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회사가 또다시 북한 선박의 소유주로 국제기구에 등록하며 대북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북한이 중국 중고 선박 4척을 자국 선박으로 등록하면서 올해 북한이 취득한 중국 선박이 모두 18척이 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회사가 소유주로 등록된 선박은 북한 선적의 남포 5호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에 따르면 ‘단둥 푸안 이코노믹 트레이드(Dandong Fu’an Economic & Trade)’라는 이름의 회사가 올해 4월 11일부터 남포 5호의 등록 소유주(registered owner)로 등재됐습니다.
단둥 푸안은 ‘등록 국적’이 중국으로 표기된 중국 회사입니다.
또 회사 주소지 칸엔 단둥 푸안의 실제 주소 대신 “북한 남포 문화동 소재 남산 쉬핑을 대리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GISIS에 게시된 내용만으론 정확한 내용을 알 순 없지만 북한 회사인 남산쉬핑 소유의 북한 선박 남포5호가 4월부터 단둥 푸안이라는 중국 회사에 의해 소유권이 관리되기 시작했고, 이런 내용이 최근 게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선박 업계에선 ‘대리점’ 형태의 선박 회사들이 실제 소유주를 대신해 선박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단둥 푸안도 남포 5호의 중국 입출항을 돕는 대리점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둥 푸안은 소유한 선박이 남포 5호가 유일한 초소형 회사입니다.
북한 선박의 운영을 돕는 이 같은 행위는 국제사회 대북제재 위반입니다.
2016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270호는 북한 선박에 대한 소유와 임대, 운항은 물론 선급 혹은 관련 서비스 제공 행위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앞서 VOA는 중국 회사인 ‘산둥 자이저우 인터내셔널’이 2023년 1월부터 북한 선적 선박 자이저우 2호의 등록 소유주로 등재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중국 회사가 북한 선박의 소유주가 된 사례가 올해만 2건째라는 의미입니다.
이본 유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 조정관 대행은 최근 자이저우 2호 사례와 관련한 VOA의 보도에 대해 “특정 선박을 언급하진 않겠지만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는 선박 등록을 포함해 북한 선박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며 관련 행위가 제재 위반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었습니다.
중량톤수 3천193t인 남포 5호는 2005년 건조된 비교적 신형 선박입니다.
건조 첫 해부터 중국 선적의 신양하이호로 운항되다가 2021년 1월엔 중국 선적을 유지한 채 이름만 신양홍호로 바꿨습니다. 그러다 올해 4월부터 북한 깃발을 달고 이름도 지금의 남포 5호가 됐습니다.
남포 5호가 중국 회사에 의해 소유, 관리되는 문제와 별개로, 이 선박이 최근까지 중국 선박이었다는 사실도 논란이 예상됩니다.
중국 중고 선박이었던 신양홍호가 어떤 과정을 거쳐 북한 선적의 남포 5호로 다시 태어났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대북 결의 2321호 등은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포 5호가 얼마 전까지 중국 선박이었다는 점으로 볼 때 중국 중고 선박이 불법으로 북한에 매각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중국 중고 선박이 북한 깃발을 단 사례는 더 있습니다.
VOA가 27일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의 북한 선박 목록을 확인한 결과 남포 5호 외에도 화평호와 송님 6호, 아봉 1호가 최근 중국에서 북한으로 선적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10년 2월 건조된 화평호는 건조 이후 9년 간 중국 선적의 펑순 28호로 운영되다가 2019년 9월부터 중국 깃발의 하이순펑 6호가 됐습니다. 그러다 올해 1월 화평호가 됐고, 최근 GISIS에 북한 선적의 화평호로 공식 등재됐습니다.
화평호를 등록한 주체는 평양 교구동 소재 ‘화평쉬핑’으로, 등록일은 2023년 1월 26일로 명시됐습니다.
그 밖에 송님 6호는 올해 3월 중국 선박 저자오지 1099호에서 북한 선박이 됐습니다.
또 유조선인 아봉 1호는 2022년 1월 ‘선적 미상’에서 북한으로 선적이 변경됐지만 최근 북한 선적이라는 사실이 GISIS에 보고됐습니다.
앞서 VOA는 올해에만 모두 13척의 중국 선박이 북한 선박으로 GISIS에 새롭게 등록됐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한 때 중국 깃발을 달았던 향산호가 올해 1월 북한 선적으로 등록됐으며, 2월엔 태자봉과 금강 1호가, 3월엔 송님 9호와 은하수호가 중국에서 북한으로 선적을 바꿨습니다.
또 4월엔 태령 3호와 덕성호, 황룡산호, 대동문 1호, 해연 8호가 북한 깃발을 달았고, 5월엔 송님 5호와 모란봉 7호, 설경호가 새 북한 선박으로 GISIS에 공식 등록됐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선박 추적 웹사이트인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은 선박 화위안다 79호가 자신이 ‘북한 선적’이라는 신호를 외부로 발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아직까지 GISIS 자료에는 이 선박이 중국 선적으로 안내돼 있습니다.
최근 중국 선박이 북한으로 선적을 바꿨지만 이런 내용이 GISIS 자료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올해 중국에서 취득한 북한 선박은 최소 14척인데, 이번 4척을 더할 경우 모두 18척으로 늘어납니다.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최근 공개된 연례보고서에서 2022년 한 해 동안 북한이 락원 1(안하이 6)호 등 총 6척의 신규 선박을 등록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상반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작년보다 3배 많은 선박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선적을 바꾼 것입니다.
앞서 VOA는 북한의 중국 중고 선박 취득과 관련해 여러 차례 중국 정부에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유 조정관 대행은 북한 선박 취득 가능성과 관련한 지난 21일 VOA의 이메일 질의에 “과거 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듯 전문가패널은 북한의 지속적인 선박 취득을 추적하고 조사해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유 조정관 대행] “As you would be aware from its past reports, the Panel has tracked and investigated the DPRK’s on-going acquisition of ships. This trend continues. The transfer / sale of foreign-flagged vessels to the DPRK contravenes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UNSCRs). We continue to encourage vigilance of such vessel sale. Some recommended steps are contained in the Panel’s latest report S/2023/171.”
이어 “해외 선적 선박을 북한에 양도, 판매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며 “우리는 이러한 선박 판매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계속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문가패널의 최신 보고서에 몇 가지 권고 사항이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올해 4월 공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최근 몇 년 사이 불법으로 매입한 선박 21척을 포함한 25척의 북한 선박을 제재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또 북한이 선박 매매와 취득 과정의 복잡성을 악용하고 있다며, 관련 업계의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