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외 무역 웹사이트에 올라온 북한 상품의 수가 지난 3년 간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사회 대북 제재에 저촉되는 상품도 수십 개에 이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물품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웹사이트 ‘조선의 무역’의 수출 상품 코너에는 의류와 식품, 건강보조제품,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이 소개돼 있습니다.
각 제품마다 사진과 생산 회사, 연락처 등 기본 정보와 함께 해당 제품에 대한 홍보성 문구가 달려 있습니다.
이를 테면 현재 가장 첫 번째 페이지에 올라 있는 ‘개성고려인삼물크림’의 경우 평양 소재 조선금강산합작회사가 만들었는데, 제품 정보란에선 “피부기저층까지 신속히 침투돼 파괴된 수분과 유지의 균형을 건강하게 조절하고, 거친 피부를 개선시켜 부드럽게 하는 보습유액”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조선의 무역’은 이 같은 내용을 영어와 중국어, 러시아어로도 번역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13일 현재 수출 상품 코너에 게시된 제품의 수는 약 1천558개로 약 3년 전 VOA가 집계한 720개보다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상품 목록에는 국제사회 대북제재에 저촉되는 상품도 포함돼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실험 등에 대응해 채택한 대북 결의를 통해 북한이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 즉 HS코드가 84 로 시작하는 기계류 제품이나 85인 전자제품을 해외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 밖에 석탄 등 광물을 비롯해 의류 등 섬유제품 그리고 해산물과 곡물, 가공식품 등 먹거리도 다른 나라에 공급하거나 판매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의 무역’에선 이들 제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기계류 제품의 경우 모두 26개가 수출 가능 상품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위폐를 감식하는 화폐검사기와 같은 작은 기계부터 중량만 1천570kg에 이르는 식품 가공 기계까지 종류가 다양합니다.
또 전자제품을 소개한 페이지에는 ‘다통로온도변송기’로 불리는 전압 관리 장치를 비롯해 적재용 로보트, 탁상 마이크 등 모두 46개 제품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일반 의류와 내의, 양말 등 다양한 제재 품목 약 50개가 게시됐습니다.
모두 대북제재로 사실상 수출이 금지돼 있지만 버젓이 ‘수출품 소개’란에 올라 있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 이들 제품이 해외로 수출되는지, 또 다른 나라 무역회사 등이 얼마나 관심을 갖는지 등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해외 수출이 애초에 불가능한 상품을 내부가 아닌 외부인의 접근만이 가능한 웹사이트에 올리고, 그 수를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실제 해외 판매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습니다.
북한이 대북제재 대상 품목의 해외 수출 활동에 나선 흔적은 다른 나라의 무역 관련 웹사이트에서도 발견됩니다.
전 세계 기업 정보 웹사이트인 ‘글로벌 매뉴팩쳐러스(gmdu.net)’에는 파스타 면을 만드는 기계 제조 회사 ‘평양 기계 기업’이 등재돼 있습니다.
이 기업은 평양 모란봉 구역에 위치했다는 내용과 함께 북한의 국가번호인 ‘850’으로 시작되는 전화번호와 팩스번호로 안내했습니다. 또 중국식 이름을 사용하는 ‘칭 쒀’라는 인물이 연락을 받을 수 있는 담당자로 기재돼 있습니다.
또한 이 기업이 물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지역은 북미와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로 안내됐습니다.
하지만 기계류 제품의 대북 수출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을 제외한 어떤 나라라도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없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