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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난해 대중국 위스키·와인 수입액 역대 최대…“일반 주민 필요 희생”


중국 접경 도시 단둥에서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중조우의교'로 화물차가 들어서고 있다. (자료사진)
중국 접경 도시 단둥에서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중조우의교'로 화물차가 들어서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해 북한이 중국에서 사들인 위스키와 와인 수입액이 역대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엘리트 계층을 위한 사치품에 재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지난 한 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위스키는 393만 달러어치, 와인은 269만 달러어치에 달합니다. 모두 사상 최대치입니다.

VOA가 23일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북한의 위스키 수입액은 전년(142만 달러) 대비 176.4% 증가했습니다.

이는 해관총서와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자료 등 북중 간 위스키 거래 내역을 살펴볼 수 있는 2010년 이후 최다액입니다.

북한의 대중 위스키 수입액이 100만 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를 포함해 모두 4차례입니다.

지난 2018년 처음으로 264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2019년 327만 달러까지 치솟았고,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2021년엔 수입이 끊겼다가 2022년 다시 142만 달러까지 회복했었습니다.

위스키를 포함해 코냑, 럼, 진, 보드카, 고량주, 데킬라 등 증류주 수입액은 지난해 723만 달러어치로 전년 대비 120.4% 증가했습니다.

이는 기록이 남아있는 1998년 이래 2019년, 1천128만 달러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북한의 대중 와인 수입액도 지난해 269만 달러로 해관총서와 한국무역협회 등 관련 기록이 남아있는 2000년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96만5천 달러) 대비 178.9% 증가했고, 국경 봉쇄 이전인 2019년(146만 달러)보다도 120만 달러 이상 많습니다.

북한의 대중 와인 수입은 2016년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2016년 4만2천 달러에 그쳤던 와인 수입액은 이듬해 6배가 넘는 27만 달러로 늘었고, 2018년엔 74만2천 달러까지 증가했습니다.

2019년 146만4천 달러로 처음으로 100만 달러를 넘어섰고, 코로나 여파로 2021년엔 거래가 끊겼다가 2022년 96만5천 달러까지 회복했고, 지난해 269만 달러까지 폭증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채택한 대북 결의 1718호에서 대량살상무기, 핵, 미사일 등과 관련된 물품과 함께 북한의 사치품 거래를 금지했습니다.

이어 2016년 채택된 2270호와 2321호를 통해 대북 사치품 거래 금지 규정을 상기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은 대북 제재 규정에 적용되는 사치품 목록을 정리해 발표했는데, 여기에 위스키와 와인 등 고급 주류가 포함됐습니다.

한국은 2009년 주류와 화장품, 시계, 악기 등 총 13개 품목을 사치품으로 규정하면서 주류에 대해선 증류주와 와인이 거래 금지 대상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사치품 목록을 작성하지 않았고, 중국으로부터 위스키와 와인을 비롯한 고급 주류 등 사치품이 계속해서 북한에 반입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이 같은 중국의 대북 주류 수출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해 왔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주류는 대북 수출 금지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중국은 지난 2022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지적에 대해 “주류는 대북 수출 금지 품목에 없으며, 결의는 전문가 패널이 사치품의 범위를 해석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앞서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할 때 구체적으로 명시한 사치품이 요트와 고가 차량, 귀금속 등 10여 개에 불과하고 구체적인 추가 사치품 목록은 각국 자율에 맡겼기 때문입니다.

위스키와 와인 같은 고급 주류가 일부 특권 계층에 흘러들어가는 동안 일반 주민들은 식량난과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2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수입 위스키와 와인은 김정은이 국경이 개방돼 중국과의 교역이 시작됐음에도 여전히 심각한 국내 문제에 직면해 평양 엘리트들의 지지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와인과 위스키의 주된 메시지는 일반 주민의 필요를 희생해서라도 엘리트층과 평양 사이의 충성심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I think the imported whiskey and wine reflects the fact that Kim Jong-un is trying to maintain the support of his elites in Pyongyang in the face of domestic challenges, which are quite severe and continue to be severe in spite of the fact that things are beginning to open up in the border and the economy trade with China. But I think that the main message from the wine and whiskey is he's trying to maintain loyalty among the elites and Pyongyang that even at the expense of the needs of the general population.”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분기 보고서(Crop Prospects and Food Situation Quarterly Global Report)’에서 북한을 전반적으로 식량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국가로 분류하고,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46개국에 포함했습니다.

FAO가 해당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7년 이후 17년 연속으로 외부 식량 지원을 받아야 하는 나라로 꼽힌 겁니다.

보고서는 북한 내 대다수 인구가 적은 수준의 식량 섭취로 고통 받고 있으며 다양한 식품군을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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