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박영서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남부 헤르손 수해 지역을 전격 방문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앞으로 몇 주 안에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미국 관리들이 말했습니다. 중국이 쿠바에 미국을 대상으로 한 도청시설을 세운다는 보도가 나왔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우크라이나 소식부터 보겠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해 지역을 방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8일 카호우카 댐이 파괴되면서 수해를 당한 남부 헤르손주를 방문했습니다. 드니프로강 하류에 있는 카호우카 댐은 지난 6일 일부가 파괴되면서 일대가 물에 잠겼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현지를 방문해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재난 지역 상황, 수해 주민들에 대한 식수 등 생필품 제공 방안, 잠재적인 홍수 지역으로부터의 주민 대피, 생태계 복원 노력 등 많은 중요한 문제가 논의됐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홍수로 집과 사업체를 잃은 주민들을 보상하기 위한 자금 마련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드러난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사고 전 이 일대에는 6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우크라이나 관할 지역에서는 약 40개 마을이 침수됐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습니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다만 러시아 쪽의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진행자) 왜 그런 거죠?
기자) 현재 드니프로강을 사이에 두고 우크라이나는 서쪽, 러시아는 동쪽을 점령하고 있는데요.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동편은 지대가 더 낮고 홍수에 훨씬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점령지 쪽 일부 주민은 홍수로 물이 계속 불어나자, 지붕 위로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합쳐 지금까지 대피한 주민은 4천여 명이라고 ‘AP’는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인명 피해 소식도 들리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점령지 쪽에서 5명이 사망했다고 러시아 정부가 임명한 현지 행정 당국자가 8일 밝혔습니다. 친러 현지 정부는 지난 6일 댐이 파괴돼 7명이 실종됐으며 이 가운데 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2명도 발견됐으며 구조 작업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댐의 파손 부분을 복구하는 방법은 없습니까?
기자) 우크라이나 당국은 복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우크라이나 국영 수력발전 기업인 ‘우크르이드로에네르고’는 지난 6일, 20여 개 수문 가운데 16개 수문과 건물, 제방 일부가 파괴됐다면서 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영국 국방부는 7일 일일 상황 평가에서, 앞으로 며칠 안에 댐 구조가 더 악화해 추가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자칫 더 큰 피해가 우려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또한 댐이 파괴되면서 지금 심각한 환경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발전용 터빈과 변압기에 들어있던 450t 이상의 윤활유가 물에 휩쓸려 가면서 환경 오염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이미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댐 파괴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겁니까?
기자) 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상대방의 소행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댐을 파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이른바 ‘대반격’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사보타주(비밀파괴공작)를 벌인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일단 유보적인 입장입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는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고요?
기자) 네. 우크라이나 검찰 당국이 7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쟁 범죄와 환경 학살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안드리 코스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보안국과 경찰 수사관으로 꾸려진 특별 합동 조사단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카호우카 댐 파괴는 ‘러시아의 대량 환경 파괴 폭탄’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국제 사회의 움직임도 전해 주시죠.
기자) 네. 세계은행은 카호우카 댐 파괴의 피해와 필요 사항에 대해 긴급 평가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피해 지역에 식수와 정수약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다음 주 자포리자 원전을 방문해 댐 파괴에 따른 영향과 안전 상황을 직접 확인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영국 총리가 워싱턴을 찾았다고요?
기자)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7일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수낙 총리는 방문 첫날인 7일, 의회를 방문해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을 만났고요. 8일에는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납니다. 두 정상 간 회담의 주요 의제는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과 양국 교역 확대가 될 전망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조만간 중국을 방문할 거라는 소식이 있네요?
기자) 네. 토니 블링컨 장관이 앞으로 몇 주 안에 중국을 방문할 거라고 여러 주요 매체들이 익명의 미국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관리들은 정확한 시기 등 구체적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는데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이 이번 달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의 공식 확인은 아직 나오지 않은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지난 5일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왔는데요.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에 대한 최신 공개 정보는 없지만, 미국 정부는 여건이 허락할 때 방문 일정을 재조정하길 원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블링컨 장관이 전에 중국을 방문하려다 취소한 걸 말하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월 초, 중국을 방문해 양국의 관계 확대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이른바 ‘정찰 풍선’이 미국 본토를 침범하는 사건이 불거지면서 바로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진행자) 그 사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다시 악화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 중국 관계는 지난 몇 년간 계속 경색돼 있었는데요. 특히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이 타이완을 전격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별도의 정상회담을 갖고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이 강조한 양국 간 소통의 첫 가시적 성과로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이 추진됐는데요. 하지만 정찰 풍선 사건으로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최근 다시 미국과 중국 간 접촉이 활발해지는 것 같군요?
기자) 이번 주에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새라 베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담당 선임 국장이 중국을 방문했는데요. 파텔 부대변인은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와 베란 국장이 중국 관리들과 ‘솔직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파텔 부대변인은 또, 베이징이든 워싱턴이든 회담 장소에 상관 없이 양국 관리들이 직접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쪽에서는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네. 중국 외교부도 양국 관리들의 회담에 대해 “중국과 미국 관계 개선을 촉진하고 이견을 적절히 관리하기 위한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유익한 소통”이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진행자) 지난달에도 양국 간 고위급 접촉이 있었죠?
기자) 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지난달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했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정찰 풍선 사건 이래 첫 고위급 공개 접촉이었습니다. 또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게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도 지난달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진행자) 국방 분야 쪽은 어떻습니까?
기자) 국방 분야는 여전히 소통이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일명 ‘샹그릴라 대화’로 불리는 아시아안보회의(ASC)가 열렸는데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를 계기로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과 직접 별도의 회담을 갖길 희망했지만 중국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과 중국 같은 군사 강국들은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해 개방적인 소통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방금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찾을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해 드렸는데, 중국 관련 소식 한 가지 더 보겠습니다. 중국이 쿠바에 도청시설을 세운다는 보도가 나왔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쿠바가 중국이 자국 안에 도청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비밀리에 허용했다는 내용입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이 비밀 정보를 알고 있는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서 8일 가장 먼저 보도했는데요. 미국 ‘CNN’ 방송도 이날(8일) 비슷한 소식통을 인용해 같은 내용을 전했습니다.
진행자) 도청시설이라면 정확하게 뭘 하는 겁니까?
기자) 네. 각종 신호정보, 예를 들면 군사 교신이나 이메일, 전화 통화, 위성 신호, 그리고 민감한 군사, 민간 장비에서 나오는 전자 신호 등을 수집하는 일을 주로 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시설인데, 바로 미국 코 앞에 중국이 도청시설을 세운다는 거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쿠바는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 남쪽 해안에서 불과 150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쿠바에 도청시설이 있으면 미국 본토, 특히 미국 남동부 쪽 신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쿠바와 가까운 미국 본토에 국가안보에 민감한 시설들이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플로리다주에 남부군과 중부군 사령부, 그리고 노스캐롤라이나주에는 미국에서 가장 큰 포트리버티 등 많은 군 기지가 있습니다. 또 선박 추적 시설 등 중요한 민간 시설들도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한 전직 정보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쿠바 내 중국 감청 시설이 앞으로 큰일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쿠바가 지난 몇 년 동안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했었는데요. 중국이 미국 국가안보에 민감한 도청시설을 자기 나라 안에 세우는 것을 왜 허용했을까요?
기자) 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중국이 도청시설 설치 대가로 쿠바에 수십억 달러를 지불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니까 경제가 어려운 쿠바가 돈 때문에 이걸 허용한 걸로 보입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이 보도에 어떤 반응을 내놓았습니까?
기자) 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8일 보도 내용이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어느 부분이 정확하지 않은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과 쿠바 관계를 우려하고 있으며,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당국이 이 사실을 몇 주 전에 알았는데, 도청시설 공사가 시작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쪽에서는 이 보도와 관련해서 어떤 반응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 측은 “이 건을 모르기 때문에 지금 논평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몇몇 언론이 쿠바 대사관에 문의하기도 했는데요. 아직 반응이 없다고 합니다.
진행자) 얼마 전에 미국 상공에 나타난 중국 ‘정찰 풍선’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공방을 벌였는데요. 이 정찰 풍선도 신호정보 수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미국 내 신호정보를 수집하려고 풍선을 보낸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당시 이 풍선이 문제가 됐을 때 CNN 방송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정찰 풍선이 수집한 신호정보를 실시간으로 중국 쪽에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도 중국 쪽 신호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오랫동안 신호정보 수집용 정찰기나 스파이 비행기 등 다양한 수단으로 중국 신호정보를 수집했다는데요. 특히 타이완에 중국 본토 신호정보를 감청하는 시설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