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돌아와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미국의 은행에 동결돼 있던 북한 자금 약 220만 달러를 회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려항공의 대리기관으로 지목된 러시아 은행의 자금이 웜비어 가족의 배상금으로 충당된 것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최근 미국 뉴욕 남부 연방법원은 ‘뉴욕 멜론은행’에게, 예치된 북한 자금을 오토 웜비어의 부모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 시스템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재판부는 지난달 23일 뉴욕 멜론은행에 예치된 북한 자금 220만 3천258달러를 넘겨받게 해 달라는 신디와 프레드 웜비어 씨의 요구를 최종 승인하고, 판결 후 20일 이내 지급을 명령했습니다.
해당 자금의 원소유주는 러시아 극동은행이지만, 웜비어 씨 부부는 극동은행이 북한 고려항공의 대리, 대행 기관이라는 이유를 들어 소유권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실제로 극동은행은 지난해 5월 북한 고려항공에 대한 재정적, 물질적, 기술적 지원 등을 제공한 혐의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에 의해 제재됐으며, 당시 해외자산통제실은 극동은행에 대해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 강화법’을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 강화법은 재무부가 고려항공 같은 제재 대상에 고의로, 상당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기관에 ‘세컨더리 보이콧’ 즉 제3자 금융 제재를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북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금뿐 아니라 제 3자 대북 금융 제재 대상의 자금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길을 열은 것인데, 웜비어 씨 부부가 자신의 아들의 이름을 딴 이 법의 첫 수혜자가 된 것입니다.
앞서 웜비어 씨 부부는 2015년 12월 북한에 여행을 갔다가 17개월 동안 억류됐고 이후 혼수상태로 돌아와 숨진 아들 오토 웜비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북한 정권을 상대로 2018년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5억 달러의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후 웜비어 씨 측은 북한 자산 추적과 압류 등 여러 수단을 활용해 북한 정권을 압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신디 웜비어 / 오토 웜비어 어머니 (2019년 12월)
“북한에 보내는 나의 메시지는 항상 같습니다. ‘사람이 소중하고 오토 웜비어가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우리 아들을 절대로 잊지 못하도록 만들 겁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웜비어 씨 부부는 북한산 석탄을 불법 운반하다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된 뒤 미국 정부에 몰수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해 이후 매각 대금을 받았습니다.
또 지난해 1월엔 뉴욕의 한 금융기관이 동결한 북한 조선광선은행의 자금 24만 336달러를 찾아내 회수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번 법적 조치와 관련된 내용을 북한과 극동은행에 통보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웜비어 씨 측 주장을 최종 결정문에 인용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