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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수중 공격 능력 과장…러시아 지원으로 비약적 발전 가능성도”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모처에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공개한 사진.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모처에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공개한 사진.

북한이 최근 잠수함 발사 전략 순항미사일과 수중 핵어뢰를 발사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수중 공격 능력을 과장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으면 역량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29일 북한의 수중 공격 능력과 관련한 VOA의 질의에 “북한의 잠수함 역량은 형편없다”고 평가했습니다.

태평양사령관 출신의 해리스 전 대사는 또한 “북한의 핵 어뢰나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SLCM) 등 수중 공격 능력이 과장된 것은 맞다”며, 다만 “그렇다고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부연했습니다.

브래들리 마틴 랜드연구소 수석정책연구원 겸 국가안보 공급망 연구소장. 사진 = RAND Corporation.
브래들리 마틴 랜드연구소 수석정책연구원 겸 국가안보 공급망 연구소장. 사진 = RAND Corporation.

브래들리 마틴 랜드연구소 수석정책연구원 겸 국가안보 공급망 연구소장은 2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수중 공격 역량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 수중 전력 운용에 따르는 어려움을 고려하면 북한의 강력한 (수중) 역량에 대한 주장은 과장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틴 소장] “But looking at it from a general unclassified view and given the challenges that go with operating undersea forces, I would say that the claims of a of a robust DPRK capability are overstated.”

미 해군에서 30년간 복무하며 잠수함장과 주일미군 작전참모, 합동참모본부 작전분석가를 역임한 마틴 소장은 “북한은 여전히 위험하고 역내 불안정을 초래하는 세력”이라면서도 “(북한의 해군력은) 다른 나라 해군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핵 어뢰 공격 능력에 대해서는 “핵 어뢰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지만 실제로 운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핵 어뢰가 아군 해군 부근에서 폭발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북한이 그런 종류의 능력을 실제로 사용하기엔 아직 멀었다”고 진단했습니다.

현재 북한의 기술력으로 핵 어뢰가 탐지와 요격을 피해 아군 함정 부근까지 접근해서 폭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겁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9일 미국, 한국, 일본이 지난 15일부터 제주 공해 상에서 사흘간 진행한 연합해상훈련에 반발해 “국방과학원 수중무기체계연구소가 개발 중인 수중 핵무기 체계 ‘해일-5-23’의 중요 시험을 동해 수역에서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시험 시점과 결과 등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지난 28일 모처에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공개한 사진.
북한이 지난 28일 모처에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통신’은 29일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잠수함 발사 전략 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 시험 발사를 지도했다”면서 “순항미사일들은 7천421초, 7천445초간 동해 상공에서 비행해 섬 목표를 명중 타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약 2시간, 2천km를 비행한 셈인데, 이는 한국 전역은 물론 주일미군기지까지 사정권에 들어오는 겁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28일 오전 8시쯤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시 인근 동해상에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한 것을 포착했다고 발표했었습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주장한 비행시간 등이 과장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추가적인 사항은 미한 정보당국이 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추진 잠수함 건조 능력이나 핵탄두가 탑재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또는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SLCM) 등 수중 핵 공격 역량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습니다.

마틴 소장은 “핵 추진은 까다롭고 정확한 공학 기술이 필요한데 북한은 지금까지 이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신뢰할 수 있는 핵 추진은 북한의 능력 밖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틴 소장] “Nuclear propulsion is challenging and requires exact engineering which the DPRK has not so far shown itself as capable of developing. I suspect reliable nuclear propulsion is beyond the DPRK’s capability.”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 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북한의 수중 핵 공격 능력에 대한 전반적인 능력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VOA의 질의에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핵 어뢰에 대해서는 “어뢰는 매우 작기 때문에 탄두 소형화가 많이 필요한데 북한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북한이 지난해 9월 핵 공격이 가능한 첫 전술핵 공격 잠수함이라고 주장한 ‘김군옥영웅함’이 실제로 전술핵 공격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사실이라면 놀랄 것”이라며 “핵탄두를 순항미사일에 탑재하려면 핵탄두를 소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크기 차이를 고려하면 순항미사일에 탑재할 핵탄두를 더 많이 소형화해야 하는데 실제로 북한이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겁니다.

[피터스 연구원] “It is possible, although I would be surprised if that were the case. Miniaturization of the nuclear warhead is needed in order for it to fit onto a cruise missile. The level of miniaturization is greater for a cruise missile than for a ballistic missile, given the size differences between the two types of missiles. The submarine may well be able to consistently launch cruise missiles, but it is unclear if those cruise missiles carry nuclear warheads.”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이날 VOA에 “핵심은 김정은 위원장의 과학자들이 잠수함 어뢰관이나 순항미사일관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을 만큼 작은 핵무기를 실제로 만들 수 있었는지 여부”라며 “김정은은 그런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이 얼마나 위협적인지에 대한 질의에는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을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이유는 잠수함이 위치를 알 수 없는 곳에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발사하고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의 문제는 잠수함이 (디젤 엔진이어서) 매우 시끄럽기 때문에 북한의 적대적인 행동이 감지되는 즉시 침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Submarines are chosen for launching ballistic or cruise missiles because they can often be in places where their location is not known and thus they are safe to launch and still survive. The North Korean problem is that their submarines are very noisy, and thus as soon as any hostile actions from North Korea become known, those submarines will likely be sunk.”

베넷 박사는 이어 “문제는 (잠수함이 발각돼 격침되기 전에)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 몇 발로 한국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느냐는 것인데, 그것은 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핵무기의 위력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그런 핵무기가 설사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위력이 그다지 강력하지 않고 신뢰성도 높지 않아서 위협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재 북한의 수중 공격 역량이 미미하더라도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아 향상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북한은 러시아의 기술 지원으로 북한이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러시아는 북한의 군수품이 절실하고 북한은 러시아의 첨단 기술을 절실히 원하기 때문에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핵추진 잠수함 건조 기술을 전수받아 건조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It is possible, since Russia desperately needs North Korean munitions and North Korea desperately want Russian advanced technology. I would not be surprised.”

피터스 연구원도 “북한이 잠수함에서 (핵탄두가 탑재된)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려면 훨씬 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선에 군수품을 공급하는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 프로그램에 협력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북한의 기술 개발과 정교화 측면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도 “현재 북한은 한국에 대한 재래식 공격은 분명히 할 수 있지만 핵 공격까지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러시아의 도움을 받으면 그런 능력을 갖추는 것은 시간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북한의 핵 추진 잠수함 건조 역량과 관련해선 “러시아의 도움 없이는 북한이 2050년 이전에 자체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미국과 영국이 핵잠수함 건조를 돕기로 호주와 합의했지만, 현재 계획대로라면 호주의 첫 번째 핵잠수함은 지금부터 약 20년 후인 2040년대 초 이후에나 완공될 예정이란 설명입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The United States and the United Kingdom have agreed with Australia to help Australia build a nuclear submarine. Given current plans, the first Australian built nuclear submarine is due for completion sometime in the early-2040s, or about 20 years from now. So even with substantial Russian help, North Korea is unlikely to be able to produce its own nuclear-powered submarine for about 20 years or so. Without that Russian help, it is not clear to me that North Korea could build its own nuclear-powered submarine before 2050 or so.”

이어 “러시아의 상당한 도움이 있더라도 북한은 약 20년 정도는 자체적으로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수중 공격 역량 전반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북한의 능력은 그다지 크지 않다”며 “러시아가 북한을 돕는다면 북한의 역량은 수 년에 걸쳐 크게 발전할 수 있지만, 러시아가 지원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잠수함처럼 수중에서 핵무기를 운반할 역량이 매우 미약할 것이며 전쟁이 시작되면 잠수함은 (적 공격에) 매우 취약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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