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이 군사적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체결한 ‘미한상호방위조약’이 10월 1일로 70주년을 맞았습니다. VOA는 이를 계기로 미한동맹의 지난 70년을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조망하는 기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미한동맹 속에서 발전을 거듭해 해외 원조 수혜국에서 글로벌 중추국가로 발돋움한 한국의 위상을 살펴봅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5일 열린 한미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미한동맹을 ‘필수적인 글로벌 협력관계’로 규정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Ever since our alliance has been fortified by our enduring cooperation, by the shared spirit of ‘같이 갑시다’ 70 years of relationship that has grown from a key security alliance into a vital global partnership.
블링컨 장관은 미한동맹의 상징인 ‘같이 갑시다’라는 한국어 구호를 언급하면서, 미한 양국이 “지난 70년 간 핵심 안보 동맹에서 필수 글로벌 협력관계로 성장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도 국제무대에서 달라진 한국의 위상에 걸맞는 역할 확대를 모색할 것임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습니다.
특히 지난달 20일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격차 완화를 위해 중추국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넓혀나갈 것이라면서 한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음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세계 시민의 자유와 국제사회의 번영을 위해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한동맹은 더 이상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상호 호혜적 관계가 됐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관계 재정립은 미한동맹 70년의 기틀 아래서 한국이 이룩한 기적적인 경제 성장과 민주적 국가로의 진화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핵 협상에 깊이 관여하면서 역대 한국 정부와도 수십 년 간 함께 일해왔던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9일 VOA와의 화상통화에서 “1945년 분단 이후 한국은 정말 놀라운 성공 스토리를 써왔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볼튼 전 보좌관] “I think the story of the Republic of Korea really since partition in 1945 has been a really amazing success story. And I think the US has been part of it but fundamentally it's the Korean people who have done it. And I was in Seoul this past spring and people were talking about the anniversary and the close military relationship. And somebody showed a picture of from Korean War days and it was a US pilot kind of instructing a group of 10 or 12 South Korean pilots actually in Japan standing next to an airplane. And that was the symbol of the relationship then. But then there's a new advertisement I think that comes out that shows American and Korean pilots walking together and that's the reflection of what the alliance is today."
볼튼 전 보좌관은 이 같은 성공은 미국의 역할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한국 국민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최근 미한동맹 7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본 한국전쟁 당시 사진을 언급하면서 과거와 달라진 미한 관계를 설명했습니다.
그 사진에는 한국전쟁 당시 미 공군 조종사가 10명 남짓의 한국 공군 조종사들에게 비행 훈련을 실시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고, 그것이 그 당시 미국이 한국에 혜택을 베푸는 미한동맹의 관계를 상징하는 모습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과 한국의 조종사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새로운 텔레비전 광고가 방영되고 있다면서, 이것은 달라진 미한동맹의 현재 모습을 반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전쟁과 한국 역사를 연구해온 데이비드 필즈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동아시아학연구소 부소장도 VOA에 “미한동맹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상호 협력관계로 출발하지 않았다”면서 한국전쟁 후 어려움을 겪는 한국이 미국으로서는 얻을 것이 많지 않은 “그리 달갑지 않은 동맹국”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필즈 부소장] “I think it's very important to understand that this alliance did not start out that way. That was his price for abiding by the armistice. And so no one was happy. No Americans were happy about this alliance at first. It's only when Korea started to democratize in the late 1980s and 1990s this alliance for the first time became something that Americans could actually be proud of. And I think as Korea has become a more vibrant democracy, this alliance has really become more of a partnership and more of an alliance that's focused on shared values and a shared view of the world rather than out of just the security necessities of the ROK. ROK is no longer a liability to the United States, it's now an asset.”
필즈 교수는 한국이 전후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1980년대 후반부터 민주화의 길을 걸으면서 미국인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동맹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더욱 활기찬 민주주의 국가가 되면서 미한동맹은 단순히 안보적 필요성을 넘어 공동의 가치와 세계관에 초점을 맞춘 동맹 및 파트너 관계를 갖게 됐다”며 “한국은 더 이상 미국의 부채가 아니라 자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 같은 미한동맹의 진화는 전후 폐허가 된 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데 토대가 된 1970년대 경제 성장이 그 밑바탕이 됐다고 진단합니다.
[녹취: 스탠거론 국장] “If you were to talk to anyone at that time, this is a future they could not have imagined. And if we look at the situation when the Korean War ended, South Korea was among the poorest countries in the world 67 per capita GDP. All of the industry and resources that were on the peninsula were largely on the northern half. So there wasn't a lot for South Korea to work for. But thanks to the political stability and security that the alliance has provided and the ingenuity and the hard work of the Korean people, South Korea is now the 10th largest economy in the world.”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은 VOA에 “한국전쟁이 끝났을 무렵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이 67달러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다”면서 한반도의 거의 대부분 산업과 자원 기반이 북한 쪽에 있었기 때문에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미한동맹이 제공한 정치적 안정과 안보, 그리고 한국 국민들의 창의성과 노력이 더해서 한국은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 했다면서 “한국전쟁 당시와 비교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2년간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서먼 전 사령관도 자신이 초급 장교였던 시절부터 사령관을 지낼 때까지 한국군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면서 한국 국방력의 발전을 지켜봤다고 회고했습니다.
[녹취: 서먼 전 사령관] “I think the Republic of Korea have a very strong defense with its ground forces and its air forces and maritime forces. I had during my time in Korea. I felt very good about working side by side with the South Koreans because I knew they would do what we asked them to do. Because we were focused on one common goal and that was to defend against aggression and protect the South Korean people and prevent war. The Korean military, which started from virtually nothing, has now become one of the top five military powers in the world. I'm very proud to have watched it and helped with some of it.”
서먼 전 사령관은 “현재 한국군은 육군과 공군, 해군, 해병대 등 모든 분야에서 매우 강력한 국방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고, 지난 70년간 침략을 방어하고 한국 국민을 보호하며 전쟁을 막겠다는 일념으로 미군과 함께 노력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상 무에서 출발한 한국군이 이제 세계 5위권의 군사 강국 중 하나가 됐으며, 그 과정을 지켜보고 일부 도움이 됐다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미한 상호방위조약 체결 당시 세계 바닥권이었던 한국의 군사력은 2022년 기준 세계 6위권, 국방비 지출은 502억 달러로 세계 10위에 올라섰습니다.
또 두 나라 정부에 따르면 양국 교역 규모는 2006년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영향 등으로 2021년에 1천 691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10년 만에 66.1%가 증가했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023년 현재 1조6천733억 달러를 기록해 전 세계 13위를 기록하는 등 경제와 국방 분야 모두 지난 70년 간 큰 성장세를 기록해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외교 분야에서도 오늘날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보여주고 있는 역량과 중요도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오늘날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세계 무대에서 주요 행위자가 되기 위해 전진하고 있다”며, 한국이 국제 무대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한 비전도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ROK today is moving towards becoming a major actor on the world stage as a "Global Pivotal State. Korea's transformation from aid recipient to aid donor, and its growing economic strength, has been accompanied by a changed vision of the role that the ROK should play in the world. The centerpiece of this new role is Korea's diplomatic activism, which can be seen by its ongoing effort to expand ties in Europe, with NATO, via its Indo-Pacific strategy, and its important focus on a values-based approach to diplomacy. Korea will soon begin a two-year term on the UN Security Council. It's not unreasonable to expect big things from Seoul during this period. All of these are very big changes compared to Korea's past.”
이어 “이러한 새 역할의 중심에는 한국의 외교적 적극성과 자신감이 반영돼 있다”면서 새 인도태평양 전략 수립과 유럽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관계 확대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내년부터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임기를 시작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한국의 역할에 많은 국가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으며 “이는 과거 한국 외교의 역량과 비교하면 매우 큰 변화”라고 지적했습니다.
존 볼튼 전 보좌관도 과거 북한과 협상을 진행했을 때 한국 측 카운터파트들과 협력한 사례를 거론하면서 한국이 미국의 조력자에 그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대등하고 자주적인 목소리를 내는 외교력을 갖춘 나라로 국제 무대에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할 정도로 뛰어난 외교 역량을 갖춘 국가이며, 역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가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볼튼 전 보좌관] “I think South Korea is a significant player on the international team. I think it was in part a recognition of that Ban Ki Moon became Secretary General of the United Nations.
You know I first met him when he was the deputy chief of mission in Washington back in the first Bush administration. And he was a very successful Secretary General. And I think the role that South Korea has played politically, economically, militarily in East Asian affairs makes it one of the most significant players there.”
지난 50년간 미국 외교관으로서 누구보다도 한국과 가깝게 일해왔던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대리도 한국이 지난 70년간 여러 역경과 위기를 극복하고 다방면에서 세계 선도국의 위치에 선 것을 매우 높이 평가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Across the nearly five decades I have directly worked in or on Korea as a U.S. diplomat, I have witnessed firsthand the determination and resilience of the Korean people to overcome all challenges, whether it be achieving democracy with a free press (1980’s-90’s), overcoming an existential economic crisis (1997-99), successfully managing an epochal pandemic (2020-21) and, most notably, being resolute and vigilant in the face of a persistent and growing threat from the North, while keeping the door open to engagement and ultimately peace on the peninsula. The United States is deeply proud to have been a true friend and staunch ally throughout.”
한국은 80~90년대 자유언론을 통한 민주주의 달성과 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대표되는 실존적 경제 위기 극복,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의 성공적 관리 등 여러 역경을 이겨내 왔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북한의 지속적이고 증가하는 위협에 맞서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관여와 궁극적인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문을 열어두는 등 모든 도전을 극복하는 한국 국민들의 결단력과 회복력을 직접 목격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제 한국의 진정한 친구이자 굳건한 동맹국이라는 사실에 깊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최근 한국의 문화적 발전상을 매우 흥미롭게 평가하면서, 한류가 앞으로의 새로운 미한 관계를 정의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데이비드 필즈 위스콘신대 동아시아학연구소 부소장은 자신이 지난 2007년 대학에서 처음 한국어 관련 강의를 시작했을 때 수강생은 10여 명 남짓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정기적으로 1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수강하고 있다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미국 내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특히 과거 미국이 영화나 음악, 음식 등 문화적 요소를 통해 민주적 가치를 전파하고 한국이 이를 바탕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였다면, 이제는 한국의 문화적 컨텐츠가 미국에 영향을 미치고 양국 간 상호 교류의 폭을 더 넓힐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필즈 부소장] “In this case and a lot of young people in the United States and not just young people actually people of all ages are really drawn to these Korean cultural products. And they really enjoy consuming them. And I think it's really become another avenue through which Americans connect with Korea and become interested in Korea. And I think that this can only strengthen ties between the US and Korea. I think most of the budding Korean specialists of the upcoming generation will have discovered Korea through popular culture not through interests in history or security or geopolitics. So the effects of this could be far reaching.”
필즈 부소장은 특정 세대나 인종이 아닌 모든 연령대와 다양한 인종의 미국인들이 한국과 연결되고 한국에 관심을 가지며 한국을 소비하는 데 한류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 컨텐츠가 하나의 통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세대의 한국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역사나 안보, 지정학적 관심이 아닌 대중 문화에 관심을 갖고 한국을 연구하게 될 것이며, 이것이 미한 관계 강화의 새로운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미국의 유명 한류 연구학자인 샘 리처드 펜실베니아주립대 교수도 “우리가 다른 나라의 정치와 역사에 처음 관심을 갖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에 매료되기 때문”이라면서 한류가 양국 간 동맹과 미래 관계에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처드 교수] ““The first time we became interested in the politics and history of another country is because we attracted to that country’s culture. So I think that this is many ways going to underpin an important part of the future of the relationship and the alliance that this is what’s drawing people to Korea.”
그러면서 한국의 문화적 성장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한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진정한 동맹 국가로 진화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척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한동맹은 지난 70년 동안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볼튼 전 보좌관] “I think another example of that came recently with the sale of weapons and ammunition artillery to Poland because of their needs given the Russian invasion of Ukraine. Mean that shows South Korea really a player on the world stage.”
존 볼튼 전 보좌관은 특히 안보 분야에서도 한국이 최근 폴란드와 호주 등 각국에 무기 수출을 확대하면서 미국을 돕고 있고, 경제적 투자나 다른 분야 이익도 한국에서 미국으로 흘러가는 등 호혜적 관계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미한동맹에서 한국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한국이 지금까지의 성공적인 미한동맹의 성과와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급진적인 정책 변화나 방향 전환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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