 프레임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굳이 이것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성공한 케이스에 대해서만 적극적으로 선전하기 위한 의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이번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도 공개했습니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천리마 1형이 화염을 일으키며 날아오르는 사진을 실은 겁니다.

지난달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천리마 1형을 발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1일) 공개한 사진.
지난달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천리마 1형을 발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1일) 공개한 사진.

북한이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위성발사체 발사 장면을 대외 매체를 통해 보여준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발사체 상단부가 몸체보다 직경이 두꺼운 뭉툭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관계자는 “공개된 사진을 보면 발사체가 정상적인 위성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발사가 위성 발사였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천리마 1형이 위성탑재부가 강조된 형태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300kg짜리 위성을 쏘기 위해선 위성탑재부가 너무 크죠. 그것을 봐선 북한이 지금 만리경 1호만을 위해서만 개발한 게 아니고 만리경 2호의 경우 1호보다 더 클 수 있어요. 그러니까 앞으론 초소형 위성이 아니라 좀 더 큰 위성 발사를 염두에 두고 천리마 우주발사체를 개발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전날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이번에 발사된 북한의 발사체에 탑재된 만리경 1호에 대해 길이 1.3m, 무게 300kg급으로 해상도가 최대 1m 내외인 초보적 정찰 임무 정도만 가능한 소형 저궤도 지구 관측 위성으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화염의 형태와 색깔 등을 근거로 천리마 1형이 액체 연료 기반의 백두산 엔진 2개 또는 4개를 결합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1단 추진체의 길이가 짧고 2단과 3단 추진체 길이를 키운 게 특이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장영근 미사일센터장은 “2단 추진체의 길이가 1단에 비해 상당히 짧은 게 통례지만, 북한 신형 발사체의 2단 추진체 길이는 상대적으로 길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발사체는 1단 비행 방향을 중국 쪽으로 최대한 향하도록 했고, 1단 분리 후 2단 점화 때 발사방위각 변경(kick turn)을 시도하려 했다는 관측입니다.

이 과정에서 엔진 점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추력 상실로 추락했다는 추정이 나옵니다.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은 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1단체가 연소하면서 비행한 궤적은 정상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2단체부터 정상적으로 비행하지 못했다고 본다면, 결국 2단 엔진이 정상적으로 점화하지 못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한국 군 당국은 서해로 떨어진, 2단체로 추정되는 북한 발사체 잔해물 인양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장관은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군이 전날 서해상에서 확인한 북한 발사체 잔해에 대해 “로켓의 2단체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지난달 31일 오전 8시 5분쯤 어청도 서방 200여km 해상에서 북한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해 인양했다며 당일 공개한 사진. 물체 상단에 붉은 색으로 '점검문-13(기구조립)'이라고 써 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지난달 31일 오전 8시 5분쯤 어청도 서방 200여km 해상에서 북한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해 인양했다며 당일 공개한 사진. 물체 상단에 붉은 색으로 '점검문-13(기구조립)'이라고 써 있다.

발견 당시 부유물은 수면 위로 일부만 노출돼 1단 로켓과 2단 로켓의 연결부위에 해당한다는 추정이 나왔었습니다.

그러나 군 당국 확인 결과 이 부유물의 길이가 천리마1형 전체 길이의 절반인 15m에 달하고 현재는 수심 75m 해저에 가라앉아 있어 인양 작업 중입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입니다.

[녹취: 이종섭 장관] “생각보다 이게 무게가 무겁다 보니까 시간이 좀 소요될 것으로 보는데 아마 내일 모레까지 가야되지 않을까, 이틀 정도 더 걸릴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 장관은 이와 함께 북한의 이번 발사가 동창리 기존 서해위성발사장 인근 해안에 새로 지은 신규 발사장에서 이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장관은 “기존 발사대는 발사체를 발사대에다 두고 조립해 1단, 2단, 3단 올리는 형태이지만 신규 시설은 바로 직립해서 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두 개의 발사대가 발사하는 형식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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