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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대미·대남 초강경 정책” 강조… 윤석열 대통령 “올 상반기 미한 확장억제 완성”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사진.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3년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미국과 한국에 대한 대적 관계를 분명히 하고 공세적 초강경 정책을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올해 상반기까지 미한 확장억제체제를 완성하고 북한의 핵 위협을 원천봉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마지막 날 채택한 ‘결론’에서 대미정책과 관련해 “강대강, 정면승부의 대미〮대적 투쟁원칙을 일관하게 견지하고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초강경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쟁이라는 말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현실적인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한국이 “만약 군사적 대결을 기도하려 든다면 우리의 핵전쟁 억제력은 주저 없이 중대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은 국방력 분야에서는 내년에 핵무기 생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토대를 구축해나가는 한편 군사정찰위성 3개를 추가로 발사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여기에 해군의 수중과 수상 전력을 제고하고 무인항공공업과 탐지전자전 부문에서 새로운 장비를 개발할 것을 김 위원장은 주문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전원회의 결론은 2019년 7차 5기 전원회의에서 천명한 정면돌파전에서부터 시작된 대미 강경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며, 올해 안에 미 본토 핵 타격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위성이 의미하는 것은 결국 미 본토 타격 능력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계된 거니까 그와 더불어서 이번에 또 얘기가 나온 ‘화성-18형’ 같은 경우도 지속적으로, 이젠 개발도 아니고 거의 실전 수준으로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그걸 해서 미 본토 공격 능력을 2024년에 확보하겠다는 게 그들의 핵심 목표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김 위원장은 또 ‘결론’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대남노선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며 한국 내 민주 표방 세력이든 보수 세력이든 북한의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야망은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외세와 야합해 흡수통일 기회만 노리는 한국을 통일 상대로 여기는 것은 착오”라며 "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사업 부문의 기구들을 정리, 개편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한국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이 헌법 등을 통해 북한과 북한 주민들을 수복해야 할 한국 영토이자 국민이라고 공언한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대남사업 부문 기구들을 정리하라는 김 위원장 지시에 따라 1일 리선권 당 통일전선부장 등 대남관계 부문 간부들과 협의회를 진행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군사주의적 통일전략을 내세우면서 한국전쟁 직전 김일성 주석 시대의 통일전략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대남관계가 이젠 아니고 그러니까 조평통이나 통전부는 이제 성격이 바뀔 거고요, 그러니까 정복의 대상이라는 겁니다. 그동안 수사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평화통일, 대화, 고려연방제, 통일전선전술에 의한 통일이 아니고 김일성 시기의 적화통일, 무력 통일 이 시기로 돌아갔어요.”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북한이 해방 직후부터 남북한 ‘혁명세력’의 통일전선 형성에 의해 통일정부를 구성하려는 ‘혁명주의적 통일전략’을 추진하다가 1948년 남북한에 두 개의 분단정권이 수립되자 북한의 우월한 혁명무력에 기초해 통일을 달성하려는 ‘군사주의적 통일전략’으로 바꾸어 전쟁을 향해 나아간 것과 유사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 간 통일 논의를 포기하고 외교관계가 없는 적대적 교전국가로 정리할 경우 같은 민족에게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모순이 제거된다”며 “결국 북한은 핵과 미사일 고도화와 대남 실전화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대 국가’ 구도를 설정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핵 무력만으로 한국을 정복할 순 없다며, 김 위원장의 발언은 한국의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겨냥해 남남갈등을 유도하기 위한 긴장조성용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전쟁 분위기를 높여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에 대한 한국 내 비판을 더 자극하고 미한 간 갈등도 꾀하려는 발언이라는 겁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한미일 공조체제 때문에 내가 굉장히 위험하니 어쩔 수 없이 내가 남한과 대결적 태세로 갈 수밖에 없고 그것이 전쟁으로 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와 있다, 지금 그렇게 선언을 한 거거든요. 나는 이게 총선용 메시지라고 보는 건데 김정은의 이 말을 시발로 해서 앞으로 계속해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는 거에요.”

이런 가운데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힘에 의한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한국형 3축체계를 더욱 강력히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낼 것입니다.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체제를 완성하여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원천봉쇄할 것입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신년사에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적 망동은 곧 파멸의 전주곡이 될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야 한다”며 북한 전원회의 결론에 맞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핵 무력을 동원한 한국 영토 평정’ 발언은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 진전과 함께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여론을 자극할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의 자체 핵 보유를 막기 위해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김정은의 발언은 여러 모로 악수가 될 것이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은 더 확산될 것이고 미국의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는 더 강화될 거고요. 또 ‘강 대 강’ 대치국면을 유지하려면 북한이 어려운 경제 사정에서 국방력에 더 돈을 써야 되는 상황이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득이 있을 게 사실 없죠.”

박원곤 교수는 김 위원장이 이번에 한국 내 보수 세력은 물론 자신들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진보 진영까지 싸잡아 비난했다며 이는 한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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