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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갈루치 “북한, 핵전쟁 일으킬 수도”…셰퍼 “전면전 위험 원치않아”


지난 30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난 30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에 실망한 북한이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대북특사가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토마스 셰퍼 전 주북 독일 대사는 북한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은 높지만 전면전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두 전직 대사와의 특별대담을 진행했습니다.

[특별대담] 갈루치 “북한, 핵전쟁 일으킬 수도”…셰퍼 “전면전 위험 원치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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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갈루치 특사님, 올해 동북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최소한 염두에는 둬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하는데 있어 북한의 행태가 과거와 어떻게 다르다고 보십니까?

갈루치 전 특사) 우리는 항상 북한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3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제 경험에 비춰볼 때 평양의 젊은 지도자가 발표하고 행동하는 것이 이번엔 어떻게 다를까 하는 것이 정확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북아와 국제사회에 대한 한반도 위협의 성격이 달라졌음을 시사하는 것일까요? 저는 그럴 수 있으며 그 부분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썼습니다. 제가 지금이 다른 시기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은 북한 지도자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지막 양자회담에서 일어난 일에 크게 실망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제가 읽고 들은 대부분의 이야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빈손으로 나온 데 대해 개인적으로 크게 실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동북아시아와 세계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한 북한의 재평가로 이어졌습니다. 제 견해는 제 동료인 밥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해커 교수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고 남한과의 화해를 모색하는 북한의 정책은 모두 없어졌습니다. 북한은 중국을 다시 포용하고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북한 전략의 또 다른 측면은 핵무기, 특히 대륙간 사거리의 운반수단을 다시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북한은 수십 년 동안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미국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다르다고 봅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대북특사가 VOA 조은정 기자와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대북특사가 VOA 조은정 기자와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기자) 셰퍼 대사님, 최근 북한의 위협이 다가오는 미국 대선과 관련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북한의 말과 행동이 전쟁의 징후라고 보지는 않으시는 건가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로 북한의 셈법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십니까?

셰퍼 전 대사) 저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결의 위험은 한동안 계속되어 왔고 계속 고조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일부 고위 군 인사들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과거보다 더 위험한 도발 행위에 나서도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할 위험이 있습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타이완을 둘러싼 긴장 등 국제 정세도 북한에 유리한 상황입니다. 북한은 한동안 긴장을 고조시키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2019년 하노이 회담의 결과 때문이 아니라 다가오는 미국 대선 때문이죠. 북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다른 고립주의 공화당 후보가 승리해 미한동맹 약화와 주한미군 철수라는 자신들의 주요 전략적 목표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얻기를 분명히 바라고 있습니다. 북한이 전쟁을 원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지금이든 나중이든 말이죠. 하지만 미국이 한반도에서 철수할 경우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마스 셰퍼 전 주북 독일 대사가 VOA 조은정 기자와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토마스 셰퍼 전 주북 독일 대사가 VOA 조은정 기자와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기자) 셰퍼 대사님은 북한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은 높지만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북한이 생존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셰퍼 전 대사) 그들이 위험을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미한 동맹이 재래식 측면이나 핵 측면에서 훨씬 강력하다는 걸을 알고 있고 그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북한에서 2008년부터, 특히 2012년 이후 지도부의 구성이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권력 투쟁이 있었고, 그 결과 외국인 혐오증이 심하고 모든 외국의 영향을 차단하려는 강경파가 득세했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는 군부 인사들인데, 이들은 외부 세계에 대한 현실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더 대담해질 수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전쟁의 위험이 실제로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아마도 한국을 시험해보고 싶어 할 것입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한국을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 통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전제조건 중 하나는 물론 미한동맹을 약화시키거나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이죠.

기자) 갈루치 특사님, 전문가들의 기고문이나 언론 인터뷰를 보면 대다수는 북한이 도발의 수위를 높여 심지어 제한적 충돌을 일으킬 수 있지만 전면전은 벌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셰퍼 대사님은 북한이 정권 생존을 원하기 때문에 전쟁을 피하고 싶어한다고 했고요. 어떻게 보십니까?

갈루치 전 특사) 저는 균형 잡히고 역사적 근거가 있는 대사님의 말을 매우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매우 예리한 분석이었고, 그것을 비판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명제를 빙빙 돌고 있는데, 더 직접적으로 다룹시다. 여기서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북한이 한반도에서 미국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에 맞서 싸울 전쟁을 원하느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그 전쟁은 북한에 불리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도 압니다. 여기서 문제는 북한이 핵무기, 어쩌면 저위력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는 군사적 교전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입니다. 한국이 비록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더라도 북한이 한국과의 군사적 교전 위험을 감수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수준까지 긴장을 높이면 자신들이 일시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재래식 분쟁에서 핵무기가 일시적 우위를 주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또 이 경우 미국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계산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략적 차원에서 한반도의 안정은 부분적으로 미국의 확장억제에 달려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논의하고 싶은 부분은 미국이 한국에 대한 공약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이 생각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북한이 핵을 가지지 않은 적을 상대로 긴장을 고조시키면서도 미국의 압도적인 핵 능력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북한은 ICBM으로 미국 도시들을 인질로 잡으면 미국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지키지 않도록 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제 의견의 핵심입니다. 미국이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억지력은 심리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상대가 무엇을 믿고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저는 미국이 한국이나 일본에 대한 공약을 저버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북한이 잘못 생각하는 것으로 봅니다. 이러한 생각이 저를 괴롭게 합니다.

기자) 갈루치 특사님, 미국에서 정치적 변화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비전통적이고 고립적인 대통령이 취임한다면, 미국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십니까?

갈루치 전 특사)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상당히 최근에 한국 대통령이 한국이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미국이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것이 현명한 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워싱턴에서 회담이 열렸습니다. 미국의 생각은 '한국이 핵무기 보유국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을 동맹국으로서 소중히 여기고 북한과의 충돌과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관해서는 모든 방법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공약이 취소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교전에서 미국 없이 한국만 상대할 것이라는 북한의 셈법을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입니다. 북한과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 일본도 움직일 것입니다. 일본의 ‘과잉 플루토늄’(Plutonium overhang)을 고려하면, 일본은 한국보다도 더 빨리 핵무기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첫 도미노는 한반도에서 쓰러질 것입니다. 이미 한 개가 쓰러졌습니다. 이를 되돌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고, 그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기자) 셰퍼 대사님, 미국이 현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미한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과 논의한다면, 북한이 그 기회를 악용해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까요?

셰퍼 전 대사) 가장 중요한 점은 한미동맹이 약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첫 번째 조건입니다. 그리고 저는 항상 미한일 3국 연대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바이든 행정부가 지금까지 이 일을 아주 성공적으로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관여가 올바른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는 ‘비판적 관여’라고 하는데요. 안전보장, 경제적∙정치적 보상, 신뢰구축을 위해 서로 대화하는 것이죠. 또한 북한에는 국가를 이끌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소수의 지배 엘리트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염두에 두고 소위 지도자 뿐 아니라 전체 엘리트들에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조만간 그들이 호응할 것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이것은 6자회담을 통해 입증된 올바른 접근 방식입니다. 물론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싶어하고 나머지 국가들은 그 핵무기를 없애길 원하지만, 이러한 입장차이가 대화의 장애가 돼서는 안됩니다. 바이든 정부는 북한과 관계를 맺으려는 시도를 반복적으로 해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물론 북한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지만, 그 경우 누가 대화를 거부하는지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갈루치 특사님,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면서 비핵화를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제재 완화와 미한 군사훈련의 성격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북한에서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제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보유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이십니까?

갈루치 전 특사) 이것은 미국이 허용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은 6번의 핵실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 이후로는 실험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허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에 제재를 했고 비판했지만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주장해 온 것은 전쟁 보다는 관여가 낫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국과의 군사 훈련과 유엔을 통한 제재만 하는 봉쇄 정책은 매우 무미건조한 정책입니다. 저는 좀 더 활발한 활동을 원합니다. 비핵화부터 요구하며 북한과의 관여를 시작하는 것은 현명하지도 신중하지도 않고,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분명히 핵무기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것으로부터 그들을 떼어놓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다른 수단을 통해 그들의 안보가 충족된다고 믿지 않는 한 그들은 핵무기를 떼어놓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안보가 충족되기를 바라는 수단이 바로 관계정상화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정상국가로서 국제사회에 진입하고 미국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고 한국과도 정상적인 관계를 맺는다면 시간이 지나면 우리 대부분이 바라는 비핵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대북특사와 토마스 셰퍼 전 주북 독일 대사의 특별대담을 들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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