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른바 군사정찰위성을 예고보다 10시간 이상 앞당겨 기습 발사한 21일 밤, 당시 인근 상공에서는 중국 민항기들이 비행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파악된 것은 중국 국제항공 등 4대였는데, 북한이 예고한 시각보다 미리 기습적으로 발사를 감행하면서 민간 항공기들이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규)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한 시각인 21일 오후 10시 42분.

항공기 운항 상황을 보여주는 플라이트 레이더 24의 지도입니다.

북한의 발사 지점인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남서쪽 약 150km 떨어진 곳에 중국국제항공 CA 8316편이 비행 중인 상황이 보입니다.

중국 선양을 출발해 상하이로 향하던 이 여객기의 남쪽 진행 방향 약 220km 지점은 북한이 1차 로켓 추진체의 낙하 장소로 예고한 장소입니다.

실제로 CA 8316편은 약 40분 후 낙하 예고 지점 바로 옆을 지나 사실상 북한 우주발사체의 이동 방향을 따라 비행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1일 항행구역 조정국에 UTC 즉 협정세계시를 기준으로 22일 0시부터 다음 달 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예정된 시각보다 약 10시간 앞서 발사를 감행하면서 중국 민항기는 이 항로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산둥항공과 남방항공, 춘추항공 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 인천을 막 이륙해 중국 칭다오로 향하던 SC 4620편은 이날 오후 10시 42분 북한의 1차 추진체 낙하 예고 지점에서 북쪽으로 약 95km 떨어진 곳에서 위치가 확인됐습니다.

북한의 2차 추진체 낙하지점에서는 북쪽으로 불과 30~40km였고, 1차 추진체 낙하지점 기준 남쪽으로 약 80km 떨어진 항로에서는 중국 남방항공 CZ 6209편과 중국 춘추항공 9C 8545편이 이동 중인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넓은 상공에서 항공기와 우주발사체 충돌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조류 같은 작은 물체와의 충돌에도 추락할 수 있는 항공기의 특성상 당시 수백 명이 탑승한 이들 여객기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했던 것입니다.

VOA는 국제민간항공기구 ICAO에 북한이 예고한 발사 기간을 지키지 않은 데 따른 입장을 묻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한국이 북한의 이른바 정찰위성 발사 이후 9.19 남북 군사합의의 일부 조항에 대해 효력을 정지한 데 대해 북한의 지속적인 협정 위반에 대한 신중하고 절제된 대응으로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VOA의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하면서, 남북군사합의가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북한이 이 합의를 지키지 않음으로써 한국의 안보에 감당할 수 없는 도전이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국의 효력 중지 조치로 군사분계선 한국 측 지역의 감시와 정찰 활동이 복원돼 북한의 위협을 감시하는 한국의 역량이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데 대응해 22일 국무회의를 열어 9.19 남북군사합의 1조 3항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 정지를 의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