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도 중국과 러시아 반대로 유엔 차원의 대응이 거듭 무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동맹, 파트너들과 협력해 양자 및 다자 간 대북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는 중국 주요 은행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를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이조은 기자입니다.
닐 와츠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은 4일 VOA에 북한의 도발과 유엔 제재 위반에는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중국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은 “역내 최대 경제 대국인 중국은 관할권 내에서 발생하는 노골적인 제재 위반을 외면하면서 유엔 제재 체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 “The largest economy in the region, China, turning a blind eye to blatant sanctions violations within its jurisdiction, seriously undermines the UN sanctions regime… China has subsequently demonstrated that it is prepared to undermine UN sanctions, not only with its veto power, but also by paying scant regard to all the UN and North Korean watchers' reports on blatant sanctions violations as captured by satellite imagery, vessel tracking data, and reports from investigations by the UN Panel of experts identifying bad actors profiting from sanctions violations."
2018년 유엔 대북 제재 결의 통과 이후 “중국은 안보리의 추가 제재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할 뿐만 아니라 위성 사진과 선박 추적 데이터를 통해 포착된 노골적인 제재 위반에 대한 유엔과 북한 전문가들의 보고서는 물론 제재 위반으로 이익을 얻는 나쁜 행위자들을 식별한 유엔 전문가패널의 조사 보고서에도 거의 관심을 두지 않음으로써 유엔 대북 제재를 약화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부터 전례 없는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 등 각종 무기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안보리 추가 제재 결의 등을 추진했지만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거듭 무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2일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도 북한의 최근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구체적인 대응 조치에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을 계속 비호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판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역내 군사 활동 등을 거론하며 책임을 미국에 돌렸습니다.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조정관을 지낸 앨러스테어 모건 전 북한주재 영국 대사는 “2018년 이후 유엔 안보리와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가 제재 불이행 사례와 관련해 추가 제재 대상을 지정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심지어 제재 지정을 권고한 전문가패널이 평가하고 보고한 명백한 위반 사항임에도 그랬다”고 지적했습니다.
[모건 전 대사] "I think that it is regrettable that the UN Security Council and the 1718 Committee have made no designations since 2018 concerning incidents of non-compliance with the sanctions resolutions, even in the case of well-evidenced violations assessed and reported by the Panel of Experts who have recommended designations. In these circumstances, it would not be surprising if the US and others including the EU took steps autonomously, for example to designate vessels and entities involved in illicit shipments. The most recent Panel of Experts report contains evidence of continuing egregious violations, including the illicit transfer to the DPRK of maritime vessels."
이어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불법 선적에 연루된 선박과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독자적인 조치를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가장 최근의 전문가패널 보고서에는 선박의 불법적인 북한 이전 등 계속 심각한 위반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가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와 함께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다자 제재를 적극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합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특히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는 북한의 계속되는 제재 결의 위반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처벌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Chinese and Russian support for North Korea, especially in the UN Security Council, has made it virtually impossible for the UNSC to impose punishment on Pyongyang for its ongoing violation of UNSC resolutions… The United States and its partners should shut down North Korean commercial enterprises and embassies suspected of engaging in illicit activities and sanctions violations.”
그러면서 “미국과 파트너들은 불법 활동과 제재 위반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의 상업 기업과 대사관들을 폐쇄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제재를 회피하거나 이를 통해 북한을 지원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과 같은 생각을 가진 나라들은 러시아와 중국이 안보리에서의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사례에 대한 증거를 국제사회에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n light of China's and Russia's ongoing attempts to evade UNSC sanctions or assist North Korea in doing so the United States and like-minded countries should provide evidence to the international community of instances where Russia and China are not fulfilling their UNSC responsibilities. They should also be prepared to impose unilateral or multilateral sanctions on Chinese and Russian entities that are helping Pyongyang evade UN sanctions.”
아울러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는 중국과 러시아 회사들에 대해 독자 혹은 다자 제재를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비록 양자 제재일지라도 불법 상품 및 물자의 불법적인 운송에 연루된 선박과 회사, 그리고 해당 선박의 불법 취득에 관여한 회사를 제재하는 것”이라며 “이런 선박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최소 입항 금지 조치를 하거나 더 강력한 조치를 할 수 있다면 추가 위반 행위를 막기 위해 억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와츠 전 위원] "Without a doubt, sanctioning of vessels and their companies involved in the illegal transportation of illicit goods and commodities - and the illegal acquisition of vessels do so are needed - even if it is only bilateral. Such vessels should be blacklisted and subject to port entry bans at the very least or detained to prevent further transgressions if there is an appetite for stronger action.
미국 정부가 다른 나라들과의 양자 제재는 물론 더 나아가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는 중국 회사 등 해외 기업들에 세컨더리 제재, 즉 3자 제재 부과를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의회에서 대북 제재 관련 입법을 자문했던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의회가 2019년 제정한 이른바 ‘웜비어법’을 통해 북한과 불법 거래하는 해외 개인이나 기업에 의무적으로 3자 제재를 부과하도록 한 점을 상기하며 특히 중국 주요 은행에 이런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스탠튼 변호사] “The U.S. and its main allies, the same allies that are already patrolling the waters near North Korea for smuggling with their ships and their aircraft, those very same countries could agree to form a coalition to independently enforce the UN sanctions and thereby completely bypass a Russian or Chinese veto. And then what they could do is they could also enforce the sanctions against Russian and Chinese entities that are breaking the law. European central banks have actually often been more aggressive about enforcing sanctions against Chinese money laundering than ours. So there are ways that we could bypass the UN if China, Russia prevent the UN from working.”
스탠튼 변호사는 “미국, 그리고 이미 북한 인근 해역에서 선박과 항공기로 밀수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순찰하고 있는 동맹국들이 유엔 제재를 독자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일종의 연합을 구성함으로써 러시아나 중국의 안보리 거부권을 완전히 우회할 수 있다”며 이런 연합을 통해 “법을 어기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 기업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럽 중앙은행들은 실제로 미국보다 중국의 돈세탁에 대한 제재를 집행하는 데 종종 더 적극적이었다”며 “중국, 러시아가 유엔의 활동을 막는다면 유엔을 우회할 방법은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은 특히 “(안보리 추가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의지를 고려할 때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이 조율된 방식으로 협력해 제재 회피에 연루된 회사와 직원들에게 양자 제재를 가하고 여행 및 무역 금지 조치를 부과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재 회피를 용이하게 하는 나쁜 행위자들을 막아 이런 네트워크를 차단하기 위해 제재 대상에 물자를 공급하거나 그들과 거래하는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3자) 제재도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 “Given China and Russia's willingness to use their veto, it will be necessary for like-minded countries to work together in a coordinated manner and impose bilateral sanctions on the companies and their personnel involved in circumventing sanctions and impose travel and trade bans on these entities and their personnel. Secondary sanctions on those entities that supply or trade with them should also be considered to discourage those bad actors that also facilitate evasion to close the net."
미국이 북한의 불법 사이버 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미국과 한국은 특히 북한의 해킹 네트워크와 암호화폐를 탈취하고 취약한 은행을 악용하려는 시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WMD 프로그램에 자금을 대기 위해 계속 사이버 범죄와 암호화폐 탈취에 의존한다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공격적인 사이버 조치나 북한이 불법 행위에 대해 높은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고안된 다른 비밀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United States and the ROK should focus in particular on North Korea's hacking networks and its attempts to steal cryptocurrency and exploit vulnerable banks…Also, if North Korea continues to rely on cybercrime and cryptocurrency theft to fund its WMD programs, the United States and its allies should consider the use of offensive cyber measures or other covert steps designed to make North Korea pay a high price for its illegal activities.”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안타깝게도 미국이 제재와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여 석좌] "Unfortunately, what the U.S can do on the sanctions front is fairly limited in my opinion. One of the problems is enforcement of existing sanctions b/c of the lack of cooperation from China and Russia, so adding additional unilateral sanctions might also result in the same problems. Secondary sanctions on Chinese firms may help deter companies from doing business with China and staunching the flow of funds. Rather than add new sanctions, however, the U.S. might enhance its cyber efforts to counter North Korea’s theft of international banks and cryptocurrency which is reportedly a major source of revenue for the regime’s military program."
여 석좌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 부족으로 인한 기존 제재 시행이 문제 중 하나”라며 “따라서 추가적인 독자 제재 부과도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중국 회사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는 기업들이 중국과 거래하고 자금 유입을 강화하는 것을 억지할 수도 있지만, 미국은 새로운 제재를 추가하기보다는 북한 군사 프로그램의 주요 수입원으로 알려진 국제 은행과 암호화폐 탈취에 대응하기 위한 사이버 노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