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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올드 보이' 김영철 복귀...남북·미북 관계 변화 여부 관심


북한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 고문에 임명된 것으로 보도된 김영철 전 통전부장 (자료사진)
북한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 고문에 임명된 것으로 보도된 김영철 전 통전부장 (자료사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과거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주도했던 북한의 김영철 전 노동당 대남 비서가 복귀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왜 김영철을 불러들인 것인지, 배경과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올해 77살인 김영철 전 북한 노동당 대남 비서가 복귀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 19일 노동당 제8기 제8차 전원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김영철이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TV’입니다.

[녹취: 중방] ”김영철 동지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 위원으로 보선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영철의 사진과 함께 그의 직함을 '통일전선부 고문'으로 명시했습니다.

김영철은 지난 2016년부터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으로 있으면서 비핵화 협상과 대미, 대남 관계를 주도해 온 인물입니다.

특히 2018년과 2019년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악관을 방문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두 번이나 만났습니다.

그 후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면서 통전부장직에서 해임됐습니다. 그런데 4년만에 다시 복귀한 것입니다.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영철(맨 오른쪽) 당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자료사진)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영철(맨 오른쪽) 당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자료사진)

한국 정부 산하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뭔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영철이 돌와왔다는 얘기는 남북관계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일 수 있어요. 남북관계에서 대화든 강경이든 모종의 변화를 모색하려는 의도로 읽혀진다고 할 수 있어요.”

북한 문제 전문가인 한국 고려대학교 통일외교학부 남성욱 교수는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난관에 처했기 때문에 노회한 김영철을 내세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남성욱 교수] ”젊은 친구들을 내놔서 일을 해보니 잘 안되는 거죠. 이럴 때는 주니어보다 시니어가 낫다, 김영철은 최선희와 함께 경험을 축적한 인물이기 때문에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노회한 인물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발을 포함해 총 65발이 넘는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한국을 겨냥해 핵 선제공격 등 11개 항목에 걸친 핵무기 사용 원칙과 조건을 법령으로 만들어 공표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같은 도발과 강경책으로 인해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월27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워싱턴 선언’에 합의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녹취: 윤석열 한국 대통령]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하여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워싱턴 선언은 미국의 핵우산인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한편 이를 위해 미한 핵협의그룹(NCG) 출범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북한의 상황은 더 악화됐습니다.

북한은 지난 5월31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한 우주발사체를 발사했지만 엔진 고장으로 한반도 서해에 추락했습니다.

게다가 식량난으로 인해 양강도와 함경남북도에서는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경제난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경제난 상황에서 발생한 북한의 위성 발사 실패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적잖은 정치적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김영철을 ‘대남 강경파’로 보고 있습니다.

김영철이 정찰총국장으로 있던 2010년 3월 한국 해군의 초계함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하자 한국 정부는 정찰총국을 배후로 지목했고, 미국은 김영철을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김영철은 지난 2018년 4월 평양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자신을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고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해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조한범 박사는 김영철이 등장했다고 해서 북한이 반드시 강경책으로 간다는 신호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앞으로의 상황에 대비해 그를 복귀시킨만큼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영철이 강경파니까 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블링컨 방중, 북한 문제 관리에 대한 미중 간 공감대 등이 있으니 김영철의 등장이 모종의 국면 타개를 위한 역할을 김정은 위원장이 기대하는 것 아닌가.”

북한 문제를 관찰해온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 국장은 김영철이 얼마 만큼의 권한을 갖고 있는지 여부가 관심사라고 말했습니다.

만일 김영철이 인사와 정책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다면 그의 복귀가 변수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인사 이동에 그칠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스콧 스나이더 국장] ”Kim Yong-chul’s influence depend in part how network aligned….”

전문가들은 김영철 복귀 이후 남북관계에 대해 다소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남성욱 교수는 한국 정부의 대북 기조가 확고하기 때문에 김영철이 복귀했다고 해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남성욱 교수] ”과거처럼 우리가 협상을 요청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고, 그러면 김영철 입장에서는 남측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도발 이상이 없다. 대화보다는 압박이 평양의 의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반면 조한범 박사는 북한도 무한정 강경하게 나갈 수는 없다며 김영철이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에서 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도 겉으로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북한도 도발 피로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명분과 실리가 보장된다면 대화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남성욱 교수는 미북 관계와 관련해 김영철이 미국을 놀라게 할만한 강수를 둘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남성욱 교수] ”김영철 입장에서는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 뭔가 미국을 놀래키는 강수를 김정은에게 건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뉴욕채널 유럽채널을 통해 뭔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나…”

스콧 스나이더 국장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북한에 신호를 보낼 것같지는 않다며, 대화가 재개되려면 북한이 먼저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콧 스나이더 국장] ”It’s going to require North Korea make first move….”

김영철이 4년만에 통전부로 복귀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변화의 조짐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영철이 향후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에 어떤 변화를 몰고올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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