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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 밀수 통해 정제유 초과 반입…사이버 공격과 사치품 유입도 활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20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지난해 1월 북한 유조선 천마호가 해상 불법환적으로 확보한 정유를 남포항에서 하역하는 정황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20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지난해 1월 북한 유조선 천마호가 해상 불법환적으로 확보한 정유를 남포항에서 하역하는 정황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여전히 선박 간 환적을 통해 다량의 유류를 불법으로 반입하고 있다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밝혔습니다. 북한 해커들의 불법 사이버 활동과 고가 차량 같은 사치품 유입도 활발하게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해상에서 북한의 불법 활동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20일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 유조선은 계속해서 정제유를 밀수하고 있다”며 “이들 유조선 중 일부는 예년보다 더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가 작년 3월부터 10월 사이 거의 매달 청두산호라는 이름으로 북한 해역에서 남쪽으로 한참 떨어진 동중국해까지 내려간 것을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이어 “선박 간 환적을 한 과거 기록을 고려할 때 천마산호는 불법 석유 화물을 선적하기 위해 항해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천마산호는 2023년에 4차례에 걸쳐 남포항으로 석유 화물을 운송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VOA는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를 분석해 유엔의 대북제재 유조선인 천마산호가 지난해 여러 차례 중국 영해에 진입한 사실을 포착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엔 천마산호가 어떤 이유로 중국으로 향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문가패널은 천마산호의 ‘중국행’이 불법 유류 선적을 목적으로 했다고 분석한 것입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20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지난해 1월 북한 유조선 금운산호가 해상 불법환적으로 확보한 정유를 남포항에서 하역하는 정황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20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지난해 1월 북한 유조선 금운산호가 해상 불법환적으로 확보한 정유를 남포항에서 하역하는 정황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전문가패널은 1개의 유엔 회원국을 인용해 지난해 4월부터 9월 사이 타이완해협을 통과한 북한 선박이 월 4~5회로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지난해 11월 북한의 정제유 초과 반입 문제를 지적한 55개 유엔 회원국의 공동 서한을 언급하며 “북한 선적 유조선은 2023년 1월 1일부터 9월 15일 사이에 남포와 흥남, 청진, 송림 항으로 총 87차례에 걸쳐 정제유 제품을 운송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유조선이 중량의 90%에 해당하는 유류를 운반했을 가능성을 상정해 작년 9개월 간 북한이 152만 배럴의 정제유를 반입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중량의 60%만을 채웠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정제유 반입 추정치는 101만 배럴에 이른다고 전문가패널은 지적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연간 반입할 수 있는 정제유 양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의 사치품 유입 문제도 올해 보고서에 담았습니다.

특히 “2023년 북한의 대외 무역 증가는 점점 더 다양한 외국 상품이 북한에 등장하도록 촉진했고, 그 중 일부는 사치품으로 분류될 수 있다”며 사치품으로 분류될 수 있는 HS 코드(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 상품군에서 수입이 증가한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민간 연구기관을 인용해 2023년 상반기에만 북한이 수입한 사치품 액수가 4천64만 달러에 이른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의 텔레비전 화면에 등장한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GLS 600과 렉서스 LX, 포드 트랜짓 밴 차량과 더불어 김여정 노동당부부장이 손에 든 디올사의 핸드백을 사치품 유입의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20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지난해 11월과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차량을 이용하는 모습이 담긴 북한 TV 영상 장면들을 담았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20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지난해 11월과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차량을 이용하는 모습이 담긴 북한 TV 영상 장면들을 담았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06년 채택한 대북 결의 1718호를 통해 북한의 사치품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이어 2016년 채택된 2270호와 2321호를 통해 다시 한 번 대북 사치품 거래 금지 규정을 상기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은 대북제재 규정에 적용되는 사치품 목록을 정리해 발표했지만 중국 등 일부 나라는 여전히 이 목록을 작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북한 라진항을 통한 북러 무기 거래 문제도 언급했습니다.

특히 라진항을 출입한 러시아의 대형 화물선의 이름과 제원과 함께 이들이 컨테이너를 선적한 시기 등을 명시했습니다.

또한 컨테이너 선적이 이뤄진 라진항에서 북쪽으로 약 2.5km 떨어진 산에 열차가 통과하는 터널이 마련돼 있는데, 이 산의 남쪽 부분에 여러 개의 L자 형 입구가 있다며 이곳이 북한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하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우려도 비중 있게 소개됐습니다.

전문가패널은 “2017년부터 2023년 사이 이뤄진 북한의 사이버 공격 의심 사례 58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공격으로 인한 피해액이 약 30억 달러에 달하고, 이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으로 충당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정찰총국 산하의 해킹 그룹에 의한 대량의 사이버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며 북한이 방산 기업과 공급망 등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해외 식당 문제도 이번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특히 북한이 최소 5개 나라에서 식당을 계속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은 북한에 연간 7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중국과 라오스에서 운영 중인 식당의 상호명과 위치를 공개했습니다. 또한 식당 운영에 관여한 북한 정찰총국 소속 북한 요원의 이름과 사진을 언급하면서 유엔 안보리가 이들을 제재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을 비롯한 관련국들의 대북 제재 불이행 사례를 조사하는 것이 주요 임무로, 매년 두 차례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위원회에 제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매년 3월에 발간되는 연례 보고서로, 올해는 615쪽에 걸쳐 다양한 사례를 담았습니다.

안보리 전문가패널은 미국과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총 8개국 출신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됩니다. 다만 최근 전문가 1명이 임기를 마쳐 현재 임시로 7명이 활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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