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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장관, 세계인권선언 75주년 “권력 장악하려 인권 짓밟는 정부 많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워싱턴에서는 세계인권선언 채택 75주년을 맞아 국민의 자유와 존엄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잇달아 발표됐습니다.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인권을 탄압하는 국가가 많다는 지적과 함께 북한을 대표적인 문제 국가로 꼽는 민간 단체의 성명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고위 관리들이 10일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올해 75주년을 맞은 세계인권선언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현재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지지하는 세계인권선언은 보편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인권을 열거하고 모든 국가의 모든 사람을 위한 자유와 존엄에 대한 공통의 기준을 제시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 당국이 안보를 명분으로, 또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보호하지 않거나 짓밟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비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 “The UDHR, now endorsed by nearly every country in the world, enumerates the human rights that must be universally protected, and sets a common standard of liberty and dignity for all people, of all nations….Too often, authorities fail to protect or – worse – trample on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s, often in the name of security or to maintain their grip on power.”

특히 이런 정부들이 세계인권선언의 진전을 저해하는 행위로는, 언론인과 반체제 인사들을 체포하고 부당하게 구금하는 행위, 개인의 종교나 신념의 자유 제한, 잔학 행위와 집단 학살, 인권 침해와 남용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은 유엔총회가 나치 정권의 유대인 대학살 등 잔혹한 인권 범죄에 대응해 1948년 12월 10일 채택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국제 보편적 규범입니다.

블링컨 장관은 성명에서 특정 국가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국무부는 권력 유지와 국가 안보를 구실로 국민의 인권을 탄압하는 대표적 국가 중 하나로 북한을 지속해서 언급해 왔습니다.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의 카라 아이리치 경제·사회 문제 담당 자문관이 지난달 1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3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의 카라 아이리치 경제·사회 문제 담당 자문관이 지난달 1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3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의 카라 아이리치 경제·사회 문제 담당 자문관은 지난달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19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기 직전 발언권을 통해 같은 지적을 했습니다.

[녹취: 아이리치 자문관] “The DPRK continues to commit widespread human rights abuses and violations, and as with many authoritarian governments, it continues to expand its repressive policies beyond its borders in the form of transnational repression.”

“북한은 계속해서 광범위한 인권 유린과 침해를 저지르고 있으며, 많은 독재 정권과 마찬가지로 국경을 넘어 초국가적 탄압의 형태로 억압 정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우즈라 제야 국무부 민간안보·민주주의·인권 담당 차관은 10일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X’를 통해 세계인권선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제야 차관은 “75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인권선언은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 있든 기본적 자유를 위한 ‘북극성’으로 남아 있다”며 “모든 사람은 권리와 존엄성에서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전 세계 정부는 인권을 보호해야 할 공동의 의무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의 주한 미국대사관도 ‘X’를 통해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는 세계인권선언 1조를 강조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역시 세계인권선언 1조를 언급하며 이는 “모든 민족과 모든 국가가 달성해야 할 공통의 기준”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 역사적인 날을 맞아 북한인권위원회는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곳 중 하나인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반인도적 범죄와 심각한 인권침해를 조명하고자 한다”며 유엔 등 국제사회가 지적해 온 다양한 인권 침해 문제들을 나열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 “On this historic occasion, HRNK wishes to shed light on the crimes against humanity and other grave human rights violations that persist in one of the world's darkest corners—North Korea…. HRNK reiterates its solidarity with the people of North Korea and calls upon North Korea to cease its policy of human rights denial. We also urge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hold the North Korean regime accountable for its actions and to redouble efforts to improve the human rights situation of North Koreans, both in North Korea and abroad.”

또한 북한 주민들과의 연대를 강조하면서 “북한 정부는 인권을 부인하는 정책을 중단해야 하며 국제사회는 북한 정권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고 북한과 해외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정부는 그러나 이런 지적을 전면 배격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0일 북한이 세계 인권의 날을 기념해 조선인권연구협회가 ‘인권 백서’를 발간했다고 전했습니다.

통신은 백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가장 인민적인 인권 보장 제도하에서 우리 인민들은 참다운 인권을 마음껏 향유하며 복된 삶을 누리고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이어 “우리 공화국은 국제 인권 분야에서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북한 정권과 제도를 붕괴시키기 위해 인권 문제를 악마화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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