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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통일부 “북한, 경제 통제 강화… 반시장화 민생고 가중 요인”


북한 평양의 통일거리시장을 주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자료사진=동영상 캡쳐)
북한 평양의 통일거리시장을 주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자료사진=동영상 캡쳐)

북한은 경제가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수년 간 중앙집권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법 제정 또는 개정을 빈번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시장 통제 강화가 민생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 인물 관련 책자와 경제 특이동향’에 관한 브리핑을 통해 북한 당국이 곡물 생산과 유통, 상업, 금융 등 경제 전반에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자력 갱생’ 기조에 따라 중앙집권적 경제 통제를 강화하고 있고 이를 위해 최근 몇 년간 관련법 제정 또는 개정의 빈도수를 늘리며 제도 정비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8년에는 7건, 2019년 13건, 2020년 42건, 2021년 38건, 2022년 17건, 2023년 23건의 경제 관련 법 제정 또는 개정을 했습니다.

한국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발생한 2020년과 노동당 8차 대회가 열린 2021년 경제 관련 법 제정 또는 개정 빈도가 크게 늘었다며 국가 주도 자력갱생이라는 정책 기조 위에서 현재까지 제도 정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8차 당 대회 이후엔 국가가 이끌어가는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고 이 자력갱생을 성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제도와 질서를 엄격하게 수립하고 집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거에요. 이 엄격한 제도와 질서와 관련된 법 제도가 많이 등장하고 있는 거죠.”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곡물 유통과 관련해 양곡판매소에서 곡물 판매를 독점하고 사적 곡물거래를 단속하고 곡물 수매를 강화하는 동향을 보였습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3월 ‘양정법’을 개정해 “양곡 수매와 가공, 판매 등에서 제도와 질서를 엄격하게 보충”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가의 양정체계 밖에서 양곡을 가공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금지했습니다.

통일부는 “당장 무리한 곡물 수매 확대와 사적 곡물 유통 통제는 식량 접근권을 제한하고, 식량거래의 음성화와 가격 상승을 초래하며 취약 계층의 식량난을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양곡 판매소를 통해 식량가격을 억지로 낮추려는 정책은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양곡판매소에서 식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 식량가격이 안정화되죠. 그러나 양곡판매소 공급량과 1인당 판매량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양곡판매소에서 판매가 끊어지거나 제한을 하게 되면 나머지 부족분을 시장에서 구입해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당연히 오를 수 밖에 없죠.”

북한은 또 지난 2021년 개정된 ‘사회주의 상업법’을 통해 ‘국영상업망에서의 유통’을 강조하고 당국의 상업지도를 강조한 ‘통일적인 상업관리체계’를 제시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이 지난 8월 제정한 상품 유통법을 통해 상품 유통 전반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최근 경제분야 통제를 강화하는 제도 개편의 하나로 전자결제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전자결제로 시중 현금 유통량을 줄이고 무현금 유통량을 늘리기 위한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2021년 전자결제법을 제정하고 올해 7월에는 일부 개정을 단행했습니다.

북한에서 전자결제는 일반적으로 은행 계좌를 활용한 무현금 거래를 가리키는 것으로, 기업 간 물품과 자금 거래에 주로 활용된다고 통일부는 설명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시장에서 현금 거래가 늘어나면 통제되지 않는 돈이 늘어나기 때문에 북한당국이 이를 억제하고 무현금 결제를 늘리기 위해 전자결제 법제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많이 퍼져 있지만 수 천 달러 이상의 목돈 거래는 여전히 현금 결제가 일반적이라며 북한 당국은 부족한 세수 확보 차원에서 전자결제 확대를 밀어 부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카드 사용자가 많이 늘어나고 확산되고 있고 당국이 그쪽 방향으로 몰아 부치는 게 사실이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큰 돈 거래는 아직까지 달러로 하는 그런 것들을 유지하고 있고요. 그것까지 다 제도화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고.”

통일부는 북한의 경제 통제 강화는 주민의 시장화를 억제하려는 시도로, 부족한 재정 수입을 늘리고 주민의 사상 이완을 저지하려는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 경제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완화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1년 전보다 0.2% 감소하며 3년째 역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제조업 4.6%, 광공업 생산이 1.3% 줄고 농림어업의 생산도 2.1% 감소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북한은 2017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2018년 기존 핵 경제 병진노선에서 사회주의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야심차게 전환했지만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자력갱생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병진노선으로 회귀한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해상 밀수 그리고 가상화폐 해킹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지금 부족한 재원을 채우는데 그게 국방력 재원의 우선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거든요. 대신 내부는 자력갱생으로 조여대면서 국가통제력을 높여서 하부구조 건설을 하는 이렇게 투트랙 전략을 하고 있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핵 무력 고도화에 집중하면서 국방분야에 정책 방점이 찍힌 것은 맞지만 민생 악화 또한 체제 위협 요인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으로 중앙 통제식 경제 운용을 펴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지만 북한 체제 속성 상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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