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이어진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로 주민들이 더욱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국제 인권단체의 진단이 나왔습니다. 대폭 강화된 감시와 통제로 북한 인권상황이 크게 악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소개합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7일 새 보고서 ‘총알보다 더 강한 공포감(A Sense of Terror Stronger than a Bullet)’을 통해 북한의 국경봉쇄 조치가 주민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150쪽에 달하는 보고서에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북한 정부는 중국과의 국경을 대부분 봉쇄하고 이동과 무역의 자유에 대해 과도하고 불필요한 검역과 제한 조치를 취해 이미 심각한 인도주의 및 인권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 “Since the Covid-19 pandemic in 2020, North Korea’s government has largely sealed its border with China and imposed overbroad, excessive, and unnecessary quarantines and restrictions on freedom of movement and trade, which have worsened the country’s already grave humanitarian and human rights situation.”
또한 북한 주민들의 이동과 표현의 자유 등 주민의 기본권도 악화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체는 2019~2023년까지 북쪽 국경 지역 6개 도시를 촬영한 위성사진들을 분석하고, 현지 상황을 잘 아는 탈북민 32명과 전문가 등 총 147명을 면담해 상황을 진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의주, 청강, 혜산, 대홍단, 회령, 선봉 등 6개 지역, 총 321km를 촬영한 위성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2019년과 비교해 철조망과 감시초소가 대폭 늘었습니다.
2019년 이후 새로운 경비 건물이나 시설 수가 20배 증가했으며, 총 6천 820개의 시설이 평균 110미터마다 신설됐거나 보완된 철조망 근처에 배치됐습니다.
이중, 삼중으로 이뤄진 철조망까지 합하면 2019년과 비교해 해당 지역에 500킬로미터에 달하는 새로운 철조망이 설치됐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는 지난 25년 동안 지배력이 약화된 분야, 특히 국경 통제, 시장 활동, 무허가 여행, 정보 접근성 등의 분야에서 통제력을 다시 강화하려고 노력했다”고 지적했습니다.
[HRW 보고서] “The government has sought to reimpose its control in areas in which its dominance had weakened over the past two and half decades: in particular, control over the border, market activity, unsanctioned travel, and access to information,”
정보 통제에 대해선 “정치 이데올로기 캠페인을 강화하고 새로운 법률을 제정해 북한 내에서 승인되지 않은 정보와 미디어 콘텐츠 및 기기에 대한 접근, 그리고 사람들이 말하고 표현하는 방식을 제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에 이어 지난해 1월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하고 주민들에게 공포와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범죄자에 대한 공개 처형을 지속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새로운 법의 일부 처벌은 정부 전복 음모, 테러 또는 반역죄 등 가장 심각한 ‘국가에 대한 범죄’에 대해 정부가 이전에 규정했던 처벌보다 더 가혹하다”고 평가했습니다.
[HRW 보고서] “Some of the punishments in these new laws are more severe than those the government has previously stipulated for the most serious “crimes against the nation,” including conspiracy to overthrow the government, terrorism, or treason,”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이 단체의 리나 윤 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런 조치로 주민들 사이에 공포심이 커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리나 윤 선임연구원] “제가 볼 때 가장 중요한 핵심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 공포심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국경 봉쇄로 경제 활동이 어려워져 생존에 대한 두려움, 또 코로나 통해 어마어마하게 심한 처벌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공개처형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면담한 사람들은 대부분 공포심에 대해 말했습니다. 철조망 자체가 무서운 게 아니라 탈출 뒤 잡히면 어떤 처벌을 받을지, 가족에게 다시 연락하지 못할 것이란 공포입니다.”
북한 정부는 그러나 일부 식량난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이를 국경 봉쇄 조치와 연계하지 않은 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또 외부정보 통제에 대해선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를 통해 “인민들의 혁명의식, 계급의식을 마비시키고 우리 내부를 좀먹는 엄중한 반사회주의”로, “이런 반사회주의문화의 유입, 유포행위를 철저히 막고 우리의 사상과 정신, 문화를 굳건히 수호해야 한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보고서에서 현재 또는 과거 북한에 관여한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 제안을 포함한 외교적 노력을 재개해 북한 정부가 2020년 이후 시행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코로나19 관련 조치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HRW 보고서] “Reengage in diplomatic efforts, including offers of direct talks with North Korea, to encourage the government to scale back or repeal excessive and unnecessary Covid-19 related measures implemented since 2020,”
또한 북한 정부에는 국경을 다시 개방하고 국제 인권법에 부합해 주민들의 이동과 무역, 경제활동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리나 윤 선임연구원은 이날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개최한 보고서 발표회에서 보고서는 북한 주민들이 처한 끔찍한 상황에 대한 책임이 북한 정부에 있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는 핵 프로그램과 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우선순위를 두고 주민들의 식량이나 기본 생필품에 대한 필요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단체의 루이스 샤르보노 유엔 담당 국장은 안보리가 이 문제를 적극 다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샤르보노 국장] “Let's have those discussions. Let's have those debates. You know, we have Japan right now is the president of the Security Council. And then in a couple months that South Korea will be president then the US and UK will have their presidencies and their other members of the Security Council. So let's discuss it early and often,”
샤르보노 국장은 때때로 안보리 이사국들이 쟁점들에 대해 너무 소극적이라며, 현 순회의장국인 일본과 앞으로 의장국을 맡게 될 한국, 미국, 영국 등이 이 문제를 조기에 자주 논의하자고 제의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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