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 전문가들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활동을 종료하게 된 데 대해 국제적 제재 이행 노력이 파국을 맞았다고 우려했습니다. 러시아가 북러 무기 거래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피하고자 전문가패널을 무력화시켰고 중국도 제재 회피로 연결된 한통속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제재 전문가인 애런 아놀드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 결의안이 28일 부결된 것과 관련해 “재앙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아놀드 연구원] “Unfortunately, this is catastrophic. It means that, at the end of the current mandate, the Panel will cease its investigative and reporting activities, and that countries will no longer have access to reporting that highlights how North Korea evades sanctions. This makes enforcement nearly impossible.”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전문가패널의 미국 대표로 활동했던 아놀드 연구원은 28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같이 밝히며 “현행 임기가 끝나면 패널은 조사와 보고 활동을 중단할 것이고, 각국은 북한이 어떻게 제재를 회피하는지 분명히 보여주는 보고서에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에서 28일 진행된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 표결에서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반대표를 던짐에 따라 결의안 채택이 불발됐습니다. 또 다른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기권했습니다.
2009년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임기 연장이 부결된 가운데 전문가패널은 추가 조치가 없으면 오는 4월 30일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단하게 됩니다.
아놀드 연구원은 전문가패널의 부재는 국제사회의 제재 집행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아놀드 연구원] “Without the panel, monitoring and enforcement will be left to member states, which unfortunately will be viewed as politically motivated.”
전문가패널 없이는 감시와 집행이 각 유엔 회원국에 맡겨질 것이고 “이는 불행하게도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국장은 VOA와의 통화에서 결의안 부결에 대한 실망을 표시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선임국장] “I think China and Russia were worried that the panel would continue to expose the fact that both countries are violating sanctions.”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전문가패널이 양국의 제재 위반을 계속 폭로할까 봐 걱정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루지에로 선임국장은 특히 4월 30일 이후에도 전문가패널이 존재할 경우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러시아와 북한의 직접적인 협력을 전문가패널이 기록하는 것을 막지 못할 수 있다고 인식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선임국장] “The biggest thing for Russia, they likely realize they would not be able to prevent the panel if it existed past April 30 from documenting Russia and North Korea working directly together on violating North Korea sanctions.”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법률 자문으로 활동했던 대북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2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가 유엔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Russia is no longer making a secret of its obstructionism of the UN. Before there was a war in Ukraine, Russia was still violating sanctions. Now the war in Ukraine caused Russia to violate the more openly.”
스탠튼 변호사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도 제재를 위반해 왔다면서, 이제 전쟁은 러시아가 더 공개적으로 제재를 위반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유엔 무기 금수 조치를 위반하며 “북한으로부터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무기를 구입해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 정보분석관 출신으로 북한 제재 회피 활동을 추적해 온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영향을 크게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The biggest reason behind for Russia is that they don’t want the telescope focused on them, because obviously now a big part of North Korea’s weapons proliferation goes to Russia. So, Russia doesn’t want the spotlight focused on them as well as North Korea on the UN panel of experts.”
벡톨 교수는 “분명히 현재 북한 무기 중 상당수가 러시아로 들어가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유엔 전문가패널이 자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중국의 기권에 대해 벡톨 교수는 중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완화되는 것을 바라는 입장이라며, 중국 대신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자금이 들어 가는 상황이 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루지에로 선임국장은 중국으로서는 러시아가 알아서 누구도 원치 않는 일(dirty work)을 처리해 주는데 굳이 나설 필요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루지에로 선임국장은 그러나 앞서 미국과 한국이 발표한 신규 대북 제재 명단에서도 북한의 제재 회피에 중국이 러시아와 주로 연계돼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선임국장] “Chinese don't need to do when Russia is willing to do their dirty work right…It tells you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the financing of North Korea sanctions evasion. It’s primarily China and Russia.”
27일 미국과 한국은 공동으로 러시아와 중국, 아랍에미리트에 있는 개인 6명과 업체 2곳을 추가한 신규 대북 제재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새롭게 제재 대상이 된 이들이 “주로 러시아와 중국에 위치한 네트워크를 통해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아놀드 연구원과 마찬가지로 벡톨 교수도 전문가패널의 부재로 국제사회가 제재 이행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벡톨 교수는 전문가패널이 맡았던 역할 중 하나는 “제재를 집행하고 새로운 제재를 내놓거나 지속적으로 제재를 이행하는 국가들에게 권고하는 것”이었다며, 앞으로 어떤 조직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It’s a real blow… The first role is making recommendations to the UN Security Council, which are basically the individual nation states that put sanctions, that bring new sanctions and continue to enforce actions. If that goes away, what’s the body that’s going to recommend to do these things? That’s the big question.”
벡톨 교수는 또 전문가패널의 보고서는 “북한이 불량국가로 계속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널리 알리는 매우 좋은 도구”였다면서, 앞으로는 북한 정권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 보고서를 얻기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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