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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문가 “북한 미사일 역량 ‘과대평가’∙∙∙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없어” 


북한은 지난달 14일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관영매체들을 통해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달 14일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관영매체들을 통해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의 미사일 역량이 극도로 과장됐으며 극초음속 미사일 역량도 없다고 유럽 전문가가 평가했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극초음속 활공체 기술까지는 개발하지 못했지만 러시아의 지원을 받으면 비약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로베르트 슈무커 박사는 1일 최근 잇따른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해 “북한의 미사일 역량은 극도로 과대평가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슈무커 박사는 VOA 관련 질의에 이같이 답하면서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 역량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슈무커 박사] “North Koreas capabilities in the missile area (and probably all other technical disciplines) are extremely overestimated. (중략) Thus, I think the question of North Koreas technological capabilities with hypersonic systems is answered - there is none!”

슈무커 박사는 독일 뮌헨 공대(TUM)에서 50여년간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독일 국방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엔 등에 자문을 해왔습니다.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4일 오후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를 장착한 고체연료 기반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를 감행해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15일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 이상 속도, 즉 시속 6천120km 이상으로 날아갈 수 있고, 변칙 기동으로 추적과 요격이 어렵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대부분의 중거리(1천~3천km) 이상의 탄도미사일은 초음속으로 비행하는데 통상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며, 변칙 기동하는 미사일을 극초음속 미사일로 분류합니다.

슈무커 박사는 “기동을 위해서는 횡력 또는 가속도가 필요한데 극초음속 미사일은 고속이기 때문에 직선 궤도를 따라 비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횡방향 이동에는 미사일에도 작용하는 상당한 힘이 필요하며, 힘의 크기에 따라 미사일 본체의 구조적 안정성을 파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속에서는 기동이 가능하지만 고속에서는 기동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슈무커 박사] “For maneuvers a lateral force or acceleration is required. Due to the high speed hypersonic missiles tend to fly on a straight trajectory! Lateral movements require significant forces which act also on the missile and depending on the magnitude of the force tend to destroy the structural integrity of the missile body. The answer is very simple - maneuvers are possible with low speed and hardly possible with high speed!”

기동에는 가로로 작용하는 횡력이나 가속도가 필요한데 속도가 증가할수록 필요한 힘도 커지게 돼 극초음속이 되면 곡률이나 궤적 반경이 매우 커져 변칙 기동이 어려워진다는 겁니다.

슈무커 박사는 “이것은 물리학”이라며 “모든 미사일은 북한, 미국, 러시아에 관계없이 물리학 법칙에 따라 비행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자랑하는 ‘킨잘(Kinzhal∙Kh-47M2)’ 미사일을 예로 들며, 킨잘은 횡방향 이동이 없는 미사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슈뮤커 박사는 “이것은 고속의 모든 미사일에 적용된다”며 “따라서 고속으로 기동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미사일이라는 주장은 현실성 없는 선전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슈무커 박사] “With increasing speed the required force increases so that at hypersonic speed the curvature or trajectory radius gets very large. This is physics and every missile flies according to the laws of physics, independent of North Korea, USA or Russia∙∙∙. I add a graph indication the required lateral acceleration and the resulting turning radius. Loot at the Russian Kinzhal missile - dagger in English which means a sting weapon. Thus a missile without lateral movement. This holds for all missiles at high speeds! Therefore, any claim for a high speed high maneuverable missile is just propaganda without any realistic background.”

러시아어로 ‘단검(dagger)’이란 뜻인 ‘킨잘’은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자랑하는 첨단 무기로, 핵이나 재래식 탄두를 탑재할 수 있으며 사거리 1천500~2천km에 달하는 미사일입니다.

하지만 킨잘은 러시아가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공격에 처음 실전에 투입했지만 미국제 패트리엇 미사일에 여러 차례 요격됐습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이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이

미국 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도 지난해 사회 관계망 서비스 ‘X’(옛 트위터)에 “킨잘은 비행기에서 투하된 이스칸데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일 뿐”이라며 “이스칸데르는 초당 약 2.1km의 속도로 연소된 후 활공해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데 활공하면 속도가 느려진다. 이것이 바로 ‘극초음속 무기’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용어인 이유”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루이스 소장] “Kinzhal is just an Iskander SRBM dropped from a plane. The Iskander burns out around 2.1 km/s and then it glides to target. Gliding slows you down. This is why "hypersonic weapon" is such a misleading term.”

슈무커 박사는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기술 개발을 지원할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슈무커 박사는 “미사일 개발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며 거듭된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 모든 과정에는 비행 테스트 등 프로그램에 따라 10여 회의 테스트가 필요하고 그 기간은 5~10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을 보면 과연 접점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북한이 매년 새로운 미사일을 내놓는 유일한 이유는 ‘확산’이라고 말했습니다.

[슈무커 박사] “The development of a missile is a lengthy procedure and requires testing, testing, testing. This starts with the feasibility work, then the proof of function, followed by the real development phase including the qualification which leads at the end of this sequence to the establishment of all required installations for the production phase. All this is accompanied with flight testing. During the production phase and the delivery to the armed forces testing is also required to quarante the proper functioning of the missile. Depending on the experience and previous programs of the same kind (dimension, technolgy, ...) many 10 tests are required and the program duration is 5 to 10 years. Look at North Korea: Do you see any agreement? The only answer for a new North Korean missile every year is ‘proliferation!’”

북한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9년 동안 매년 2개씩 총 18개의 신형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는 러시아나 중국이 북한에 새로운 시스템을 공급하며 대량살상무기 기술을 ‘확산’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란 주장입니다.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수석부차관보.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수석부차관보.

한편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3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과 관련해 “북한은 이미 기동식 재진입체(MaRV∙Maneuverable Reentry Vehicle)를 탑재한 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미사일이 변칙 기동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극초음속 활공체(HGV∙Hypersonic Glide Vehicle)는 훨씬 더 까다로운 기술이지만 만약 북한이 개발에 성공한다면 훨씬 더 광범위하고 과감한 기동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And so again, this is a something that's a technology that's been around for quite a while. It's been used in several other cases, and so I think it's quite credible that a North Korean MARV exists in, you know, is functional. Now, the hypersonic glide vehicle is a much more demanding technology, but if they can make it work, it can provide much more extensive and drastic maneuvers over a much larger area.”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지난 14일 발사한 중장거리 미사일은 최대 속도가 마하 5를 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극초음속’이지만, 탑재체는 미국, 중국,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에 사용되는 쐐기형 활공체(GV)가 아닌 기동식 재진입체(MaRV)라고 진단했습니다.

MaRV는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의 형태로 로켓에서 분리되며 대기권에 재진입한 뒤 하강 시 비행 마지막 단계에서 기동하며 경로를 변경합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기동식 재진입체는 오래된 유형의 미사일 기술로 미국은 이미 1980년대 실전 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극초음속 활공체(HGV)는 추진체에서 분리된 뒤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미끄러지듯 날아가는 저고도 활공을 하는데 수시로 비행 경로와 궤적을 바꿔 탐지와 요격이 어렵습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극초음속 활공체는 미국과 같은 나라도 개발하기 매우 어려웠다”면서 “북한이 극초음속 활공체를 계속 추구한다고 가정하면 이를 제대로 개발하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수석차관보] “And so HGVs have been very challenging even for countries like the United States to develop. So I think you know, assuming the North Koreans continue to pursue the HGV, that's going to take them quite some time to get right.”

북한은 지난 2021년 9월 쐐기형의 ‘화성-8형’이라고 불리는 극초음속 활공체를 시험 발사했고, 2022년 1월에는 쐐기형이 아닌 원뿔형 탄두를 탑재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주장했지만 성공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 간의 밀착을 고려하면 러시아가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지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추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러시아가 무슨 지원을 제공하든 간에 북한이 발사 시험을 하거나 실전 배치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 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3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군수품을 제공하고 러시아는 이런 종류의 미사일에 대한 기술적인 전문성을 제공하는 거래가 있다면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을 갖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And so I think that it is possible if there's been a quid pro quo in which North Korea provides munitions to Russia, and then Russia provides technical expertise, particularly on this type of stuff, on these types of missiles, particularly given how rapidly the North Korean the how rapidly, the North Korean cruise missile program has advanced, particularly when it comes to the hypersonic side of it.”

피터스 연구원은 “러시아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으면 북한도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러 간 협력의 성격과 정도를 고려하면 기술 공유가 북한이 그런 수준의 역량을 갖게 하는 것은 분명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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