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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매들린 개빈 감독]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 통해 북한 주민 목소리 전달 원해”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의 매들린 개빈 감독. 사진 = 매들린 개빈 감독 제공.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의 매들린 개빈 감독. 사진 = 매들린 개빈 감독 제공.

탈북민들의 탈출 이야기를 그린 다큐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전 세계에 전달되길 바란다고 영화를 제작한 매들린 개빈 감독이 말했습니다. 개빈 감독은 4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우드스톡 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과 편집상을 받아 큰 영광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개빈 감독은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내 성폭력 피해 여성 공동체의 치유와 회복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다큐영화 ‘기쁨의 도시(City of Joy)’로 여러 영화제 수상 경력이 있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저명한 감독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개빈 감독을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국 아카데미상 단편 부문에 출품 자격이 주어지는 우드스톡 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상과 편집상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이번 수상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개빈 감독) 정말 큰 영광입니다. 저는 우드스톡 영화제를 정말 좋아합니다. 마법 같은 곳이죠. 우드스톡 영화제에 여러 번 가봤지만 제가 감독한 영화가 상영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래서 정말 영광이었죠. 그리고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영화 제작을 위해 사전 조사를 했을 때 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어떤 순간 깨닫게 됐죠. 저는 인터넷에 들어가서 북한에 관한 모든 것을 읽고, 모든 것을 찾아봤죠. 그런데 거기에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려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 영화가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우드스톡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가장 큰 영광 중 하나는 바로 그 부분입니다. 이 영화는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입니다.

기자) 지난 1월이었죠. 세계 독립영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이후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계속 좋은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개빈 감독) 네, 맞아요. 아스펜영화제에서도 관객상을 받았죠. 호주 시드니 국제영화제에서도 관객상을 받았고요. 폴란드에서도 상을 받았습니다. 다른 몇 가지 상은 제가 잊어버렸을 수도 있지만, 운 좋게도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기자) 어떤 계기로 영화를 제작하게 됐나요?

개빈 감독) 저에게 동기를 부여한 것은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북한 주민 2600만 명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기획자로부터 영화 제작에 대한 제안을 먼저 받았어요. 당시에는 ‘일곱 개의 이름을 가진 소녀’란 제목의 회고록을 쓴 이현서 씨가 중심이 되는 영화였어요. 제작자들이 제게 연락을 해왔을 때 처음에 제가 그 영화를 만들 적임자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죠. 그 당시에는 북한에 대한 지식이나 개인적인 인연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영화를 만들려면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들은 저에게 조사를 해보라고 권유했고 저는 그렇게 했죠. 조사를 하면 할수록 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북한에서 일어나는 실제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서 씨와 함께 영화를 촬영하기 시작했는데, 현서 씨도 탈북한 지 20년이 넘었기 때문에 영화에 현재에 대한 어떤 요소를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그리고 관객들이 탈북민을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체험적인 영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기자) 그래서 한국 방문 중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를 만나 ‘비욘드 유토피아’의 사실상 주인공인 노 씨 가족과 북한에서 17살 아들을 데려오려는 한국 내 탈북민 이소연 씨를 소개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원래 기획과는 다르게 진행됐군요.

개빈 감독) 네, 이 영화를 만들려면 현서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북한 주민의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이 모든 것이 시작됐죠.

서울에서 촬영 중인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의 매들린 개빈 감독. 사진 = 매들린 개빈 감독 제공.
서울에서 촬영 중인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의 매들린 개빈 감독. 사진 = 매들린 개빈 감독 제공.

기자) 영화 프로듀서로 미국의 북한인권단체인 링크(Liberty in North Korea)의 해나 송 대표, CIA 출신의 북한 전문가인 수미 테리 박사, 탈북민 이현서 씨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 것도 인상적입니다.

개빈 감독) 사실 해나 송과 수미 테리 두 사람은 프로듀서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링크의 해나 송은 영화 제작비를 모금할 때 재정적 후원을 해주었죠. 그리고 제가 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미 테리 박사도 참여했어요. 수미 테리는 프로듀서 중 한 명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였죠. 그래서 처음에는 컨설턴트로 참여했고 모든 것에 대해 조언을 구했죠. 그러다가 수미 테리의 역할이 확대되고 프로젝트에 많은 기여를 했기 때문에 정식 프로듀서가 됐습니다. 정말 놀랍죠. 말씀하신 대로 우리는 비정부기구(NGO), 시민운동계, 정계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바라 데믹 기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어 정말 놀라웠고 다른 언론인들도 참여했습니다. 제게는 영광이었습니다.

기자) 영화 제작 전후로 탈북민에 대한 지식이나 인식도 많이 변했을 것 같습니다.

개빈 감독) 글쎄요. 저는 탈북민을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제가 처음 만난 탈북민은 현서 씨였는데, 현서 씨에게 완전히 반해서 바로 푹 빠졌죠. 물론 그의 책도 읽고 탈북자들 관련 책도 읽었어요. (‘세상에 부럼 없어라’의 저자인 LA타임스 기자 출신) 바바라 데믹의 책도 읽고 손에 닿는 대로 다 읽었어요. 가장 놀라웠던 것은 북한에서 국경을 넘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탈북자 노 씨 가족을 만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정말 문화가 충돌하는 것 같았죠. 미국인에 대해 (부정적) 신화를 듣고 자란 노 씨 가족은 북한에서 막 나오자마자 미국인을 만났고, 우리는 노 씨 가족이 다른 세계를 알거나 이해하기도 전에 북한에서 갓 나온 그들을 만난 것입니다. 그래서 매우 흥미로운 과정이었습니다. 이후 그들 모두와 매우 가까워졌고 지금은 평생 지속될 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은 제 인생에서 만난 사람들 중 가장 강인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탈북민들을 만난 것이 정말 영광스럽고 그분들에게 존경심을 느낍니다.

기자) 탈북 과정을 촬영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요?

개빈 감독)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감정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 탈북민들과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걱정되는 마음, 특히 소연 씨와 매우 가까워지면서 소연 씨가 겪고 있는 일과 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노 씨 가족과 함께하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매우 힘들었죠. 당시에는 감정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기자) 과거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판적으로 풍자하며 암살하는 내용을 다뤘던 영화 배급사(소니픽처스)가 북한의 사이버 해킹 보복으로 큰 타격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탈북민을 “인간쓰레기”라고 비하합니다. 영화를 제작하면서 혹시 두려움은 없었나요?

개빈 감독) 저도 한동안은 분명히 두려웠어요. 하지만 이 영화는 김정은 정권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기 때문에 갈수록 두려움을 덜 느끼게 됐죠. 이 영화는 주민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물론 영화의 배경을 보면 김정은 정권과 그들의 정책은 명백히 주민들이 조국을 탈출하고 싶어하는 이유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정말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소니 픽처스의 영화는 대부분 김정은과 정권을 조롱했죠. 그러나 우리 영화가 김정은에 대해 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매일 뉴스에서 들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저희는 모든 검증을 위해 운동가, 비정부기구, 정책 전문가들과 함께 이 모든 것에 대한 우려를 직접 점검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검증을 거치면서 사실 두려움은 줄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이자 가장 중요한 이유는 프로젝트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소연 씨와 김성은 목사님, 그리고 노 씨 가족 등과 가까워질수록 이젠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정말로 이 이야기를 해야만 했습니다.

기자) 영화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아카데미상 다큐 부문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어떤 기대가 있으신가요?

개빈 감독) 잘 모르겠어요. 우리의 희망은 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하기 때문이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북한 내부의 삶의 현실이 드러나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만난 사람들이 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가 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북한에는 여전히 2천6백만 명의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정말로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교육과 인식을 통해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영화에서처럼 북한 외부의 정보를 입수해 관객들에게 공개하고 이를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의 정보를 입수해서 여러분의 친구들에게 북한 주민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것과 외부 세계가 실제로 어떤지 알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자) 이 영화가 이달 말 미국에서 이틀간 특별 이벤트를 통해 600여 개 극장에서 개봉됩니다. 중국에 억류 중인 2천여 명의 탈북민이 곧 북송될 것이란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개봉됩니다.

개빈 감독) 그것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중국이 송환 정책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싶습니다. 강제북송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보고 북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제가 정말 바라는 것입니다. 저는 정말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 가서 북한 주민들의 맥박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근 우드스톡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 영화상과 편집상을 수상한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의 매들린 개빈 감독으로부터 수상 소감과 탈북민 영화를 만든 이유 등을 들어 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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