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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초대형 방사포 사격훈련 지도… “적 수도 붕괴태세 완비”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모처에서 서부지구 포병부대 사격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공개한 장면.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모처에서 서부지구 포병부대 사격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공개한 장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의 수도권 등을 겨냥한 초대형 방사포 사격훈련을 지도했습니다. 훈련에선 특히 전술핵 탑재를 암시하는 공중폭발 모의시험도 진행해 한국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였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서부지구 포병부대 사격훈련을 지도했다며, 이번 훈련은 “600mm 방사포병구분대들의 불의적인 기동과 일제사격을 통해 무기체계의 위력과 실전 능력을 확증”하는 데 있었다고 19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초대형 방사포 6발이 일제히 발사돼 함경북도 길주군 앞바다의 무인도 ‘알섬’으로 보이는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사격 후 초대형 방사포에 의한 목표 상공 설정고도에서의 공중폭발 모의시험도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KN-25로 불리는 초대형 방사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북한은 전술핵탄두 ‘화산-31’을 장착할 수 있는 무기체계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통상 핵 공격시 파괴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공 폭발을 활용한다며, 공중폭발 모의시험은 600mm 방사포가 핵 탑재 수단임을 간접적으로 강조하면서 사실상 한국에 대해 핵 타격을 위협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공중폭발 모의실험이라는 것은 이런 전술핵탄두를 장착했을 때 가장 최대한의 파괴력을 내기 위해서 공중에서 폭발하는 것을 한번 시험해 본 것일 수 있다 이렇게 말씀 드릴 수 있는 거죠.”

한국 통일부 당국자도 “공식화하지는 않았으나 북한이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라며 “그러한 차원에서 이번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상황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관계기관, 관계국이 긴밀하게 협력해서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8일 모처에서 진행된 북한 서부지구 포병부대 사격훈련에서 초대형 방사포 6발이 발사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공개한 사진.
18일 모처에서 진행된 북한 서부지구 포병부대 사격훈련에서 초대형 방사포 6발이 발사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적들에게 무력충돌이 일어나고 전쟁이 벌어진다면 재앙적인 후과를 피할 길 없다는 인식을 더 굳혀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파괴적인 공격 수단들이 상시 적의 수도와 군사력 구조를 붕괴시킬 수 있는 완비된 태세로써 전쟁 가능성을 차단하고 억제하는 자기의 사명 수행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새로 장비된 초대형 방사포가 전쟁 준비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를 중핵으로 해 포병 무력의 현대화를 계속 힘있게 다그쳐나가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포병 무력 강화와 포병 전쟁 준비 완성을 위한 중대 전략과업들을 제시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8일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해 300여km를 비행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합참 관계자는 19일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 수에 대해 “북한이 보도한 사진에 6발이 동시 발사되는 장면이 나왔고, 이후에 수발이 추가 발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국방대학교 명예교수는 초대형 방사포는 동시에 4발 또는 6발을 이동식 발사대에서 연속 발사할 수 있고 정밀도 높은 유도발사체라는 점에서 다른 단거리 탄도미사일보다 더 위협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용수 명예교수] “방사포는 신속하게 기동하는 기동성이 있고 발사하는 데 단발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발사할 수 있잖아요. 거기다 핵을 탑재한다는 거잖아요. 재래식 탄도미사일이나 다른 SRBM보다 오히려 더 위협적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김 위원장은 이번 초대형 방사포 사격훈련 지도를 포함해 최근 보름새 다섯 차례나 공개적인 군사훈련 현지 지도 행보를 보였습니다.

지난 6일 서부지구 중요 작전훈련기지에 이어 7일엔 대연합부대 포사격 훈련, 13일엔 근위 서울류경수제105탱크사단 등이 참가한 탱크병 대련합부대간 대항훈련경기, 그리고 15일엔 항공육전병부대 훈련 지도에 나섰습니다.

훈련 성격을 차례대로 살펴 보면 최전방 감시초소(GP) 겨냥, 수도권 위협, 서울 점령, 후방 침투를 암시한 데 이어 초대형 방사포 사격훈련에서는 “적의 수도와 군사력 구조 붕괴”로까지 나아간 겁니다.

이에 대해 북한이 지난 4~14일 진행된 미한 연합훈련 ‘프리덤실드’(FS) 연습에 대응해 계산된 방식으로 무력시위를 전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연말부터 한국을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전쟁 준비를 강조하면서 한국에 대한 위협 수위를 전술핵 공격 차원까지 끌어 올리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재래식 전쟁이 시작되더라도 확전돼서 핵전쟁으로 넘어가는 문턱을 엄청 낮추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재래전과 핵전쟁을 배합해서 하겠다는 얘기를 계속 하고 있는 거죠. 그런 능력과 의지와 작전계획을 다 보여주고 이번에도 그 얘기가 또 여기서 나오거든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의 군사 행보는 한국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당국자들이 잇달아 북한 비핵화 과정으로 중간 단계를 언급하고 있고, 일본과는 정상회담 관련 접촉이 이뤄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게 조 박사의 분석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미국엔 핵 군축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 같고 기시다 총리와는 물밑접촉을 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대한민국엔 완전히 공세적으로 바뀌었고 그 다음에 미국과 일본에는 자극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양욱 박사도 “북한이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이상급을 활용하지 않고 단거리 탄도미사일급인 600mm 방사포탄을 발사한 것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인근에 대한 탄도미사일 투발을 자제해 북일 대화를 앞두고 일본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해석했습니다.

양 박사는 그러나 “북한의 2024년 전략 목표가 한반도 위기 극대화를 통한 미 차기 정권과의 협상 분위기 조성이라고 가정하면 앞으로 도발의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며 “특히 미국 대선 전후로 군사적 위기는 정점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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