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잇따라 신형 미사일의 발사 성공을 주장한 데 대해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기술로 구현하기 어렵거나 갖고 있지 않은 역량을 부풀렸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북한의 실제 역량을 공개해 심리전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한국을 겨냥해 올해 들어서만 5차례 발사한 순항미사일의 역량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발사한 순항미사일들이 거의 모두 동해상과 서해상, 즉 바다를 향해 발사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는 순항미사일의 주요 기능으로 꼽히는 ‘지형 대조 항법’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m skeptical if North Korea's cruise missiles could follow terrain. They would be testing them over land and not over the ocean but instead testing them over the ocean. The terrain matching says that as it flies over land, missiles have to go up or down in order to avoid hitting hills and mountains and trees and things like that. And so they have to have a database that tells them where they're going to run into those things. They have to have a radar system that tells them exactly where they are and they have to have software that gets them to be able to maneuver around potential hazards.”
지형 대조 항법은 미사일이 지상을 비행할 때 산이나 지상의 지형 지물에 충돌하지 않기 위해 회피 기동을 하는 것을 의미하며, 미사일의 충돌 가능성을 알려주는 정보자료와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레이더 시스템, 잠재적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등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순항미사일이 지형을 따라 비행할 수 있을 지 회의적”이며, 만일 그런 능력이 있다면 “북한은 바다 위가 아닌 육지에서 미사일을 시험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발사해온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화살’은 최대 사거리가 1천 500km 정도로, 북한은 해당 미사일이 낮은 고도에서 지형 추적 비행을 실시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위성항법장치(GPS)와 관성항법장치(INS), 지형대조항법 등을 활용해 최대 2천 500km에 떨어진 표적을 2m 내외의 높은 정확도로 타격할 수 있는 미국의 대표적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와 비견되는 역량을 가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습니다.
그러나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순항미사일 시험 시 지상 발사 대신 해상 발사 만을 고집하는 것은 지형을 추적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로버트 슈무커 박사는 21일 VOA에 “북한의 미사일은 레이더 탐색기가 장착된 대함 순항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며, 지형 추적 기능이 없이 매우 낮은 고도에서 비행할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슈무커 박사] “These are most probably anti-ship cruise missiles with a radar seeker, only flying at a very low altitude without a terrain matching capability.”
지형 지물에 따른 방해 없이 그대로 날아가 표적을 겨냥하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기능만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미국 해군참모대학 미래전 연구소장으로 미 해군 탑재 무기 분야 전문가인 샘 탕그레디 교수도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위성항법장치를 통해 특정 위치에 있는 목표물을 조준하는 것은 대부분의 순항미사일이 갖고 있는 기본적 기능이지만, 지형 탐지 기능은 매우 복잡한 기술을 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수면이 평평한 바다 위를 비행하는 순항 미사일은 분명히 지표면을 횡단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다”면서 기술적 측면과 성공률 측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탕그레디 교수] “There is a big difference. A cruise missile traveling at sea in a flat terrain flat ocean, it's much easier for that to cross the terrain obviously and in that particular case. The cruise missile is actually being targeted probably by satellite reconnaissance and targeting and the missiles launched at a particular location, a particular target. And it's much easier under the circumstances to go from a fixed point to another fixed point without any intervening terrain, any mountains and that sort of thing. So that's easier in a sense.”
탕그레디 교수는 순항 미사일이 목표물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상대 방공망의 표적이 되지 않으려면 지상 100m 이하의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낮은 고도로 비행할 경우 회피할 대상이 적은 해상보다 지형지물이 많은 지상에서의 시험이 더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성공률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만일 첨단 순항미사일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지형 대조 항법’ 역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지상에서는 낮은 고도로 비행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는 곧 미국과 한국의 대공 방어망의 손쉬운 표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북한이 ‘지형 대조 항법’을 갖추지 못했다면 지형지물을 피하기 위해 발사시 고도를 높이 설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Obviously if they are flying at 3000 meters, it becomes a much easier target for integrated air and missile defense interceptors to hit. Yeah. If cruise missiles are flying at 3000 meters and they're subsonic, which we have every indication that they are subsonic, then that's an easy day for us to intercept them and shoot them down if that's just a decision to shoot them down.”
그러면서 “순항미사일이 3천미터 상공에서 비행한다면 통합 방공 및 미사일 방어 요격미사일이 훨씬 쉽게 타격할 수 있는 목표물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피터스 연구원은 또 북한이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집중 타격하기 위해 배치한 240mm 방사포를 신형으로 개량해 시험발사 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유도 기능이 포함된 조종날개를 장착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Whether or not North Korea has the wealth to be able to outfit their 40 millimeters or their 240 millimeter rockets to that level of precision I just don't know. It's possible if they've got the cash to do it. I mean yeah it's, it's certainly not cheap. I mean we in the United States, most of the stuff that we launch unless it's just straight up artillery most of the stuff that we launch is precision guided but that's to say it's certainly not cheap.
Most European stuff is unguided because it's so expensive. I mean we do it. Russians don't most Europeans don't.”
방사포에 목표물을 추적·타격할 수 있는 GPS 유도 기능을 탑재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저렴하지 않으며, 그 때문에 러시아나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도 유도 기능을 탑재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모든 방사포에 유도 기능을 장착할 만큼의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국방과학원이 조종방사포탄과 탄도조종체계를 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 12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국방과학원이 11일 240mm 조종방사포탄 탄도조종 사격시험을 진행해 명중성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그 우월성을 검증했다”며 “240mm 조종방사포탄과 탄도조종체계 개발은 우리 군대 방사포 역량을 질적으로 변화시키게 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처럼 자신들의 미사일 역량을 과장하면서 기술적 진전을 과시하려는 것은 결국 미국과 한국, 일본 등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샘 탕그레디 교수는 “북한이 최근 실험한 순항미사일 등 무기들을 실제 전투에서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해상의 표적을 두고 시험 발사하는 것과는 다른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탕그레디 교수] “I'm talking about this because to use a cruise missile or any sort of weapon in combat is a much more complex problem than just testing it against a test target over ocean. You hit that target there's a possibility but in reality to do that in a war or to do that against an enemy that can fight back is much is a much harder problem. I mean in the case of a surprise attack than that, no one expects that no one is watching.”
그러면서 북한이 의도하는 것은 실제 전쟁 수행 역량 확보 목적보다는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의도는 한국과 미국을 압박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그러한 강압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김 위원장이 실제로 지배적인 역량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 우리가 이에 대응할 수 있고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사실을 바탕으로 북한에 적극적인 심리전 대응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 best way to overcome that coercion is to demonstrate that Kim really doesn't have capabilities that are dominant, that we can counter them and be very effective because then he loses confidence himself that he can do that. I think it should have several components. First of all is the denial component that we can deny Kim's effective use of the weapons he's demonstrating. A second thing that we need to be interested in is to telling Kim, look, you can threaten us but if you do, we're going to threaten you back. The bottom line is that you know, if, if somebody, if a criminal organization wants to control an area, it's got to go in and demonstrate that it is really tough and, and intimidate everybody.”
베넷 선임연구원은 미한 당국이 북한의 선전전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언론 브리핑이나 미디어를 활용해 “북한이 시연하는 무기의 효과적인 사용을 부정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낮은 북한 무기 수준의 현 주소를 정확히 알리고 그들의 미사일을 미한 당국의 방어 역량으로 격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 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제시하는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을 통해 위협한다면, 미국과 한국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각인시켜야 한다며,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군사 대응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인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도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한동맹이 지난 30년 간 북한에 대해 다소 유화적인 대응에 머물렀다고 지적하면서, 보다 공격적인 대응만이 대북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북한의 협박이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북한 내부에 알리는 것”이라면서, 미한 당국이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 촉진을 더욱 확대해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The fact is information is an existential threat to Kim Jong UN and this is the way to pressure those around him to ensure that Kim Jong UN's strategy continues to fail and that failed strategies, failed strategy is going to put pressure on him from the elite.”
맥스웰 부대표는 “정보는 김정은에게 실존적 위협이며, 김정은의 전략이 계속 실패하도록 주변 사람들을 압박하고, 실패한 전략이 엘리트층에서부터 다시 김정은을 압박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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