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의 유엔총회 연설인 일반토의가 막을 내렸습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 정상 등이 북한의 유엔 제재 위반을 비판했지만, 대다수 국가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집중하며 북한 문제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습니다. 유엔총회 일반토의를 취재한 함지하 기자가 현장에서 제기된 북한 관련 사안과 강조점을 짚어봤습니다.
26일 막을 내린 올해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선 전 세계 190여 개 나라에서 모인 정상 등 주요 인사가 전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은 북한 문제를 언급하며 이 사안에 대한 유엔 회원국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지난해 연설에서 북한을 규탄하고 동시에 대북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은 일반토의 첫날인 19일 브라질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연단에 올라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북한을 거론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We condemn the DPRK's continued violation of the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But we are committed to diplomacy that would bring about th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북한의 지속적인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규탄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외교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9일 가장 마지막 순서로 연설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북한을 언급했는데,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내용이 올해도 반복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녹취: 기시다 총리]
“새로운 시대를 함께 열어간다는 관점에서 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언제든 조건 없이 마주 앉을 수 있다는 의지를 전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문제를 길게 언급하지 않고 규탄보다는 대화 의지에 좀 더 초점을 둔 미국, 일본 정상과 달리 20일 연단에 오른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북한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에 북한은 물론 러시아까지 거론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세계 평화의 최종적 수호자여야 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다른 주권 국가를 무력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와 군수품을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정권으로부터 지원받는 받는 현실은 자기 모순적입니다.”
이처럼 미국과 한국, 일본이 북한 문제를 제기하며 국제적 관심을 촉구했지만 각국 정상의 총회 연설에서 북한이 차지한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쿠바가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여러 나라를 나열하며 북한을 언급하고, 불가리아가 비확산 문제를 지적하며 북한을 사례로 든 게 사실상 전부입니다.
대신 많은 나라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안보 우려 사안으로 제기하며 러시아에 전쟁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그러자 23일 연단에 오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을 함께 묶어 비난하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특히 최근 강화되고 있는 미한일 3자 협력이 일종을 ‘미니 동맹’이라고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미국과 중국 관계에 미묘한 변화도 감지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언급한 ‘타이완해협’이나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와 같은 중국이 민감해하는 내용을 연설문에 담지 않았습니다.
다만 “중국에 대해 명확하고 일관된 입장을 밝히고 싶다”며 “우리는 양국 간 경쟁이 갈등으로 치닫지 않게 하기 위해 이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에 말한 것처럼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을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When it comes to China, I want to be clear and consistent: we seek to responsibly manage the competition between our countries so it does not tip into conflict. I've said we are for De-risking, not decoupling with China.”
한정 중국 부주석도 21일 연설에서 “패권주의와 힘을 앞세운 정치, 일방주의, 그리고 냉전적 사고방식에 반대한다”고 말했지만 직접적으로 미국을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북한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연설자로 나섰습니다.
북한은 2015년 리수용 전 외무상이 유엔총회 연설자로 나서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리용호 전 외무상이 뉴욕 유엔본부를 찾아 연설했지만 2019년부터는 김성 대사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정상이 아닌 대사급인 만큼 일반토의 마지막 날인 26일 10번째, 끝에서 6번째로 연설했습니다.
김성 대사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미국과 한국에 돌렸습니다.
올해로 78년째 열리는 유엔총회는 지난 5일 공식 개막했지만, 각국 정상이 연설하는 일반토의 주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회기에 돌입합니다.
유엔총회는 매년 9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군사와 경제, 인권,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각국 대표들이 토의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습니다.
북한 문제는 올해도 핵을 포함한 군사 문제를 다루는 제1위원회와 인권을 담당하는 제3위원회에서 주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1 위원회와 3 위원회는 매년 북한을 규탄하는 내용이 포함된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권을 다루는 3 위원회는 지난 2016년부터 표결 없는 합의 방식으로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북한의 인도적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고 인권 개선 노력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총회 개막을 앞두고 최근 유엔총회에 제출한 북한인권상황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가 계속되고 있으며 일부는 국제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북한은 경제 사안을 다루는 제2위원회와 특별정치와 탈식민 문제를 다루는 제4위원회, 법률을 다루는 제6위원회 등에서 대북 제재의 부당함과 한반도에 주둔 중인 유엔사 해체를 주장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올해도 이들 회의에서 같은 주장을 펼칠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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