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을 위한 결의안 채택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습니다. 미국은 러시아가 대북 제재 위반 감시 활동을 침묵시키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보리가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의 임기를 내년 4월까지 1년 연장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습니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결의안은 부결됐습니다.
15개 이사국 중 미국과 영국, 프랑스, 한국, 일본 등 13개국이 찬성했지만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가 반대표를 던졌고 중국은 기권했습니다.
추가 조치가 없을 경우 현재 패널의 임기인 다음 달 30일이 지나면 전문가패널의 활동은 중단됩니다.
결의안 작성을 주도한 미국은 러시아가 대북 제재 위반 감시 활동을 침묵시키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로버트 우드 유엔주재 미국 차석대사는 부결 직후 가장 먼저 발언권을 요청하고 “미국은 표결 결과에 깊은 실망감을 표한다”며 “오늘 표결은 한 이사국이 안보리 대북 결의 위반에 대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침묵시키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우드 차석대사] “The United States is deeply disappointed by the outcome of today's vote. Today's vote was nothing more than the attempt by one council member to silence the independent, objective investigations into DPRK Security Council violations… The answer is quite clear. The panel began reporting in the last year on Russia's blatant violations of the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특히 지난 14년 동안 만장일치로 채택돼 온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에 러시아가 올해 반대하는 이유는 “아주 명확하다”며 “패널은 지난해부터 러시아의 노골적인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보고하기 시작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지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1874호(제26항)에 따라 구성됐습니다.
주요 임무는 1718 위원회, 일명 대북제재위원회 활동 지원으로, 매년 두 차례 대북 결의 위반 활동 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미국,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러시아, 싱가포르 등 8개국에서 파견된 전문가 8명으로 이뤄졌습니다.
패널 임기는 매년 4월 30일 만료되는데, 안보리는 해마다 3월쯤 새 결의를 채택하는 방식으로 1년씩 연장돼 왔습니다.
우드 차석대사는 이날 발언에서 “오늘 표결은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과 제재 회피 노력을 통해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가운데 더 이상 처벌받지 않고 행동하도록 북한을 더 대담하게 만들 뿐”이라면서 “이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물론 책임 있는 회원국의 행동이 아니며, 중국도 기권으로 북한의 (핵) 확산 억제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우드 차석대사] “Today's vote will only embolden the DPRK to act with further impunity as the DPRK jeopardizes global security through the development of long range ballistic missiles and sanctions evasion efforts. This is not the behavior of a responsible member State, let alone a permanent member of the Security Council and China, with its abstention, has once again shown us where it stands on curbing DPRK proliferation.”
이어 러시아를 향해 “당신들은 오늘 전문가패널을 침묵시켰지만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지지하는 우리들을 결코 침묵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우드 차석대사] “Russia. You silenced the panel of experts today, but you will never silence those of us who stand in support of the global nonproliferation regime. The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all of their measures against the DPRK’s unlawful pursuit of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ballistic missiles still remain, and it is the responsibility of every member state to fully abide by the Security Council obligations. The United States remains committed to continue to work with allies and willing partners to hold the DPRK and its defenders accountable for its actions.”
그러면서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추구에 대한 안보리 결의와 모든 관련 조치는 여전히 남아 있고 안보리 의무를 완전히 준수하는 것은 모든 회원국의 의무”라고 강조하며 “미국은 북한과 그들을 옹호하는 자들의 행동에 책임을 묻기 위해 동맹국 및 뜻있는 파트너들과 협력을 지속하는 데 계속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국은 유엔 대북 제재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바버라 우드워드 유엔주재 영국 대사는 이날 부결 후 발언에서 “이번 거부권 행사는 북한 주민이나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사용할 무기를 좇아 제재를 회피하고 위반할 자유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우드워드 대사] “This veto does not demonstrate any concern for North Korean people or for the efficacy of sanctions. It is about Russia gaining the freedom to evade and breach sanctions in pursuit of weapons to be used against Ukraine. The panel, through its work to expose sanctions noncompliance, was an inconvenience for Russia. It is deeply concerning that Russia, a permanent member of this council, has taken such action.”
그러면서 “패널은 제재 불이행을 폭로하는 활동을 통해 러시아를 불편하게 했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도 결의안 채택 무산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황준국 유엔주재 한국 대사는 “1718 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에 의해 인질로 잡혔다”며 “러시아가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에 대한 안보리의 공동 책임보다 맹목적인 자기 중심주의를 내세우면서 안보리의 가장 활발하고 중요한 보조 기관 중 하나인 북한 전문가패널은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녹취:황 대사] “The 1718 Committee Panel of Experts has been taken hostage by one Permanent Member, the Russian Federation. As Russia puts its blind self-centeredness over the Council’s collective responsibility for the maintenance of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the DPRK Panel of Experts, one of the Council’s most vibrant and significant subsidiary organs, has been forced to cease its work… Nevertheless, the Republic of Korea will continue its efforts in collaboration with many like-minded countries towards the goal of CVID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of the DPRK. We will find our way and expect cooperation from other Council Members and all UN Member States.”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같은 생각을 가진 여러 국가와 협력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목표를 향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길을 찾을 것이고 다른 이사국들과 모든 유엔 회원국들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밖에 프랑스, 스위스, 슬로베니아, 몰타, 에콰도르, 시에라리온, 알제리아 등 여러 이사국들도 결의안 부결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지적에 반발했습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유엔주재 러시아 대표부 차석대사는 “우리가 방금 이 회의장에서 서방 동료들로부터 들은 말은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을 지지하지 않기로 한 우리의 결정이 옳았다는 확신을 더욱 굳건히 해줬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폴랸스키 차석대사] “For what we've just heard in this chamber from our Western colleagues only strengthened our conviction that we took the right decision to not support the extension of the panel of experts mandate.
NATO members today have essentially dropped their masks and clearly demonstrated why they really want to extend the mandate of the 1718 committee panel of experts-- to use it to channel unfounded insinuations against Russia, which we have heard excessively today in this chamber.”
그러면서 “오늘 나토 회원국들은 사실상 가면을 벗고 1718 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임기를 연장하려는 이유를 보여줬다”며 “우리가 오늘 이 회의장에서 심심치 않게 들었듯이, (나토 회원국들은 패널 임기 연장을) 러시아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는 데 활용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결의안이 부결된 뒤 발표한 공동 성명을 통해 깊은 유감을 표했습니다.
[공동 성명] “Despite our concerted efforts to negotiate in good faith, Russia’s veto is nothing more than an attempt to silence independent, objective investigations into persistent violations of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by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and by Russia itself, as it seeks military support from the DPRK to wage its illegal war of aggression against Ukraine… We will continue to call on the Security Council to fulfill its primary responsibility to maintain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We will continue to work in good faith with all members of the Security Council, as well as other Member States, to implement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work towards our shared goal for the DPRK to abandon all nuclear weapons, other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in a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manner.”
이들은 “선의의 협상을 위한 우리 공동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북한과 러시아가 자신들의 끊임없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침묵시키려는 시도”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 침략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북한으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안보리가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를 위한 일차적 책임을 다할 것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며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고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기타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하도록 하는 우리 공동의 목표를 향해 안보리 모든 이사국 및 다른 회원국들과 함께 계속 선의를 갖고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을 둘러싼 미국 등 주요 이사국들과 러시아 간 공방은 이날 표결 전부터 이어졌습니다.
미국은 회의 직전 주요 이사국 대표들과 공동 성명을 내고 패널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모든 회원국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공동 성명에는 미국과 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 스위스, 슬로베니아, 에콰도르, 몰타 등 9개국이 서명했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회의장으로 들어가기 직전 회견을 열고 이 성명을 대표 낭독하면서 “북한은 2022년 이후 10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최근 몇 년 동안 불법적인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모두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토머스-그린필드 대사] “In recent years, the DPRK has only continued its unlawful activity, including launching over 100 ballistic missiles since 2022, all in violation of existing Security Council resolutions…In the face of these repeated attempts to undermine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the panel's work is more important now than ever before. This is why it is essential for the Council to renew the panel's mandate today. This is not just about extending the mandate of one of many organs in the UN, but about ensuring the critical role of the Security Council to address the DPRK's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이어 “국제 평화와 안보를 훼손하려는 북한의 이런 시도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패널의 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이것이 바로 오늘 안보리가 패널 임기를 갱신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단순히 유엔의 여러 기관 중 한 곳의 임기를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안보리의 중요한 역할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유엔 대북 제재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결의안 표결 직전 발언에서 “역내 핵무기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안보리 결의에 채택된 제재 체제는 현재 그 연관성을 잃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과도 상당 부분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네벤쟈 대사] “The sanctions regime adopted i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with the noble intentions of preventing the 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in the region at present is not only losing its relevance, it is to a great extent, detached from reality. We are witnessing an unprecedented policy from a coalition of Western countries led by the USA to strangle Pyongyang, which includes harsh unilateral restrictions, aggressive propaganda and direct personal threats against the DPRK authorities.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 당국에 대한 가혹하고 일방적 제한과 공격적인 선전, 그리고 직접적인 인신 위협 등 북한의 목을 조르는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국가 연합의 전례 없는 정책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은 이날 회의 종료 직후 각각 성명을 내고 결의안 채택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고바야시 마키 일본 외무성 대변인은 성명에서 “일본 정부는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 미국, 한국 등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면서 추가 조치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외무성 대변인 성명] “The Government of Japan will consider further actions, working even more closely than ever with like-minded countries such as the United States and the Republic of Korea, towards the full implementation of the relevant UNSCRs. Japan, as a Council member, will continue to actively engage in discussions on dealing with North Korea, including discussions in the UNSC 1718 Sanctions Committee, and will make efforts so that the UNSC can fulfil its expected role, while closely communicating with other UNSC members.”
그러면서 “일본은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앞으로도 유엔 안보리 1718 제재위원회 논의를 포함한 대북 대응 논의에 계속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유엔 안보리가 기대하는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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