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북한은 오는 4월 한국 총선거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핵 보유국 굳히기’ 전략을 구사할 전망입니다. 또 중국과 러시아와의 ‘밀착 외교’를 계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2024년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묵인 아래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질주를 계속할 전망입니다.
특히 올해는 4월에 한국 국회의원 총선거, 그리고 11월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북한은 두 선거를 앞두고 모종의 도발로 ‘핵 보유국’ 지위를 굳히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핵 보유국 전략은 2022년 3월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이 시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년 간 유지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방침을 깨고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했습니다.
또 7차 핵실험 준비를 하는가 하면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5차례의 ICBM을 포함해 27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헌법에 핵 무력 강화 정책을 명기했습니다
새해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은 계속될 것이라고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전망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North Korea will continue to develop the program and continue to test…”
북한이 아직 전략핵, 전술핵, 미사일, 정찰위성을 주축으로 하는 핵 전력을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도발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한국 정보 당국은 오는 4월10일 실시되는 제22대 총선거를 겨냥해 북한이 대남 혼란을 조성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28일 김정은 위원장이 ‘남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도발 시기는 총선 등 한국 주요 정치 일정을 앞둔 연초가 될 공산이 큰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도 “북한이 9·19 군사합의 파기를 행동으로 옮기는 순차적 복구 행위와 지상, 공중, 해상에서 군사 활동량을 증가시키며 긴장을 조성하고 압박하는 양상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또 3월로 예정된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계기로 미사일을 쏘는 등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습니다.
이밖에 선거를 겨냥해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온라인, 오프라인 해킹 등을 통해 한국 내부의 혼란과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총선을 겨냥해 직접적인 대남 군사 도발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한국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 입장에서는 진보진영이 총선서 승리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안보 국면을 조성해 보수진영이 결집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겁니다. 의도적 도발을 해서 보수진영을 결집하는 것은 선택하지 않을 겁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11월에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도발 등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 ‘비핵화 불가, 불가역적 핵 보유’를 각인시키기 위해 핵 미사일 고도화를 과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3년 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적대시 정책’으로 간주하고 대화를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긍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40-50% 되는 상황이 되면 북한은 이를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엄 연구원] ”Probably at least 40-50% of chance that President Trump will be new President and North Korea has positive relationship with President Trump.”
문제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할 경우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동해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이는 북한 문제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바이든 행정부의 무력함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거나 정상각도로 하와이 인근에 ICBM을 발사할 경우 사태가 엉뚱한 방향으로 커질 수 있다고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이 경우 미국 여론이 들끊는 것은 물론 중국도 북한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고스 국장은 미국과 북한이 11월 대선 이후 핵 협상을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아직 핵 전력이 100%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북한이 현 상태에서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받는 방안이 있다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If North Korea has that calculus that they cannot go ultimately to full up nuclear program, they may be looking forward freezing the program.”
앞서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도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 구상을 전해들은 3명의 인사를 인용해 그가 재집권할 경우 북한의 핵 동결을 대가로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또 올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벌여 핵 무력 고도화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외교적 운신의 폭을 넓히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지난해 북한과 그리 밀접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북 제재에 표면적으로 동참하면서도 미한일 공조를 견제하는 선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북한과 거리를 좁혀가고 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북한이 ICBM을 발사한 12월 18일 베이징에서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북중 우호관계를 재확인했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북중 수교 7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북중 관계는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고위급 인사 교류가 상당히 줄었습니다. 지난해 9월 북한 정권수립 75주년 기념식에 류궈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참석한 정도입니다.
올해는 북중 고위급 인사 교류가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과거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Go to Beijing that would be smart thing to both of them, Xi and Kim.”
또 새해에는 그동안 중단됐던 중국인 단체관광이 재개되고 북중 육로 수송과 무역도 확대될 전망입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한층 밀착할 전망입니다.
2024년 3월 실시되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이 유력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재선 뒤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북러 간 군사 협력은 물론 노동자 송출, 관광, 교육, 스포츠 등 제10차 북러 경제공동위원회에서 합의된 사항이 본격화될 수 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핵 고도화에 러시아의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러 관계는 밀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러북 관계가 계속되고, 또 정찰위성 만리경1호 성능 개선, 조기경보통제기 같은 기술 지원 때문에 러북 군사 협력은 강화되고, 2024년은 북한판 신냉전 외교가 탄력을 받을 것이다.”
새해 한반도 정세는 미한일의 공조에 맞서 북한이 정찰위성, 미사일 발사로 대응하고, 이를 중러가 지지하는 미한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가 지속될 전망입니다.
이 과정에서 미한일과 북중러는 각자 군사, 외교, 경제 분야에서 협력해 동북아시아의 신냉전 구도는 한층 강화될 전망입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