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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후쿠시마 오염수’ 북한 비판에 “위선적 행태…방사능 유출 정황 지속”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공개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공개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

북한 당국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계획을 비난하고 있는 것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불투명한 오염수 관리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국제적 검증을 전혀 받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방사능 누출 정황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7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장소였던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흘러나올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처장 출신인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이날 VOA와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계획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의 방사능 유출 문제가 우려사안'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This is the matter of concern how much radio activity has been released from those tunnels to the environment and in particular to groundwater...This all slowly persists the radioactivity from those tunnels because most of the plutonium and fission products are still there. They don't disappear so we'll get groundwater and then to that tiny small river which passes the Punggye-ri area downstream all the way to the East sea passing..but now there is a difference. This water is contaminated not by tritium which enters to the East Sea but those radio nuclear like Cesium…In case of Fukushima all other radioisotopes with the exception of tritium have been to a great extent removed in the ALPS process described in the IAEA report."

하이노넨 연구원은 2016년 핵실험 이후 풍계리 인근에선 핵실험 이전에는 거의 없었던 소규모 지진이 20여 차례 관측됐으며, 이는 핵실험 여파로 인한 주변 산과 암석 등의 균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갱도 내부에 플루토늄과 핵분열 물질이 여전히 남아있어 방사성 물질이 계속 나오고 있으며, 균열된 틈으로 들어간 빗물 등이 방사능에 오염돼 지하수로 침투되고 인근 하천을 따라 동해로까지 흘러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경우 '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삼중수소를 제외한 다른 모든 방사성 동위원소가 상당 부분 제거되지만 풍계리 오염수의 경우 처리과정을 거치지 않아 세슘을 비롯해 방사성 핵종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일본 후쿠시마 상황과 달리 북한에는 현재 핵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국제 사찰단이 없어 북한의 방사능 오염수 관리 실태와 배출 현황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점도 문제로 꼬집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연구원] "First of all there is a huge difference here in terms of the international monitoring because in North Korea there's no monitoring. We don't know how they'll deal with the nuclear waste. We don't know which kind of release of the radioactivity into the environment is in North Kora."

북한은 지난달 20일 관영매체 '노동신문'을 통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인류를 핵참화 속에 몰아넣으려는 고의적인 범죄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활동에 대한 국제적 검증을 전혀 받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방사능 누출 정황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6차 핵실험 장소이자 추가 핵실험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을 둘러싼 지적은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앞서 지난 2월 북한 인권 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방사성 물질의 지하수 오염 위험과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풍계리 핵실험장이 강수량과 지하수가 풍부한 지역에 있다며 “풍계리 인근 8개 시군(길주·화대·김책·명간·명천·어랑·단천·백암) 주민 약 108만 가운데 방사능 영향을 받는 주민을 50%로 가정하면 54만명, 25%로 가정하면 27만명”이 위험에 노출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방사성 물질이 농수산물도 오염시킬 수 있다며 한·중·일 등 인접국으로 북한 농수산물이 유입될 경우 해당국 주민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지난 2008년 6월 냉각탑 폭파를 앞두고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지난 2008년 6월 냉각탑 폭파를 앞두고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북한의 최대 핵 시설인 영변 핵단지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미국의 핵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북한이 핵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면서 영변 핵시설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So I mean there's a lot of worry that North Korea has not been handling its nuclear waste safely. I have many concerns about how North Korea handles its nuclear waste. It’s that there's a lot of radioactive waste generated when you separate plutonium. It also goes into what's called high- level waste which has a great deal of dangerous fission products...North Korea is using the outdated methods to store it that have proven to be unsafe and have resulted in, typically in the past leaks into the water supplies that are adjacent to any reprocessing plant.... North Korea doesn't participate internationally in nuclear waste management... It's completely hypocritical."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의 일종으로 유해한 핵분열 생성물이 다량 함유돼 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안전성이 떨어진 옛날 방식을 통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하고 있어 폐기물이 재처리 공장 인근의 상수원으로 누출된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핵 폐기물 관리에 대한 국제적 방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북한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비판하는 것은 "위선적이다"고 꼬집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9년 4월 북핵 감시를 위해 현지에 머물던 IAEA 사찰단을 추방했습니다.

이에 따라 IEAE는 북한의 핵 시설에 접근하지 못한 채 위성 이미지와 공개 정보 등을 통해 북한의 핵 활동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핵시설 동향을 분석하는 미국 전문가 제이콥 보글 씨는 북한의 방사능 유출과 관련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순 없지만 위성사진을 통해 드러난 일부 정황은 "꽤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이콥 보글] "We don't know what's happening and some of it what we see with satellite is quite concerning. And we can see plainly with satellite when collapses or leaks occur. There are defector testimonies, there are reports from people still living inside North Korea of citizens having health issues around these nuclear facilities...Probably that should not be radioactive based on how the material is manufactured but it will have a lot of heavy metals in it so that's still very toxic and that's just being dumped straight into the river."

보글 씨는 관련 시설의 붕괴나 (물질) 유출 정황은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 핵시설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건강 문제가 있다는 탈북민 등의 증언들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보글 씨는 과거 2019년 북한 황해북도에 있는 평산 우라늄 광산을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공장에서 나온 폐기물이 인근 예성강을 통해 서해로 유입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또 올해 초에는 평산 광산의 갱도 입구에서 붕괴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보글 씨는 광산에서 방사성 물질 유출된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다량의 중금속 등 독성 물질이 강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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