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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일러 전 국가정보분석관] “러, 북한에 백지수표 안줄 것…중국, 북러 밀착 우려할 수도”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이 27일 VOA 조은정 기자와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이 27일 VOA 조은정 기자와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북러가 밀착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북한에 백지수표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시드니 사일러 전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이 진단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27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북한과의 협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중국이 북러의 밀착에 대해 우려할 수도 있으며, 따라서 한국, 일본, 미국과의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사일러 전 분석관을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 사일러 전 국가정보분석관] “러, 북한에 백지수표 안줄 것…중국, 북러 밀착 우려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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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사일러 분석관님, 미국 정부에서 42년 이상 정보 담당관, 정책 입안자, 협상가로서 한반도 문제를 다뤄 오셨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에서 모두 고위직을 맡으셨는데, 김정은과 푸틴의 정상회담이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 실패를 부각한다는 지적에 동의하십니까?

사일러 전 분석관) 그 주장의 근거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행정부가 다른 정책을 추진했다면 북러 관계가 달랐을 것이라는 주장인데요. 여기에는 여러가지 잘못된 믿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푸틴 옹호론자들은 푸틴과 러시아가 하는 모든 나쁜 일에 대한 책임을 바이든 정부에 돌리죠. 또 북한과 김정은이 오직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반응하지 않아서 김정은이 푸틴과 밀착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인데요. 계속 손을 내미는 것은 북한이고 미국이 거부했다는 잘못된 믿음도 있습니다. 다 잘못된 생각입니다. 북러 정상회담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성적표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됩니다.

기자) 비평가들은 미국이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고만 밝히는 것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이며 정책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 일일이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더라도 우리는 북한에 적극적으로 다가갔습니다. 미북 1차, 2차 정상회담과 그 이전의 협상들을 보면 김정은은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고 미한 동맹을 깨트리며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미국으로선 재고할 가치도 없는 것이죠.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을 김정은이 스스로 중단시켰다는 사실은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미국과 관여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자) 미북간 마지막 실질적인 협상은 2차 정상회담 때였습니다.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십니까? 북한의 주장대로 영변이 제재 해제와 맞바꿀 만큼 중요합니까?

사일러 전 분석관) 확실히 김정은이 기회를 놓쳤고, 그 때가 처음이 아닙니다. 그의 집권 기간 동안 우리는 ‘2.29 합의’를 비롯해 미북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여러 기회가 있었습니다.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거듭 노력했지만 김정은은 이러한 기회들을 매번 거부할 뿐이었습니다. 김정은은 하노이 정상회담과 그 이후에 북한의 핵 능력 전체 범위를 다루겠다는 신호를 주지 않았습니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플루토늄 프로그램, 무기화 프로그램 등을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논의하는 것 말입니다. 우리가 하노이에서 너무 성급하게 협상을 결렬시켰다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에도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후 후속 조치를 취하거나 바이든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협상장으로 돌아올 기회를 놓쳤습니다.

기자) 김정은의 목적 중 하나는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말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 가치가 있을까요? 만나서 뭘 얘기합니까?

사일러 전 분석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앉아서 대화만 한다고 해서 마법 같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 혹은 서해위성발사장 등을 해체하는 소위 비핵화 조치들에 대해 보상을 받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계속 들었습니다. 또 제재 완화나 해제는 대화 복귀 가능성에 의해 정당화된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그런 유형의 회담은 입장료가 잠재적인 이득보다 훨씬 더 큰 것이죠. 계속 대화의 문을 열어둘 필요가 있고 동시에 잠재적인 비용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미국은 북러 연대로부터 중국을 분리하려는 것입니까? 그 맥락에서 미국이 한일중 정상회담을 지지합니까?

사일러 전 분석관) 중국이 북한의 행동을 수정하고 중재하며 제한하는 데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의의가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과 만나고 중국과 대화하는 것은 큰 가치가 있습니다. 올해 말 한일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캠프 데이비드 미한일 정상회의에 이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이후 중국은 북러 관계 진전이 동북아를 근본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할 수 있습니다. 또 이러한 부정적인 추세에 대응해 중국이 한국, 일본, 미국과 협력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진전은 매우 환영합니다. 이러한 (한일중) 협력은 중국을 계속 관여시키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는 동북아 안보 상황과 관련해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강화가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ICBM 재진입 기술을 넘긴다면 미국이 이를 즉각 알 수 있을까요? 또 그러한 엄청난 사태를 미국이 용인할까요?

사일러 전 분석관) 우리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질문입니다. 물론 우리는 비난할 것입니다.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에 앞서 미국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내용과 북러가 각각 무엇을 원하는 지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우리가 이 문제를 주시하고 있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 기타 고위 관리들의 후속 성명을 보면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 등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기자) 하지만 ICBM 재진입 기술은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비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개입해서 기술 이전을 막지 않을까요?

사일러 전 분석관) 가상의 영역에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러시아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협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애써 강조했습니다. 외교적 관점에서 러시아가 이런 점을 강조하는 것은 북한에 모욕적이죠.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서방 자유주의 진영에 맞서는 것이라며 제재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있는데 말이죠. 따라서 러시아가 북한에 백지수표 지원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식량, 연료, 항공기와 위성 부품을 지원하고 위성 발사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겠죠. 북한에 재진입 기술을 제공하는 차원이 아니고요. 미국 본토를 핵탄두로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미사일 역량을 돕는 것은 푸틴이 현재 고려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기자) 미한일 캠프 데이비드 합의는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요? 각국의 국내 정치적 변화를 견딜 수 있을까요? 미국에는 고립주의 대통령이, 한국에는 미중 사이 균형자를 자임하는 대통령이 취임할 수 있는데요.

사일러 전 분석관) 세 나라에서 국내 정치 과정이 진행됨에 따라 많은 문제에 대한 견해가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연속성과 지속가능성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고 봅니다.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등이 한국, 일본 정부 동료들과 실무 수준에서 거의 일상적으로 상호 작용을 하면서 협력이 자체적인 모멘텀을 갖게 됩니다. 새로운 지도자가 기존의 합의를 바꾸거나 훼손하려고 할 때에도 실무 수준에서 모멘텀이 유지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특성입니다. 또 미국이 태평양 국가라는 점이 변하지 않으며, 북한이 미한일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정책적 결정이 아닌 현실이죠. 따라서 협력 속도가 늦춰질 수는 있겠지만 3국의 근본적인 협력 기제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자) 2017년 ‘화염과 분노’, ‘코피 작전’이 거론될 때 주한미군 정보참모부에서 근무하고 계셨는데요. 한반도가 전쟁 직전이었습니까? 1994년 미국이 영변에 대한 타격을 고려했을 때보다 위험했나요?

사일러 전 분석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에 있었던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들도, 익숙한 것들도 봤죠. 2017년에는 제가 한국에 처음 갔던 1982년의 긴장 고조 상황도 떠올랐습니다. 당시에는 팀 스피릿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이 진행됐고 북한의 자체 군사훈련도 절정에 달했죠. 저는 2017년에 김정은이 외교로 방향을 선회해 반복적 미사일 발사를 통해 누적되는 압박을 완화하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동료들과 저는 한국에 있던 가족들을 미국으로 보내지 않았고 군사적 충돌의 길로 가고 있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제 동료들이 미국의 지인들로부터 ‘왜 한국을 떠나지 않느냐’는 전화를 받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한국에 있던 저희들은 우리가 그 길로(전쟁) 가고 있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기자) 하지만 트럼프 정부 고위관리들은 자서전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진지하게 북한을 타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으며 주한미군 가족 철수 등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하고 있는데요.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는 겁니까?

사일러 전 분석관) 특히 군사적 관점에서 이러한 문제를 다루면서 배울 수 있는 한 가지는 지휘관은 계획하고 준비해야 할 진정한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옵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해야 합니다. 피해야 할 상황은 총사령관이 결정을 내렸는데 밑에서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해서 실행할 준비를 하지 않은 상황이죠. 논의나 계획이 있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분명 존 볼튼은 당시 물리적으로 또 생각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대통령과 훨씬 가까웠죠. 제 입장에서는 북한의 행동과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 충돌 상황에 동반되는 높은 비용을 고려할 때 우리가 그 길을 향하고 있지 않다고 당시에 판단했습니다.

기자) 존 볼튼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제게 정권교체에 대한 논의가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시점은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죠. 미국 정부 내에서 북한 정권 교체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진지하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미국 정부의 옵션 안에 들어 있다고 봐도 되죠?

사일러 전 분석관) 미국 정책의 핵심은 북한이 행동을 바꾸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정권을 잡고 있는 한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미국 정책의 핵심이 아닙니다. 우리의 목표는 북한이 선택한 길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으로 이어지는 신뢰할 수 있는 비핵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행동하도록 만들 방법들이 있고 그것은 외교에서 시작됩니다. 우리의 주요 목표는 외교를 통한 한반도 긴장의 평화적 해결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문을 열어둘 것입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이 그 문을 통과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들을 계속 준비할 것입니다. 과거 미국 정부들은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여러 출구 전략을 일관되게 제안해왔습니다.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우리가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계속 미국 정책의 중심입니다.

기자) 2014년 미 군용기를 타고 평양으로 향한 사람이 사일러 분석관이셨습니까?

사일러 전 분석관) 제가 그 사람이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더 중요한 질문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적절한 사람들과 적절한 시기에 대화하고 있는지, 북한의 안보 우려를 이해하고 있는지, 그들이 대화를 통해 무엇을 원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의 우려와 필요에 민감하며, 북한도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와 한반도 안정에 민감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행정부는 가능한 외교적 기회를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기자) 지난 7월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을 북한이 추방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어떤 후속조치를 할까요?

사일러 전 분석관) 이것은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여전히 매우 민감한 사안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놀랍지 않습니다. 이 청년의 북한 입국을 인정하고 제3국 석방이 가능하다고 밝힌 초기 성명은 그 당시 북한이 그를 오래 억류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저의 예상을 확인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일어나는 일은 엄밀히 말해 군사적인 문제입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과거에 석방된 모든 억류자들과 마찬가지로 그가 건강하고 제대로 먹었는지 확인하는 것이고 그 이후의 군사적 조치 측면에서 다음 단계를 제가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시드니 사일러 전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으로부터 북러 군사협력의 향방과 대북, 대중국 정책에 대한 제언을 들었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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