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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지난해 북한 경제 일부 성과…북러 무기거래, ICBM 성공 부메랑 맞을 것”


1일 북한 평양 거리.
1일 북한 평양 거리.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북한 경제가 좋은 날씨와 국경 개방,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 등으로 일부 성과를 거뒀다면서도 코로나 대유행 시기보다 조금 나아졌을 뿐 식량난 등은 여전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북러 간 무기 거래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성공 등은 결국 패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지난해 북한의 경제 성과와 관련해 “예상보다는 나은 한 해였고 끔찍했던 2021~2022년보다는 확실히 나아졌지만, 2024년 큰 성장에 도움이 되는 한 해는 아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2023년 북한의 경제 성과는 2022년 말 대부분의 분석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더 나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2022년은 작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가을과 겨울, 그리고 2023년 초까지 농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가 매우 암울했지만, 지난해 중반부터 수확기까지 날씨가 좋아져 훨씬 좋은 작황을 기록했고, 이는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도움이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아주 좋지는 않고 여전히 필요량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기대보다는 나은 수준”이라며 “이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지표는 연말 식량 가격,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옥수수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브라운 교수] “I would say that 2023 turned out better than most analysts had expected this time last year. 2022 had a poor harvest so in the fall and winter and early part of 2023 the economy, led by agriculture, was very gloomy. But the weather improved through the middle of the year and harvest so they obtained a much better crop that has helped to enliven the economy. Not great, and still far below what they need but better than expected.”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인민 경제 전반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며 “알곡은 103%, 전력·석탄·질소비료는 100%, (중략) 살림집은 건설 중인 세대수가 109%로서 인민경제발전 12개 고지가 모두 점령됐다”고 말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습니다.

경제 전반에 걸쳐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지난달 30일 평양에서 노동당 전원회의가 열렸다.
지난달 30일 평양에서 노동당 전원회의가 열렸다.

브라운 교수는 “코로나로 제한됐던 시장이 서서히 회복하고 있고, 봉쇄됐던 국경이 열리면서 중국으로부터 소비재 수입이 재개돼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조금이나마 개선됐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수출은 연말 러시아로의 군수품 선적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매우 부진했던 것으로 보이며, 유엔의 대북 제재로 인해 무역적자가 매우 심해졌다고 진단했습니다.

게다가 대북 제재에 따른 불법적인 상품 거래와 해킹 등을 통한 암호화폐 탈취 등으로 북한은 ‘전 세계 왕따(the pariah of the world)’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라운 교수] “Exports though appear to have remained very weak, at least until the military shipments to Russia late in the year started up. So they had a very bad trade deficit paid for likely with illicit goods and hacking, making them the pariah of the world. Interestingly they were able to keep their won steady despite the trade deficit, probably by being very parsimonious with creating new cash or credit. This would have created huge difficulties for state run agencies and enterprises and little investment for the future.”

이어 “흥미로운 점은 무역 적자에도 불구하고 북한돈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현금이나 신용을 창출하는 데 극히 인색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었다면 국영 기관과 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고, 미래에 대한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2024년 북한 경제가 크게 성장하려면 대규모 민영화 개혁이 필요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를 허용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북한 경제는 언제나 그렇듯 (농사에 영향을 미치는) 날씨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러시아의 (무기 거래에 따른) 호황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발사 성공은 북한 정권에 과신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다시 그들을 괴롭힐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브라운 교수] “Weather, as always, will play an outsized role in 2024. And unfortunately the Russia bonanza and ICBM successes probably give the regime an overconfidence that will come back to haunt them.”

브라운 교수는 지난해 북한이 유엔 결의를 위반하고 불법적으로 거둔 일련의 성과가 “올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언젠가는 멈출 것”이라며 “북한이 시간을 벌었을지 모르지만, 더 많은 적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불법적인 대러 무기 수출로 단기간 시간과 재원을 벌 수도 있겠지만, 결국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경제적 난관에 다시 봉착하게 될 것이란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경제 발전을 이루려면) 빨리 개혁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라운 교수] “Exactly I think this year’s success is likely to boomerang. Weather can turn bad and Russia war will likely stop at some point. They will have bought some time maybe but made more enemies. (중략) Means they need to quickly pivot to reform.”

지난해 5월 북한 남포의 협동농장.
지난해 5월 북한 남포의 협동농장.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은 “2023년 11월까지 북한의 수출은 이미 2018년 유엔 제재가 완전히 이행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지만 이는 여전히 제재 이전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치”라며 “한국농촌진흥청은 곡물 생산량이 7%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는 등 농업 생산량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주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탠거론 선임국장] “Through the first 11 months of the year, North Korean exports have already reached their highest level since UN sanctions were fully implemented in 2018. Though, this is still well below pre-sanctions levels.
Agricultural output is up, with South Korea’s Rural Development Administration estimating a nearly 7 percent increase in grain production, though still insufficient to meet the population’s needs.”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김정은 정권 입장에선 분명한 성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을 받는 대가로 유엔의 대북 제재를 기꺼이 무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북한 무기 판매 가능성을 열어주고, 북한 정권에 대한 제재 압박을 완화했다”는 설명입니다.

[스탠거론 선임국장] “Kim Jong-un’s summit meeting with Vladimir Putin is a clear success for the regime. Russia has shown a willingness to ignore UN sanctions in return for North Korean artillery, opening up the potential for significant North Korean arms sales and reducing sanctions pressure on the regime.”

1일 북한 평양 거리.
1일 북한 평양 거리.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러시아가 기술 지원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성공도 김정은 정권이 지난해 거둔 일련의 성공 가운데 하나로 꼽았습니다.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그러나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이 여전히 직면하고 있는 도전 과제가 있다”며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수출 증가는 가발, 인조 수염 및 기타 품목을 위한 저가의 인모 가공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탠거론 선임국장] “These successes, however, are tempered by the challenges the regime still faces. There are limits to what Russia can provide North Korea beyond food, fuel, and weapons technology. The population still faces food shortages, and the growth in exports is dependent on low end processing of human hair for wigs, fake beards, and other items. There are minimal indications that North Korea has made real progress in other parts of its economy.”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그러면서 “북한이 경제의 다른 부분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는 징후는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역내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도발 행위를 중단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오고 있지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에도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계속해서 고도화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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