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카이스트와 홍콩과기대, 싱가포르국립대 등 국제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북한의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홍콩과기대의 박상윤 교수는 27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기계와 인간의 협업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에서 대북제재로 대도시와 농촌간 경제 발전 격차가 심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대북제재 이후 경제특구보다 관광특구가 더 발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습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에는 AI 학습을 위해 탈북민들이 참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박상윤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주간 위성 영상들을 가지고 북한처럼 통계가 부족한 나라들의 경제 상황을 분석하는 AI 기법을 개발하셨는데요. 먼저 이번 연구의 목적이 궁금합니다.
박상윤 교수) 북한 하면 생각나는 것이 빈곤, 저개발 국가라는 이미지는 있는데 막상 북한에 대한 경제 지표는 하나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경제 지표가 나온 게1950년, 1960년대로 알고 있는데요. 북한의 경제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경제학자들끼리 찾다가 ‘사이언스’에 출판된, 인공위성을 토대로 모델을 만들어서 아프리카 빈곤을 추측한 논문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카이스트와 IBS(기초과학연구원) 교수님들과 연락을 해서 기술적인 협업이 가능하신 지 여쭤봤고 모두 응하셔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북한뿐 아니라 통계 자료가 없는 나라가 상당히 많거든요. 동남아만 봐도 미얀마, 방글라데시 이런 곳은 통계가 없고요. 인구센서스를 진행하기는 하는데 그것으로는 경제지표로 볼 수 없어서 이런 저개발국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여러 분야에서 융합해서 만들어보자 해서 시작됐습니다.
기자) 위성영상을 토대로 AI모델을 개발하신 건데, 어떤 자료가 이용됐나요?
박 교수) 이번 영상은 유럽우주국이 제공하는 센티넬-2 영상들이거든요. 보통 한 픽스, 그러니까 사진 속에 보면 점이 있잖아요. 사각형 모양의 그 픽셀 단위가 10미터인데요. 그 정도가 되면 도로, 건물, 밭, 나무 등이 식별이 됩니다. 작은 구역을 세밀하게 분할한 후에 이런 시각적 정보를 기반으로 AI기법을 통해 수치화한 겁니다. 그래서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북한 등 저개발국가의 자료를 다운로드 받아서 사용했습니다.
기자) 그럼 AI 모델이 어떻게 작동되는 건가요? 관련 영상들을 어떻게 분석하는지 궁금합니다.
박 교수) 이번 AI가 기존 AI와 다른 점은 사진을 보여주고 ‘그라운드 라벨’을 매겨요. 예를 들어 이것은 10이다, 이것은 9다 이런 식으로요. 라벨링을 해서 AI를 학습을 시키거든요. 그리고 나면 나중에는 AI가 라벨을 보고 스스로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지식을 습득하게 돼요. 그런데 북한이나 저개발국가들은 이런 통계자료에서 나오는 라벨링이 없잖아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그럼 우리가 사람의 눈으로 판단했을 때 이 영상이 나타내는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더 개발됐는지를 판단해서 그걸 학습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AI가 인간이 제공한 정보를 학습해서 영상 자료에 경제 점수를 부여하게 만들었습니다.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죠.
기자) 북한 같은 경우는 가뜩이나 통계 자료가 없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로는 더욱 그렇거든요. 이번 연구를 통해 북한 경제에 어떤 변화가 감지됐나요?
박 교수) 저희가 이번에는 코로나 전의 대북 무역제재에 따른 북한 경제에만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코로나 이후 북한 경제의 변화 관련 연구 결과는 조만간 공개하려고 하고요. 일단 저희는 주간 영상을 사용했는데 크게 3가지 결과가 나왔어요. 첫번째는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평양이나 대도시와 농촌의 경제 발전의 격차가 심해졌고요. 점수로 치면 도시의 점수는 더 올라갔는데 농촌은 점수가 떨어지거나 천천히 올라갔어요. 또 북한의 경제발전시스템은 기업들이 알아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에서 이 지역, 저 지역에 어떻게 경제개발을 시키겠다는 플랜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북한에서 특별히 지정한 개발구역을 집중적으로 AI가 살펴보도록 했는데, 그랬더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전후로 비교했을 때 수출이나 공업, 가공품 집중 지역에는 별 발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반면에 대외무역에 의존하지 않는 관광개발구역 그러니까 리조트, 스키장 개발 구역, 이런 지역은 발전이 많이 이뤄졌더라고요. 또 저희는 주간 영상을 사용하다 보니까 그야말로 영상이 지표면을 찍었을 때의 모습만 확인이 가능하고 광산 같은 지하에서 이뤄지는 활동은 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라늄광산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가 있죠. 공개된 것들이니까요. 그래서 봤더니 우라늄광산이 있는 지역에 있는 영상들이 그 기간 동안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더욱 발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그 영상을 더욱 집중적으로 클로즈업해서 확인을 해보니 실제로 그 지역에 시설물들이 많이 올라온 것을 발견했어요. 정확히 그 건물의 용도 등은 알 수 없지만 뭔가 시설물들이 세워진 것은 파악을 해서 ‘아, 제재 전후로 광산과 관련된 개발이 이뤄지고 있나’ 이런 추측은 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이번에 AI가 분석한 다른 통계부족국가들의 경제 수준과 북한을 비교했을 때 북한 만의 특이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박 교수) 어떤 것들을 저희가 볼 수 있었는가 하면 북한의 영상을 AI에 학습을 시킨 후에 동남아 국가에 적용을 해 봤거든요. ‘한 나라에서 잘 됐을 때 다른 나라에서도 잘 될 것이냐’ 이런 학술적인 측면에서 접근을 해봤는데 잘 안 나오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 주간 영상을 사용하다 보니 도시의 생김새를 보고 AI가 판단을 하잖아요.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이 지역의 도시 형태, 주거 형태가 북한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연구 결과로 얻었고요. 대신, 각각의 나라에 커스터마이즈해서 되느냐를 봤을 때는 어느 정도로 잘 됐어요.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번 AI는 사람의 눈으로 판단해서 그걸AI에 학습시켰다고 말씀 드렸는데, 연구 하려는 지역 전문가, 그 지역에서 살았거나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경우에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고 그게 AI학습에도 도움이 됐어요.
기자) 그럼 북한의 경우는 탈북민 도움을 받으셨나요?
박 교수)예 그럼요. 저희 전문가 10명을 섭외했는데 그 중 몇 분은 탈북자 분들이셨죠. 또 몇 분은 이런 데이터를 많이 만져 보신 분들이 도움을 주셨고 경제학자분들이 참여해서 작업했습니다.
기자) 이번AI의 강점은 무엇이었는지, 또 연구하시면서 느낀 한계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박 교수) 강점이라고 하면 역시 결국 저비용 고효율인 거 같습니다. 일단 통계 데이터가 필요가 없다는 거죠. 통계 데이터를 만들려면 중앙 정부에서 엄청난 자원을 투입해서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것이 없이도 어느 정도 경제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저는 혁신적인 정보 수집 능력이라고 생각하고요. 좀 전에 제가 전문가 10분을 섭외했다고 했는데, 사실 인간이 위성 영상 분류 작업을 하는데 한 시간, 두 시간 정도 투자해서 기계를 학습시킨 거거든요. 빠르고 효율적이죠. 그게 저희 모델의 강점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하면서 느낀 한계점 중 하나는 일단 위성 영상의 해상도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 깨달았어요. 주간 위성을 쓰기 때문에 겨울에 눈이 덮이면 못 쓰고요. 날씨도 상당히 맑아야 하고요. 그래서 저희가 다음 프로젝트에는 고해상도를 갖고 연구를 하려고 합니다. 또 저희는 지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기 때문에 지하에서의 경제활동을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기자) 이번 연구가 어떤 역할을 하길 희망하시나요?
박 교수) 저희 연구팀이 북한에 큰 관심을 갖긴 했지만 꼭 북한만 국한해서 연구를 한 건 아니고 북한처럼 통계가 없는 나라들에 뭔가 도움이 될 것이 없나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정책 결정을 할 때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데이터 기반(data base), 증거 기반 (evidence base)이잖아요. 점점 이런 것들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정책 결정을 할 때 통계가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국가들의 데이터 부재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자라는 마음에 시작한 저희 연구가 이런 부분에 이바지했으면 좋겠고요. 그래서 궁극적으로 경제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빈곤 퇴치나 좀 더 고른 자원 분배, 고른 발전 이런 곳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홍콩과기대의 박상윤 교수로부터 AI로 북한의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기술과 관련한 이모저모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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