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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지원국 피해기금’에 대북제재 위반 벌금 더해져…인니 기업 등 780만 달러 납부


미국 워싱턴의 연방 법무부 건물.
미국 워싱턴의 연방 법무부 건물.

대북제재 위반 기업과 개인이 낸 벌금이 북한 등 테러지원국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보상금으로 지급됩니다. 북한의 억류로 아들을 잃은 웜비어 씨 부부와 북한에 나포됐던 푸에블로호 승조원 등이 수혜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에 800만 달러에 육박하는 대북제재 위반 기업과 개인의 벌금이 더해졌습니다.

미국 법무부 산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 웹사이트에 따르면 법무부는 2023 회계연도 동안 총 12개의 사건에 대한 벌금을 피해기금으로 예치했으며, 이중 3건은 대북제재 위반에 따른 것입니다.

대북제재 위반과 관련된 3건은 기업 2곳과 개인 1명의 벌금이었는데, 이들이 납부한 벌금 총액은 약 779만 달러였습니다.

‘테러지원국 피해기금’은 미국 국무부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북한 등 특정국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미국인과 가족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대북제재 위반으로 벌금을 납부한 기업 2곳은 인도네시아 소재 종이 제조 업체 'PT BMJ' 사와 호주 물류기업 ‘톨 홀딩스’로 나타났습니다.

PT BMJ사는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약 96만 달러 상당의 담배용 종이를 북한의 ‘대성무역총회사’에 수출한 기업입니다.

PT BMJ사는 2021년 이 같은 혐의를 인정해 미국 정부와 156만 1천 570달러의 벌금 납부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톨 홀딩스는 2013년 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북한과 이란, 시리아 등의 제재 대상자와 2천 958건의 거래를 한 혐의로 벌금이 부과됐습니다. 미국 정부가 지난 2022년 톨 홀딩스의 형사 처벌을 면제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613만 달러를 벌금으로 받기로 한 것입니다.

테러지원국 피해기금에 자금을 더한 개인은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실형 선고를 받은 버질 그리피스 씨로 나타났습니다.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의 개발자인 그리피스 씨는 지난 2019년 4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가상화폐 콘퍼런스에 참석한 혐의로 같은 해 11월 미 수사 당국에 체포됐으며, 지난 2022년 미국 법원으로부터 63개월의 실형과 이후 3년의 보호관찰, 10만 달러의 벌금 납부를 명령받았었습니다.

그리피스 씨가 대북제재를 위반해 낸 벌금이 테러 피해자들의 기금으로 충당됐다는 의미입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회계연도 동안 피해자 기금으로 충당된 기업과 개인의 벌금은 약 4천 405만 달러입니다. 이 자금은 기존에 납부된 다른 벌금에 더해져 미국인 테러 희생자 등에게 지급될 예정입니다.

테러지원국 피해기금 웹사이트에 따르면 테러 피해를 입은 개인은 최대 2천만 달러를 보상받을 수 있으며, 피해자와 직계가족들이 함께 기금을 신청하는 경우 보상금은 최대 3천 500만 달러까지 늘어납니다.

지난해 미국 정부는 대북제재를 위반한 기업 3곳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지난해 3월에는 인도 뭄바이 소재 기업 ‘고드프리 필립스 인디아(GPI)’가 북한과의 불법 담배 거래 혐의를 인정해 33만 2천 500달러의 벌금에 합의했으며, 6월에는 영국 담배회사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가 같은 혐의로 약 6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습니다.

또 11월에는 북한 등 제재 대상국 출신 사용자의 가상화폐 거래를 방치한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43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들이 벌금 납부를 마치면 테러 피해자의 기금 규모도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북한을 상대로 승소 판결을 받은 미국인도 이 기금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인 만큼 북한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미국인도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을 수령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송환된 뒤 숨진 오토 웜비어 부모가 이 자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미 법원은 북한 정부가 웜비어의 부모에게 약 5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또 지난 2000년 1월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됐다 이듬해 평양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유족,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 중 일부도 이 자금의 수혜자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역시 미국 법원으로부터 1인당 9천 700만 달러에서 약 3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이끌어냈었습니다.

그 밖에 2021년 법원으로부터 북한의 23억 배상 책임을 인정받은 푸에블로호의 또 다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 171명도 이 기금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은 1988년 최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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