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이 최근 잇따라 언급한 북한 비핵화 중간 단계는 북한에 시간을 벌어줄 뿐이라고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적했습니다. 볼튼 전 보좌관은 또 과거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북한은 비밀 핵시설에 대한 검증을 거부했다면서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단독으로 인터뷰했습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미국 백악관의 존 볼튼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백악관과 국무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최근 잇따라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중간 단계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실패한 과거 대북정책으로의 회귀라고 단언했습니다.
과거 수차례 시도했던 실패한 대북정책을 펴는 동안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 역량을 급격히 진전시켰다면서, 중간 단계 조치는 김정은에게 관련 역량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만 벌어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존 볼튼 /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게는 그것이 지난 30년 동안 여러 번 시도됐지만 항상 실패했던 이른바 ‘행동 대 행동’ 접근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들립니다. 실제로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 합의했던 틀로 돌아가는 것이죠. 놀라운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그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입니다. 불행하게도 이번에는 과거보다 더 잘 작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행동 대 행동’, ‘중간 단계’ 등의 대북 접근 방식은 김정은에게 시간을 더 벌어줄 뿐입니다.”
볼튼 전 보좌관은 이어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경제적 제약으로부터의 자유이며, 이를 얻기 위해 많은 것을 약속할 것이지만 그들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대북제재 완화와 경제지원 제공 같은 경제적 인센티브를 먼저 지급하는 ‘판매 수수료’에, 비핵화 성과는 마지막에 지불되는 ‘환매 수수료’라고 비유하면서, 중간 단계 조치로 북한의 경제적 이익은 확대되겠지만 비핵화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볼튼 전 보좌관은 그러면서 북한은 지난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미국의 비핵화 검증 요구를 거부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존 볼튼 /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 우리는 김정은에게 선의를 보여주는 ‘기준선 선언’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북한 측 반응은 ‘우리 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왜 알려줘야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선의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들이 정말 비핵화에 헌신적이라면 모든 것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의 매튜 밀러 대변인은 지난 5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중간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는 백악관 미라 랩 후퍼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대양주 선임보좌관의 발언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볼튼 전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할 경우 과거 정상 간 만남과 소위 ‘빅 딜’을 선호했던 탑 다운 방식의 대북정책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존 볼튼 /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이 가져올 또 다른 위험은 트럼프 대통령이 본질보다 거래를 더 중시한다는 점입니다. 그는 종종 국제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만일 내가 김정은이라면 대선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건네면서 ‘이번에는 평양에 방문하시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할 겁니다. ‘여기서 만납시다’라고 말하면 트럼프가 수락할 수도 있죠.”
볼튼 전 보좌관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한국은 이에 대비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개인적인 유대감을 형성할 필요가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했던 것처럼 한국도 국익을 위해 비슷한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