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미국 전문가들은 공격 수단을 다양화하고 미한 양국의 대공 방어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라고 진단했습니다. 아울러 연쇄 발사를 통한 미사일 성능 개선과는 무관하며 무력 시위의 성격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잇단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한국에 대한 다양한 공격 수단을 과시하려는 시도로 분석했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5일 VOA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한국과 미국에 대한 광범위한 위협을 억지 수단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 think a lot of the reason is really political, but I think North Korea also wants to have a broad set of threats that it places against South Korea and the US as a deterrent measure they're trying to. Yes, North Korea is trying to posture itself so that it can carry out limited attacks against South Korea. When South Korea prepares to respond the way that President Yoon has said he would, North Korea wants the South to recognize that that kind of retaliation is going to face a severe North Korean escalation, and there isn't any way that South Korea can prevent it. And so what Kim is trying to do is to establish a sensually a position of limited attack superiority over the South.”
베넷 연구원은 “북한은 한국에 대해 제한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한국이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것과 같은 보복 공격을 감행할 경우 더 심각한 확전에 직면할 것이며, 한국이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을 인식하기를 바란다”며 “김정은은 한국에 대한 제한적인 공격 우위를 확보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올 들어 지난 1월 14일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1월 18일에는 ‘수중 핵무기 체계’라고 주장하는 ‘해일-5-23’, 1월 24일에는 ‘전략 순항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불화살-3-31’을 발사했습니다.
이어 1월 28일에는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SLCM)’이라고 주장하는 미사일, 30일에는 순항미사일 ‘화살-2형’, 2일에는 신형이라고 주장하는 순항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 등을 발사하는 등 지상과 해상 등 발사 플랫폼이 다른 미사일들을 잇따라 쏘아올렸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이를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 원칙을 누차 표명했고, 신원식 한국 국방장관은 북한이 도발하면 ‘즉시∙강력히∙끝까지(즉강끝)’ 응징해 적의 추가 도발 의지와 능력을 분쇄한다는 원칙을 강조해 왔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5일 미한일 연합 훈련 등을 들어 한국이 노골적인 선전포고를 했다고 주장하며 “우리는 이미 괴뢰 호전광들이 떠드는 소위 ‘즉, 강, 끝’(즉각, 강력히, 끝까지)이라는 원칙이 ‘즉사, 강제죽음, 끝장’으로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발사 원점을) 타격해 무력화시켜야 하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완벽한 킬 체인 방안이 없기 때문에 북한이 제한적인 공격을 하고 한국이 대응하려고 하면 북한은 다양한 탄도미사일과 지상 또는 잠수함이나 수상함에서 발사하는 다양한 순항미사일을 사용해 확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상과 수상, 수중에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을 퍼부어 한국의 방공망을 무력화시키고 제한적 분쟁이 전면전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함으로써 한국의 대응을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What they're demonstrating is that there is no single place or two places that South Korea and the US can hit and disable their capabilities. There is no perfect kill chain option and as a result, if North Korea does the limited attack and South Korea wants to respond north, North Korea could then escalate using a variety of ballistic missiles, a variety of cruise missiles coming from ground launchers or submarines or surface ships. There's just so many different ways that North Korea could respond that there's no way for South Korea to be able to gain control of the situation.”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 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북한이 최근 열흘 새 네 차례 순항미사일을 쏘아올리는 등 잇따라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과 관련해 군사 작전 관점에서 보면, 미국과 한국의 통합 대공∙미사일 방어 체계(IAMD)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피터스 연구원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여러 발사장에서 서로 다른 궤적을 따라 목표물을 향해 발사하면 IAMD를 압도할 수 있으므로 북한 미사일이 목표물을 타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습니다.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결합해 대규모 사격을 시도해 IAMD가 모든 요격기를 소진하게 함으로써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이 요격을 피해 목표물을 타격할 가능성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피터스 연구원] “It could be part of an attempt to overwhelm IAMDs—that is very possible. Doing salvos of ballistic missiles combined with cruise missiles coming at targets from multiple launch sites along with different trajectories could overwhelm IAMDs—thus increasing the chances that North Korean missiles will strike targets. If they plan on delivering nuclear munitions to a target and are concerned about IAMDs intercepting the missile with the nuclear payload, they could first try to do a massive salvo-using a combination of cruise and ballistic missiles- at a target, forcing IAMDs to expend all interceptors, thus making it much more likely that a missile carrying a nuclear warhead would hit its target without being intercepted.”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은 미한 양국의 방공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미사일 역량은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북한이 계속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기존 지상 공격용 순항미사일과 신형 순항미사일이 무엇이 다른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이 지상 공격용 순항미사일 전력을 계속 현대화하고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Now we don't know anything about what makes this version different from the other ones, but it looks like they're continuing to, you know, modernize and improve their land attack, cruise missile force.”
북한이 지난달 24일과 28일 발사한 ‘불화살-3-31’은 기존 전략 순항미사일 ‘화살-1∙2형’의 개량형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성능이 개선됐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기존의 순항미사일, 이른바 ‘화살-2형’이라 불리는 미사일의 시험 발사와 관련해서는 아마 일종의 병력 훈련, 미사일 시스템에 대한 운영자의 숙련도를 유지하기 위한 발사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미사일 전력은 미사일 성능뿐 아니라 이를 운용할 병력의 숙련도도 중요한 만큼 북한이 이번 시험 발사를 통해 해당 병력의 미사일 운용 역량 향상을 꾀했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역량은 그들의 주장 말고는 검증되거나 확인된 바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순항미사일은 저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탐지가 어려운데, 지표면에 가까운 지고도로 비행하려면 지형을 읽고 장애물을 피할 능력이 있어야 하지만 북한의 순항미사일이 해상이 아닌 육지 지형에서 저고도로 비행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아직 지형지물 인식 능력이 있는 순항미사일을 보유하지는 않은 것 같으며, 이런 능력이 없는 순항미사일은 별로 위협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지형 인식 기능이 탑재돼 있어 탐지와 요격이 어렵지만 북한이 순항미사일이라고 선보인 미사일은 장애물이 없는 수면 위를 비행해 비교적 큰 목표물을 타격한 만큼 현재 미한의 방공망으로 쉽게 요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아직까지는 미한 양국의 방공망을 포함한 억지력을 파괴할 역량이 없지만 잇단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역량을 향상시켜 나가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피터스 연구원은 북한의 최근 잇단 발사가 미사일 성능 개선과는 무관하다고 진단했습니다.
피터스 연구원은 “(미사일 발사 결과) 원격 측정 데이터는 엄청나게 많고, 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며 “(시험 결과) 잘된 점과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파악한 뒤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다음 발사를 위해 미사일을 개선하는 법인데 (북한은) 너무 빨리 연달아 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현재로서는 데이터 처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단순한 협박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통상 미사일을 개발할 때는 시험 발사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한 뒤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개선점을 찾아 보완하고 재시험을 하기 마련인데 최근 북한의 미사일 연쇄 발사는 그런 과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At this point, so it takes time to crunch the data. I mean, they get lots of telemetric data and it takes time to crunch the data. Understand what went well and what are areas that they can improve upon and then what they do is once you do that analysis on the data that you collect, then you improve upon the missiles for the next launching. But they are launching them so quickly, one right after the other. I actually don't think at this point they're working on improvements in data crunching. I think we're at the point of simple intimidation.”
발사한 미사일의 숫자, 다양한 발사 장소와 플랫폼을 고려하면, 당장의 성능 개선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으로 미한 양국에 대한 협박의 의도가 더 짙다는 설명입니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로베트르 슈무커 박사도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잇따른 순항미사일 발사는 단순 시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슈무커 박사] “North Korea is poor in technology. Poor, poor, poor. There is no improvement. They depend on everything from outside. If you think they improve the technology, no, not at all. There is not any capability, even if they we think this. Everything comes from outside. It's so easy to demonstrate. I gave you graphs to show you they cannot. No countries, they have the capability to develop in nine years, 18 different missiles, so this impossible. They have no, there is no testing, nothing at all.”
슈무커 박사는 “북한은 기술력이 열악하다”며 “(기술) 개선의 여지가 없으며, 모든 것을 외부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연이은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도 기술 역량 개선 목적보다 보여주기식 시연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슈무커 박사는 “9년 동안 18개의 신형 미사일을 개발할 능력이 있는 국가는 없다”면서 “(특히) 북한은 시험도 하지 않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슈무커 박사는 독일 뮌헨 공대(TUM)에서 50여년간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독일 국방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엔 등에 자문을 해왔습니다.
슈무커 박사는 앞서 1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9년 동안 매년 2개씩 총 18개의 신형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이는 러시아나 중국이 북한에 새로운 시스템을 공급하며 대량살상무기 기술을 ‘확산’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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