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시퍼 전 주일 미국대사는 이번 주 미일 정상회담에서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큰 뉴스가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시퍼 전 대사는 8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미일 동맹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일본 총리가 추진 중인 북일 정상회담에 대해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주호주 대사,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주일본 대사를 지낸 시퍼 전 대사를 김영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 워싱턴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합니다. 가장 중요한 의제는 뭐가 될까요?
시퍼 전 대사) 양국 관계 변화와 동맹의 강화입니다. 원래부터도 미일 동맹은 매우 강력합니다. 전 세계 미국 동맹 중 이보다 더 강한 동맹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죠. 일본은 그 동안 동맹 강화를 위해 취하는 조치들에 관해 적어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었는데요, 이제 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정상회담이라고 생각하고요. 이번 회담에서 큰 소식이 전해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전 세계가 관심을 가질 만한 뉴스 말이죠.
기자) 이번 정상회담이 특히 주목되는 것은 미일동맹 강화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인데요. 미국은 자국의 아시아 전략에서 일본이 어떤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까?
시퍼 전 대사) 일본은 매우 위험한 이웃들 사이에 있습니다.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들도 이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국민들은 중국과 북한, 그리고 러시아로부터의 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러한 상황을 악화시켰죠. 21세기에도 침략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21세기에도 20세기에 일어났던 것처럼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자) 미일 안보동맹의 격상에 발맞춰 일본은 자위대 내에서 육해공군 간의 원활한 조율을 목적으로 하는 합동작전사령부를 세울 계획입니다. 그리고 일본은 2027년까지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늘릴 예정이고요. 한국을 포함해 과거 일본 제국주의를 직접 경험한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을 다소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런 우려를 잘 인식하고 있습니까?
시퍼 전 대사) 미국 워싱턴에서 이런 우려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우려는 종전 이후 계속 있어왔기 때문입니다. 지금 일본이 과거보다 더 높은 수준의 국방력을 추구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다시 군국주의 국가가 되기 위한 열망 때문이 아니라 아시아의 평화를 지키려는 열망 때문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로부터는 이에 대한 반발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이들 아시아 국가들은 과거보다 현재 더 많은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에게 다가가기 위해 취한 행동과 또 반대로 일본이 한국에 대해 취한 행동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념비적인 조치였습니다.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태평양과 그에 기반한 무역과 평화를 모두 중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코 전쟁을 원하지 않죠. 저는 한국 전문가라고 할 수 없지만 한국인들은 그 위협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쪽의 김정은에 의한 위협도 더 커진 것을 느끼고 있죠. 그래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협력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고요, 앞으로 그 협력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미국 그리고 일본의 안보가 위협에 처하게 되면 한국의 안보도 위협에 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아시아에서 중국의 위협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도 있죠. 일부 분석가들은 북한이 일본의 군사력 강화에 합당한 이유를 제공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요. 심지어 일본인들 중에는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결국 일본의 자위대 증강에 도움을 줬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북한은 한동안 도발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는 일본이 전수방위 태세를 버리고 전쟁을 벌일 수 있는 국가가 되는 것에 합당한 이유가 됩니까?
시퍼 전 대사) 일본은 항상 자국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유엔 헌장은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모든 국가가 자기 방어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했습니다. 일본 군대는 물론 문자 그대로 자위대라고 불리죠. 그동안 일본은 미국이나 다른 강대국들처럼 전력 투사 능력를 과시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일본은 늘 방어 중심적으로 사고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과 당시 일본에 존재했던 군국주의 때문이었죠. 지금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도 전력 투사 능력 과시보다는 방어 능력 강화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건 공격이 아니라 전쟁을 막는 것입니다. 게다가 일본 국민들은 전력 투사에 대해 여전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푸틴이 저지른 일이나 중국이 홍콩, 남중국해에서 행하는 일을 보면 누구라도 불안을 느낄만 합니다. 저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도 이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기자) 기시다 총리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데요.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북일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많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시퍼 전 대사) 저는 성사되길 바랍니다. 한 테이블에 앉게 할 수 있다면 협상에 성공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또 정기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때 서로의 입장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게 평화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시다 총리가 손을 내민 것 자체가 일본은 전쟁을 선동하려는 나라가 아니란 것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라고 생각하고요.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죠.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 확답은 못하겠습니다.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북한에 갔던 것을 돌아보면 획기적인 일이었죠. 일본인 납치설에 대해 북한 정권은 자신들이 그렇게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논란이죠. 하지만 저는 대화를 나눌수록 평화를 위한 좋은 기회가 더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떨어져서 상대방에게 돌만 던지면 성과는 없죠.
기사) 2002년 고이즈미 당시 총리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켰죠. 그런데 당시 미국에서는 북일 정상회담을 조심스럽게 보는 기류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일본이 또다시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미국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시퍼 전 대사) 당시 기류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워싱턴에서 대화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잠수함과 같은 것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는 상황이 우려스러운데요. 우리는 때때로 북한의 도발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선을 넘는 방식으로 터무니없는 행동을 다시 한다 해도 사람들은 이제 놀라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가까운 미래에 무엇을 할지 또는 하지 않을지 예상할 수 없는 매우 위험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일본이나 미국에 공격을 가하는 것은 자살 행위가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기자)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서 더 강력한 미일동맹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시퍼 전 대사) 그동안 그 역할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미일동맹은 동북아의 평화를 지켜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일동맹의 힘은 일본에 있는 80개 이상의 미군 기지와 5만 명 이상의 미군 병력에도 기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일미군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미군 병력이 많죠. 한국에는 2만 5천명 정도가 있는데요. 아시아에 그렇게 많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 자체가 평화를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일본에 대한 공격과 한국에 대한 공격은 미국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입니다. 두 나라를 공격하게 되면 미국의 즉각적인 대응이 있을 것입니다. 이 두 나라는 우리의 동반자입니다. 때때로 미국인들은 이것이 미국에게 일종의 부담이 되는 것처럼 봅니다. 하지만 결코 부담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 곳에 있다는 사실은 한국과 일본인의 삶뿐만 아니라 미국인의 삶을 보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동북아의 평화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죠.
기자) 오래전부터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아시아에서 가장 주요 동맹국으로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인도가 미국의 중요한 파트너로 부상했고 호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2017년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의 4개국 협의체 쿼드(Quad)가 재결성되었고요. 한국 국민들 중 일부는 왜 한국이 여기서 제외되었는지에 의문을 느끼기도 하는데요. 한국이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에게 있어 든든한 동맹국이 될 수 있습니까?
시퍼 전 대사)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한국은 미국의 든든한 동맹국입니다. 미한동맹은 굳건합니다. 더 강해질 수 있고요. 쿼드가 나온 것은 주로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먼저 얘기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아베 전 총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에서 규모가 큰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합을 만들고자 했죠. 그러면서 호주와 인도, 그리고 미국을 포함시켰습니다. 이 나라들의 관심사가 모두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쿼드에 참여할 날을 기대해봅니다. 그때는 쿼드가 아닌 다른 용어로 불러야 하겠지만요. 하지만 저는 그것이 우리 모두가 목표로 삼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태평양 지역에서 평화를 유지하려는 공동의 목표를 토대로 통합하는 것이죠. 우리는 각자 거기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한국도 그 동맹의 모임에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웃트로: 지금까지 토머스 시퍼 전 주일 미국대사로부터 이번주 열릴 미일 정상회담과 미일 동맹 강화 움직임, 그리고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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