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 대학 연구진이 공동으로 논문을 집필한 사례가 지난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0편이 넘는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함께 실었는데 북한 국적자와 과학 분야에서 협력한 점, 북한 근로자의 해외 취업이 이뤄진 점이 모두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해 북한 국적 연구원들이 해외 연구진과 공동으로 집필해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은 56편입니다.
약 39편의 공동 논문을 집필했던 2022년에 비해 무려 43%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VOA가 전 세계 논문 관련 웹사이트 ‘사이언스 다이렉트’에 게시된 논문과 학술지 등을 분석한 결과 2023년 한 해 동안 북한인들은 중국 연구진과는 51편, 제3국 연구진과는 5편의 결과물을 발표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제3국 인력과의 공동 논문은 러시아, 프랑스 국적자와 각각 2편, 독일 국적자와 1편을 남겼는데, 모두 북한 국적자가 해당 국가에 상주하지 않은 상황에서 집필 작업만 함께 한 사례입니다.
북한 국적자가 중국 대학에 소속된 상태에서 집필된 논문이 전체의 91%에 달하는데, 일례로 ‘기계의 회전자(rotor)의 비선형 진동과 안정성’을 주제로 한 논문은 지난해 9월 ‘응용수학 모델링’이라는 국제학술지에 게재됐습니다. 저자 중 1명인 한용남은 평양기계공업대학과 베이징 화북전력대학교의 ‘신에너지 대학’에 적을 둔 것으로 안내됐습니다.
또 미세 플라스틱의 일종인 마이크로비즈의 효율성을 주제로 한 논문의 경우 총 5명의 공동 저자 중 4명이 중국인, 1명이 북한인입니다. 유일한 북한 국적자인 박명남은 난징보통대와 장쑤성 지리정보자원개발 및 응용분야 공동혁신센터, 그리고 김일성대 물리학과에 소속돼 있습니다.
이들의 논문은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환경 화학 공학 저널’에 실렸습니다.
문제는 북한 국적자의 이 같은 공동 연구 활동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광명성 4호 발사에 따른 결의 2270호에서 유엔 회원국이 자국민을 통해 북한의 핵 활동이나 핵무기 전달체계 개발에 관한 전문 교육이나 훈련을 실시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같은 해 채택한 2321호에선 교육이나 훈련이 금지된 분야를 첨단 재료과학과 첨단 화학공학, 기계공학, 전기공학, 산업공학 등으로 특정하며 2270호의 모호성을 보완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위반을 감시하는 전문가패널은 매년 발표하는 보고서에서 북한과 중국 연구진들의 공동 논문을 주요 제재 위반 사례로 제시하고 우려를 표해왔습니다.
북한 국적자가 중국 대학이나 연구소에 소속돼 월급이나 생활비, 학비 보조, 장학금 등을 수령했다면 이 역시 제재 위반 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논문에 이름을 올린 북한인 중에는 ‘교수(faculty)’ 직함을 가진 경우도 있습니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채택한 결의 2397호를 통해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2년 뒤인 2019년 12월까지 모두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 노동자는 건설업이나 벌목업, 식당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인력으로 인식되지만, 안보리는 북한 국경 밖에서 외화 수입을 거두는 모든 북한인을 ‘해외 노동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익명을 요구한 유엔 관계자는 중국 대학에서 수학 중인 북한 연구진과 관련한 VOA의 질의에 “해외 노동자 관련 규정에 대한 위반일 수 있다”며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VOA는 과거 여러 차례 중국 정부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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