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킹조직이 탈취한 미국 내 암호화폐 자산을 돈세탁하는 데 연루된 혐의자 16명에 대해 모든 미국 내 자산을 동결 조치하라는 연방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블록체인 신기술을 활용해 암호화폐 탈취 자산을 실질적으로 동결하는 첫 사례인데, 암호화폐 범죄를 차단할 수단이 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미국 시카고 연방법원은 지난 8일 암호화폐 범죄 관련 혐의자 16명 피고 전원에 대해 미국 내 모든 자산에 대한 영구적 자산 동결 조치를 판결했습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 중에는 북한 정찰총국 소속으로 암호화폐 탈취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던 ‘라자루스 그룹’과 2020년 이들이 탈취한 암호화폐 돈세탁에 연루된 중국인 톈인인, 리쟈동이 있습니다.

또 라자루스가 탈취한 암호화폐 6억 2천만 달러 중 상당 부분을 세탁한 혐의로 지난 5월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믹서업체 ‘블렌더’도 피고에 포함됐습니다.

이어 피고들이 테러 조직을 위한 자금 세탁과 북한 무기 프로그램에 도움을 주기 위한 랜섬웨어 해킹을 활용한 암호화폐 탈취, 대량살상무기 확산 등의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소송의 원고 측이 제시한 ‘주라트’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피고의 암호화폐 계정을 제어할 수 있게 됐다면서, 즉시 피고들의 미국 내 모든 계정을 동결하고 자금 이동 차단을 명령했습니다.

이번 소송의 원고이자 ‘암호화폐 자산 동결’ 기술을 고안한 기업의 대표는 사상 처음으로 암호화폐 자산을 동결시킴으로써 사이버 범죄에 대해 실질적인 제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마이크 카노비츠 / 주라트 CEO, 변호사
“재무부가 집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실제로 범죄자들을 붙잡아 그들의 계정 키(암호)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었고 그래야 재무부가 압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런 일은 절대로 없었고 따라서 범죄자들은 범죄를 저지르며 코인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카노비츠 대표는 그러면서 범죄 사실이 법원에 의해 소명될 경우 차세대 블록체인 기술에 따라 가상자산 계좌를 차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고, 암호화폐 자금 탈취와 돈세탁 시도가 어려워져 라자루스 같은 해킹조직들의 범죄 행위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암호화폐를 아무리 탈취해도 계좌 동결 조치가 실행되면 계좌 내 자금은 말 그대로 무용지물이어서 이들의 범죄행위도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