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 밀착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다른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중국이 북중러 연대 참여에는 거리를 두면서 북한과의 양자 협력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한과 러시아가 전례 없이 군사적으로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며 무기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와 신종 코로나 사태와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북한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2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The Russians have made a point of saying that they have not violated any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but the very act of providing any kind of military assistance to North Korea would be a violation of the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he Russian government approved and supported all of the sanctions being applied on North Korea. So not only would the provision of arms be an egregious violation of those UN Security council sanctions. It would also be a tremendous act of hypocrisy on the part of Russia. And the only question is how substantial and how much of an egregious violation of the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So this is a serious matter.”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국제적으로 고립된 양국이 무기와 군사 기술을 맞교환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러시아가 모든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지지한 사실을 거론하며,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지원은 “지독한 안보리 결의 위반일 뿐 아니라 엄청난 위선”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얼마나 더 심각한 제재 위반이 있을 것인지가 유일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올들어 지속적으로 북러 간 무기 거래 정황을 폭로하고 관련 인물들에 제재를 가하면서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제고해왔습니다.
지난 1월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5량으로 된 러시아가 열차가 지난해 11월 8일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이동했으며, 해당 열차가 다음 날 컨테이너를 싣고 러시아로 되돌아 갔다”면서 북러 무기 거래 정황을 포착한 위성사진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녹취: 커비 조정관] “This imagery shows that on November 18th, five Russian rail cars traveled from Russia to North Korea. On the next day, November 19th, North Korea loaded those rail cars with shipping containers and the train returned to Russia.”
또 3월에는 미 재무부가 북러 무기 거래 중개를 시도한 혐의로 슬로바키아 국적자 아쇼트 므크르티체프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13일 백악관은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천개 이상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며 라진항에 적재됐던 해상 운송 컨테이너 약 300개가 선박에 실려 러시아로 향한 위성사진을 함께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무기 거래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인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서기관은 지난 16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우리는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의혹에 대한 미국의 주장을 전면 배격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인철 서기관] “In addition, we categorically reject the US allegation of the alleged DPRK Russia arms dealings. It is a politically motivated disinformation campaign aimed at tarnishing the image of the DPRK, a dignified UN member state.”
그러나 이런 해명과 달리 양국의 군사적 밀착은 지난 9월 열린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더욱 가속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월 러시아 보스토니치 우주기지에서 4년 9개월만에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북한과의 군사기술 협력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와 같은 국제 규정 틀 내에서도 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하는 탄약 못지 않게 그 대가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받게 될 것이 무엇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워왔습니다.
백악관은 지난달 21일 VOA에 “북한이 지원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전투기와 지대공 미사일, 전차, 탄도미사일 생산 장비 등을 포함한 군사적 지원을 받고자 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NSC 대변인] “In return for its support, we assess that Pyongyang is seeking military assistance from Russia, including fighter aircraft, surface-to-air missiles, armored vehicles, ballistic missile production equipment or materials, and other advanced technologies.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조정관은 22일 VOA에 북러 정상회담 이후 민감한 군사 분야에서 전방위적 거래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구식 장비를 갖춘 북한이 현대식 전투기와 방공 시스템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North Korea desperately needs more modern fighter aircraft and air defense systems because its current equipment is very antiquated. So I think it makes sense that from a strictly military standpoint North Korea would want to get air defense capabilities to protect itself against the air superiority advantage that the US and the ROK have over North Korea.”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 담당 국장은 22일 VOA에 북한이 핵 능력을 배가할 수 있는 잠수함 개발과 미국을 겨냥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향상을 위한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제공 받으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Obviously the North Koreans have developed a new a new submarine which supposedly has nuclear capability fire nuclear missiles. They may be looking for some additional technology to help enhance the capability of that class of submarine. North Korea may be looking for technology to enhance their ICBMs. And the Russians may be a little bit more willing to help out on that especially since the Hwasong 18 seems to be based on a Russian system. And so the Russians might be able to provide them some additional information on that.”
한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가 기술적 도움을 주면서 지난 21일 감행된 북한의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의 성공 확률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습니다.
북러 간 밀월은 지난 7월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계기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방북하면서 가시화됐고, 9월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10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방북으로 한층 깊어졌습니다.
이달 15일엔 평양에서 제10차 북러 경제공동위를 열고 무역, 경제, 과학기술 등 각 분야에서의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 사업을 활성화하고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전했습니다.
켄 고스 국장은 두 나라가 군사 협력을 매개로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 등을 늘리는 ‘협력의 다각화’를 모색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특히 북한으로서는 정권에 자금줄이 되는 해외 노동자를 러시아에 더 파견하기를 원할 것이며, 러시아도 전후 복구 등을 위해 북한 인력 확충을 바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that if you had to look at the two areas of where cooperation could be it probably would be some element or mixture of defense and economic issues. That could easily be on the table. They may want to enhance the workers there which obviously brings in hard currency into the regime.”
현재 북한 노동자의 해외 취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에 따라 금지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러간 군사 협력이 그 자체로도 역내 및 국제 정세에 매우 파급 효과가 큰 우려 사안이지만 더욱 큰 문제는 중국이 이에 합세해 ‘북중러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역내 미한일 3각 공조가 구체화되는 상황 속에서 북중러 연대가 공고해지면 자칫 진영 간 대결 양상으로 흐르면서 ‘신냉전’ 상황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북러 밀월이 중국으로까지 확대되고 북중러 3국 간 협력이 미한일 3국 협력 수준으로까지 발전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합니다.
미 국무부 출신의 토머스 신킨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현재 러시아, 북한과는 이해 관계와 셈법이 다르다며,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를 의식해 공개적인 지원 의사를 피력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신킨 선임연구원] “I think China is trying to be quiet about how it helps Russia and quiet about how it helps North Korea. So I'm not sure that China would get a great deal out of participating in this kind of a meeting especially if it's along the lines that you and I have discussed where both sides are trading things that the international community would strongly disapprove of.”
중국은 경제 대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북중러 연대에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만큼 러시아와 북한을 물밑에서 조용히 돕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가 전례 없이 군사적으로 밀착하는 가운데 외교적으로 이들과 다소 거리를 두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9월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북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 “북한 지도자가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북한과 러시아 양국 간의 일이며, 북중 관계가 아닌 북러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새뮤얼 웰스 우드로윌슨센터 냉전 연구원도 중국이 북중러 연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바라봤습니다.
[녹취: 웰스 연구원] “When people talk about a new cold war it's really misleading. I think because whatever this new situation is, it's quite different from the old cold war. And the Chinese are number two and very close to coming number one economic power in the world. And without that ability to engage in international commerce and investment, they can't provide satisfaction to the population which has now had enough expansion of education and income that they don't want to shut down and just be isolated as Russia has been for quite some time. So they're trying to find the middle way.”
웰스 연구원은 현재 국제 정세는 과거 미국과 러시아 간 군비 경쟁이 극에 달했던 냉전 시대와는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은 국제 상업과 투자에 참여할 기회를 잃게 되면 자국민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며, 러시아처럼 국제적으로 고립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중간 지대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웰스 연구원은 북중러 협력 관계는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과 미중 간 패권경쟁의 지속 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경쟁의 틀 안에서 북핵 문제를 다루면서 러시아와의 밀착보다는 북한과의 양자 교류·협력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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