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사흘 연속 서해 해상으로 포격 도발을 한 것은 미한일 3국 협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동시에 총선을 앞둔 한국 정부를 뒤흔들 목적이라고 미국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미한일 3국 합의 사항들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북한이 서해 해상에서 3일 연속 포격 도발을 감행한 가장 큰 목적은 한국 지도부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The number one goal I think, is to embarrass, the South Korean leadership. And bringing the question the North Korea policy, their successful deterrence, the progress in bilateral relations with the United States and trilateral relations with Japan.”
이전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윤석열 정부의 미한 동맹 강화와 미한일 3국 협력 강화, 대북 억제력 강화 등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한반도 내 긴장과 불안을 야기했다는 여론을 불러일으켜 윤석열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지난 연말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워싱턴 선언과 미국의 항공모함, (핵추진) 잠수함 등의 한국 기항 등 미한동맹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면서 “(서해 해상 포격 도발 등은) 이런 미한 동맹과 미한일 3국 협력은 북한을 억제하지도 위협하지도 못한다는 사실과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3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강대강 대미, 대남 노선을 천명하며 “유사 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하는 등 대남 위협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남반부(남한)에 초대형 전략핵잠수함이 40여년 만에 다시 들어왔으며 핵 전략폭격기가 사상 최초로 착륙했는가 하면 초대형 핵동력 항공모함 타격집단(항모강습단)을 때 없이 들이미는 등 각종 미국 핵 전략 수단들의 연속적인 조선반도 지역 투입으로 남조선이 미국의 전방 군사기지, 핵 병기창으로 완전히 변했다”며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비난한 바 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은 지난해 워싱턴 선언과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이 합의한 사항 들이 북한에 매우 위협적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번 서해 해상 포격 도발은 김정은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김 위원장이 한국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이번 도발을 감행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이번 서해 해상 포격 도발은 정치적인 목적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이번 도발에는 두 가지 의도가 있다”면서 “하나는 북한의 군사력을 과시해 한국 안보 상황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고, 더 큰 목적은 한국군이 상황을 잘못 해석했다고 말한 김여정의 발언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7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6일 서북도서 지역에서 포탄을 쏜 적이 없고, 포성을 모방한 폭약을 터뜨리는 기만 작전에 한국군이 속아 넘어갔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김 부부장은 한국 군의 “실제 탐지 능력을 떠보고 억지 주장을 펼 놈들에게 개망신을 주기 위해 기만작전을 진행했다”며 “폭약 터지는 소리를 포성으로 오판하고 포 사격 도발로 억측하며 뻔뻔스럽게 탄착점까지 서해 NLL 북쪽 완충구역에 떨어졌다는 거짓을 꾸며댔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사실이 아닌 ‘기만’이라고 일축한 바 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한국군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목적으로,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실제로는 거의 확실히 포 사격을 한 날에 포 사격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며 “북한이 정치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4월 한국 총선을 앞두고, 한국 국민이 윤석열 정부를 의심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현재 진행 중인 상황에 대해 근본적으로 어떻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한미 양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So I think they're just really trying to, they're being very political. They're trying to make the South Korean people doubt the Yoon government in preparation for the April elections, and I think we need to be more proactive both ROK and US to explain to people how North Korea is fundamentally telling lies about what's going on.”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4월 총선 전에 추가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한국에 대한 북한의 협박과 위협은 (정전협정 체결 당시인) 1953년부터 있었지만, 지난 몇 년간은 확실히 가속화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전면적인 전쟁을 준비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더 위험한 도발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 위해서는 워싱턴 선언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미한일 3국이 합의한 사항들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워싱턴 선언과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이 합의한 사항들을 이행해야 할 것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면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실시간 정보 공유를 마무리하고 국방 협력과 훈련 강화도 실제로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There still are many things that need to be implemented that leaders have agreed to, both in the Washington Declaration and in the Camp David Trilateral Summit. (중략) Well, I mean the measures are contained in the declaration. So, for example, strengthening real time intelligence sharing, especially of North Korean missile launches, I mean that's one of the measures the leaders agreed to and they made some progress toward putting in place a system for doing that but they need to finish those measures and they've talked about increase defense cooperation and exercise, so that needs to be carried out as well.”
사일러 전 분석관은 워싱턴 선언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의 합의 등으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력이 강화됐다면서도 “억지력은 결코 완성된 것이 아니다”라며 “억지력 확보는 끊임없는 도전이고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지속적인 노력이며 실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100% 우리가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는 지점에 도달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며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포격에 대한 대응 포격뿐 아니라, 북한 김정은 정권은 외부 정보 유입을 절대적으로 두려워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포격 등의 도발 수위를 높일수록 북한에 K팝과 한국 드라마 등 외부 정보 유입을 늘리는 것도 효과적인 대응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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