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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 전원회의 사흘간 진행..."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가장 엄중한 결함"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8차 전원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19일 공개한 장면.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8차 전원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19일 공개한 장면.

북한은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가장 엄중한 결함으로 지목하고 이른 시일 내 재발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과 한국에 대한 ‘강 대 강’ 기조를 지속하고 신냉전 구도를 대외전략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8차 전원회의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중앙위 본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고 19일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당 중앙위 정치국은 전원회의에서 ‘전략무력’ 개발의 고도화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결함’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군사정찰위성의 발사 실패를 ‘가장 엄중한 결함’으로 꼽았습니다.

당 중앙위 정치국은 또 보고를 통해 “위성 발사 준비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한 일꾼들의 무책임성이 신랄하게 비판됐다”면서 “발사 실패의 원인과 교훈을 철저히 분석하고 빠른 시일 안에 군사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함으로써 정찰정보 능력을 제고하고 우주 개발 분야에서 더 큰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전투적 과업이 제시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해 쏘아 올린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은 2단 로켓 점화에 실패하며 서해로 추락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발사 실패 소식을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으로만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회의 소식이 ‘노동신문’에도 보도되면서 대내적으로도 위성 발사 실패를 공식 인정한 셈이 됐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정찰위성 문제가 전원회의 주요 의제에 오른 것으로 미뤄 위성 발사 실패 이유가 심각한 수준일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기술적 결함 자체가 단순하진 않다, 그래서 상당히 문제를 수정하는 데 있어서 시간이 걸릴 여지도 있는 것이고 그 실수 자체가 관련 일꾼들의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심각하다든가 이런 것이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이게 만약 단순히 기술적 실수나 오류였다면 굳이 관련 일꾼들의 책임을 물을 필요까지는 없거든요.”

전문가들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두 차례 현지지도하면서 직접 챙긴 사실이 북한 주민들에게도 대대적으로 알려진 이른바 ‘1호 사업’이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발사 실패 사실을 계속 숨기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관련 일꾼들을 문책하고 재발사 의지를 천명하는 선에서 김 위원장의 지도력에 줄 타격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한이 이른 시일 안에 정찰위성을 재발사하겠다고 재차 공언한 데 대해 한국 합동참모본부 이성준 공보실장은 1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미한 정보당국은 재발사 시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발사 시기를 지금 특정해서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당 중앙위 정치국 보고는 또 미국과 한국을 여전히 ‘적’으로 규정한 군사와 외교 관련 대응 전략도 다뤘습니다.

보고는 “적들의 군사적 긴장 격화 책동에 대항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철저히 견지하며 항상 압도적이고 공세적인 대응 조치들을 결행해야 한다”며 “전원회의는 그 실행을 위한 구체적 방안들과 대응 방식들을 일치가결로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적대세력들의 전쟁 도발 책동으로 한반도 안전환경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며 군사기술적으로, 정치외교적으로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절박성을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의 패권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중대과업들을 제기했다”고 밝혀 북중러 3각 밀착을 기반으로 외교활동의 폭을 넓힐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은 한국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한동맹과 미한일 결속 강화로 북한이 느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석좌연구위원] “지금 윤석열 정부 들어서 상대 진영이 결속하고 있고 적극적으로 맞대응하고 있거든요. 상대방에 대해서 느끼는 위협감이 증가한 것이고 그 위협감을 친구의 힘을 빌어서 상쇄하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고 봅니다.”

보고는 올 상반기 경제사업 총화 차원에서 ‘인민경제 발전 12개 중요 고지 점령을 위한 투쟁에서 달성한 성과’들에 대해서도 각 부문별로 소개했습니다.

알곡 즉 농업 부문을 비롯해 금속과 화학공업, 석탄과 기계, 철도 등 주요 경제 부문들에서 생산력 증대를 위해 취해진 조치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일련의 결점’과 ‘폐단’에 대한 분석과 극복 방안들이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경제와 사회 분야에서 건설 부문 외에는 객관적인 신규 성과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연초의 불안정성이 극복되고 성장률이 높아졌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성과 없이 ‘결점 폐단’과 ‘규율 미확립’ 등을 언급해 계획이 달성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고 해석했습니다.

또 북한 매체들의 전원회의 보도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이 빠진 대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구병삼 대변인] “이 상황 자체가 대단히 이례적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직접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을 하지 않은 이유를 정확하게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위성 발사가 실패했고 경제 성과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내세울 성과가 없다는 점에서 직접 나서기가 좀 어려웠던 측면이 있지 않았을까, 추정해봅니다.”

한편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한 때 대남담당 노동당 비서와 통일전선부장을 맡아 미북과 남북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김영철 전 통전부장을 당 중앙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했습니다.

북한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 고문에 임명된 것으로 보도된 김영철 전 통전부장 (자료사진)
북한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 고문에 임명된 것으로 보도된 김영철 전 통전부장 (자료사진)

‘노동신문’은 김영철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통일전선부 고문’으로 직함을 명시했습니다.

김영철은 2021년 열린 제8차 당 대회에서 대남비서 자리가 없어지면서 통일전선부장으로 사실상 강등됐고, 지난해 6월 당 제8기 5차 전원회의에서는 통일전선부장 자리마저 후배인 리선권에게 넘겨줬습니다.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상임위원회 위원에서도 해임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대미 대남 강경파인 김영철의 복귀가 ‘강 대 강’ 대외전략 기조를 한층 강화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면서도 내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 등 유동적인 상황과 김영철의 대미 협상 경험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수석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인태 수석연구위원] “지금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도가 중요한 시점이지 않습니까. 현재 북한이 밝힌 강대강 정면승부 이 기조를 유지하되 뭔가 모멘텀도 좀 더 모색을 할 그런 방향에서 김영철을 다시 기용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북한은 또 지난해 6월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당 비서와 경제부장에서 해임됐던 오수용을 다시 당 비서와 당 부장으로 복귀시켰습니다.

‘노동신문’은 오수용의 사진을 실으면서 ‘경제부장’으로 직함을 표기했습니다.

오수용은 1999∼2009년 전자공업상을 맡은 뒤 내각 부총리로 승진했고 2014년부터 당 비서와 경제부장을 지내며 북한 경제를 이끈 바 있습니다.

홍민 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국면에서는 당이 경제정책 추진력을 낼 수 없어 내각 주도의 경제관리에 치중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북중 교역이 일정 수준 정상화되고 대외 경제교류 활성화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경제 회복을 위해 당이 경제정책과 지도를 확실하게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중량감 있는 오수용을 기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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