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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국 14개 단체, 한국 정부에 공동서한 “강제실종방지협약 이행 법률 제정해야”


1969년 북한의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사건 피해가족인 황인철 씨가 아버지 황원 씨의 납북 전 사진을 모은 사진첩을 보이고 있다. (자료사진)
1969년 북한의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사건 피해가족인 황인철 씨가 아버지 황원 씨의 납북 전 사진을 모은 사진첩을 보이고 있다. (자료사진)

4개국에서 활동하는 14개 북한 관련 시민사회단체가 한국 국회와 정부에 강제실종방지협약 이행 법률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납북자 문제 등의 해결과 책임 규명을 위해 장기간 계류 중인 법안에 대한 심사에 착수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과 한국, 캐나다, 영국의 14개 북한 관련 인권 단체들과 억류자 가족이 30일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을 맞아 한국 국회 법사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주요 장관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냈습니다.

한국이 올해 1월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All Persons from Enforced Disappearance, 이하 ‘강제실종방지협약’)에 가입했지만 이행 법률이 제정되지 않고 있다며 이를 조속히 채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특히 한국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강제실종과 관련해 여야가 각각 발의한 두 건의 법안이 길게는 2년 넘게 계류 중이지만 관심이 적어 심의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30일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을 맞아 이들 법안에 대한 법사위원회의 조속한 심사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단체들 공개서한] “Today, on the International Day of the Disappeared, we urge the Legislative and Judiciary Committee’s speedy examination of these bills. UN Enforced Disappearance Convention’s domestic implementing legislation is necessary not only for South Korea to effectively implement its legal obligations under the UN Enforced Disappearance Convention but also to for South Korea to lead the international diplomatic efforts to resolve immediately all issues,”

유엔 강제실종방지협약은 유엔의 9대 핵심 인권규약 중 하나로 강제실종 범죄를 방지하고 처벌하며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단체들은 이 협약의 국내 이행입법은 한국이 협약에 따른 법적 의무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강제실종 관련 사망자의 유해 송환을 포함해 즉각적인 송환과 책임규명 실현 등 모든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관련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위한 국제 외교적 노력을 한국이 선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공동서한을 주도한 한국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이날 VOA에 한국이 인권 선진국으로서 실행법을 반드시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협약 당사국이 됐음에도 강제실종 처벌이라든가 진상규명, 유해 송환, 피해자 구제를 위한 조치들이 다 국내법으로 실행돼야 하는데 그런 게 제대로 안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최대한 빨리 국내 입법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공개서한을 발송했습니다.”

단체들은 서한에서 북한 정권이 지난 70년간 정전협정과 포로의 대우 및 전시에 있어서의 민간인의 보호에 관한 1949년 제네바협약을 명백히 위반해 5만 명의 국군포로와 10만 명의 민간인 납북자 송환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1953년 정전협정 이후에도 베트남전과 60건이 넘는 어선 나포, 대한항공(YS-11) 여객기 납치 사건을 비롯해 516명의 납북자 송환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한국인 억류자 6명, 중국에서 강제송환된 탈북 난민 등 수만 명이 실종돼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된 것 역시 강제실종 피해에 포함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신 법률분석관은 한국인 강제실종 피해자들의 진상규명뿐 아니라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북한 내 강제실종 범죄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이행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당장은 해결이 어렵더라도 일단 한국에서 그런 처벌 규정이 제정됨으로써 북한의 공무원들, 정부 관계자들에게도 향후 한국 법원에서 처벌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피해자 가족분들 입장에서도 희생된 분들의 생사와 유해 확인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이들에게 있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공동서한에는 한국의 북한인권시민연합과 물망초 등 11개 단체,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HRNK), 캐나다의 한보이스(HanVoice), 영국의 징검다리(Stepping Stone), 그리고 개인 자격으로 북한에 10년째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씨가 참여했습니다.

한편 한국의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도 이날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을 맞아 강제실종방지협약의 국내 이행을 위한 조속한 법률 제정을 촉구했습니다.

송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법률 제정은 강제실종 범죄에 포함될 수 있는 형제복지원 사건,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등에 대한 가해자 처벌, 피해자 구제, 향후 동일 범죄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달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관련 토론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강제실종은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가기관 혹은 국가의 역할을 자임하는 조직이나 개인에 의해 체포, 구금, 납치돼 실종되는 범죄 행위로 국제사회는 강제실종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경우 심각한 반인도적 인권범죄로 보고 강력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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