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이 밀린 혼잡통행료를 계속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 정부는 각국 대사관의 납부 거부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주재 북한대사관이 영국 정부가 부과한 34만 달러가 넘는 혼잡통행료 등 과태료를 납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런던교통국’은 19일 공개한 영국 주재 외국 대사관과 국제기구들의 혼잡통행료와 주차위반 등 과태료 미납 실태 자료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조사가 시작된 지난 200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영국주재 북한대사관이 납부하지 않은 혼잡통행세와 주차위반 등 과태료는 27만6천 파운드(£276,320), 미화로는 약 34만2천 달러에 달했습니다.
구체적인 미납 건수와 위반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2020년 총 미납액 26만 파운드와 비교했을 때 1만 파운드 이상 늘어난 액수입니다.
북한의 미납금 규모는 적어도 10만 파운드 이상을 납부하지 않은 160개 외국 대사관과 국제기구 가운데 69번째에 해당합니다.
영국주재 미국대사관이 1천400만 파운드, 미화 1천800만 달러로 미납 규모가 가장 컸고, 일본이 1천만 파운드로 2번째, 한국은 260만 파운드, 미화 325만 달러로 14번째로 많았습니다.
런던교통국은 혼잡통행료가 도입된 2003년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영국 주재 외국대사관과 국제기구들이 납부하지 않은 과태료 총액이 1억 4천만 파운드, 미화로 1억7천7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런던교통국은 런던 도심의 교통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혼잡 지역을 운행하는 차량에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혼잡통행료는 15파운드, 미화로 19달러 정도이며, 제 때 납부하지 않으면 90파운드에서 270파운드, 미화 111 달러에서 335 달러 정도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그러나 다수의 영국주재 대사관들은 혼잡통행료가 지난 1961년 제정된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납부가 면제되는 ‘세금’이라고 주장하며 납부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이번 혼잡통행료 미납 자료를 공개하면서 “혼잡통행료는 세금이 아닌 서비스에 대한 요금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외교관이라고 해서 혼잡통행료 납부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런던교통국] “We and the UK Government are clear that the Congestion Charge is a charge for a service and not a tax. This means that diplomats are not exempt from paying it. The majority of embassies in London do pay the charge, but there remains a stubborn minority who refuse to do so, despite our representations through diplomatic channels. We will continue to pursue all unpaid Congestion Charge fees and related penalty charge notices and are pushing for the matter to be taken up at the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이어 “런던 주재 대사관의 대다수는 혼잡통행료를 납부하고 있지만 외교 채널을 통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혼잡통행료 납부를 거부하는 완고한 소수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미납 혼잡통행료 및 관련 과태료 부과 고지를 계속할 것이며,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데이비드 러틀리 영국 외무부 미주·카리브해 담당 차관도 최근 발표한 관련 성명을 통해 영국 외무부가 혼잡통행료와 주차위반 과태료 미납 문제에 관해 많은 대사관들과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영국 정부는 모든 외교 사절단이 혼잡통행료 납부를 포함해 모든 영국 법률 및 규정을 준수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VOA는 영국주재 북한대사관에 이 문제에 관한 입장을 묻는 이메일 질의를 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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