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성공단의 주요 공장 부지에서 눈을 퍼내고 길을 만든 흔적이 포착됐습니다. 차량과 인력이 드나드는 길목마다 제설 작업이 한창인데, ‘적대국’으로 규정한 한국의 자산만큼은 계속 활용하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15일 자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 찍힌 개성 공단의 모습입니다.
전날 내린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공단 곳곳에서 회색빛의 아스팔트 바닥이 드러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공장 앞 공터와 공단 내 일부 도로 구간은 유독 어두운 색으로 표시돼 주변의 하얀 눈과 대조됩니다.
모두 인위적으로 눈을 치우면서 나타난 흔적입니다.
특히 의복과 전자제품 제조 업체가 밀집한 남쪽 지대에서 눈 아래 아스팔트가 훤히 노출됐습니다.
한국 중소기업 ‘제시콤’과 ‘에스제이-지에스’, ‘쿠쿠전자’ 신원 에벤에셀 등이 입주했던 건물 앞 공터가 맨바닥을 드러낸 것입니다.
주변 텃밭이나 다른 건물 공터에는 여전히 눈이 쌓여 있는 것으로 미뤄 이들 업체 출입을 원활하게 하려는 제설 작업 흔적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도로 역시 한국 쪽 출입구와 연결된 공단 내 남쪽 도로는 눈으로 덮여 있지만, 각 공장을 연결하는 중앙 도로와 개성 시내 방면 출입구로 향하는 도로는 하얀색이 아닌 회색입니다.
역시 원활한 차량 통행을 위한 제설 작업 결과로 개성공단이 여전히 가동 중임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로 제시될 수 있습니다.
앞서 VOA는 북한 당국에 의한 개성공단 무단 가동 정황을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플래닛 랩스’의 고화질 위성사진을 토대로 총 42곳의 건물 앞에 정차한 버스와 승합차, 트럭 등을 발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의 야간 위성사진을 확인해 개성공단에서 한밤중에 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고 전했고, 당시 한국 통일부 관계자도 “공단 내 차량과 인원의 출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야간 점등 상황도 확인된다”며 VOA의 보도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 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이자 ‘불변의 주적’으로 명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적대국’이자 ‘불변의 주적’으로 지목한 한국의 자산만큼은 계속해서 무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성공단은 남북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가동을 시작했지만,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등을 이유로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후 북한은 한국 측 자산에 대한 전면 동결을 선언했으며, 지난 2020년엔 한국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