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이른바 MZ세대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의 한 거리가 있습니다. 서울 중구의 신당동인데요. 1950~60년대 서울 최대의 양곡시장이 자리했던 곳이 지금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거리로 조성되면서 MZ 세대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을 살펴보는 ‘헬로서울’, 오늘은 '힙당동(힙+신당동)으로 불리는 신당동'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해설 현장음] “신당동 떡볶이 거리에 왔습니다. 쓰여 있죠? ‘떡볶이 거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예전부터 떡볶이 거리가 많이 형성된 건 아니에요.”
서울의 숨겨진 이야기가 담겨있는 광희문 일대를 걸으며 서울의 역사적 장소를 방문하는 '광희문 달빛로드'. 흥인지문에서부터 신당동 떡볶이 타운 그리고 정주영 싸전 거리까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걸어보는데요.
아마 신당동하면 바로 떠오르는 건 떡볶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1950년대 떡볶이가 탄생한 동네로, 지금은 떡볶이 타운이 조성돼 있어 신당동의 대표 먹거리가 됐는데요. 투어 말미에는 신당동 떡볶이 타운과 마지막 코스인 싸전 거리로 이동했습니다. 중구청 도보관광 해설사 구미회 씨입니다.
[녹취: 구미회 해설사] “동네가 힙당동, 힙당동이라 해서 아주 뜨는 동네로 올라오고 있는데 그쪽 가시면 ‘오, 이런 것도 있어?’ 하실 거예요. 싸전 거리까지 같이 가시죠. 여기 건물은 예전에 벽돌 건물처럼 되어 있고요. 여기 골목 사이사이마다 힙당동해서 카페라든가 음식점이라든가 주점이라든가 칵테일 바라든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많이 생겼어요.”
신당동 싸전 거리에 들어서자 쌀 창고로 쓰던 공간을 개조해 만든 카페와 식당이 한눈에 보입니다. 형형색색의 조명과 특색있는 가게가 눈에 띄었는데요.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성공스토리를 담은 안내판과 조형물도 곳곳에 설치돼 있었습니다. 다시 구미회 해설사의 설명 들어봅니다.
[녹취: 구미회 해설사] “지금 여기 바닥에 보세요. 사람들 걸어오는 바닥에 보면 이런 겁니다. ‘일에는 늙음이 없다.' 그다음에 뭐라 그랬어요? '최상의 노동자에게는 새로운 일감과 순수한 열정이 있을 뿐이다.’ 어록 하나고요. 또 이쪽에 하나 봅시다. ‘길이 있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길을 닦아 나가면 된다.’ 지금 바닥에 어록처럼 쓰여 있는 게 정주영 씨가 하신 말씀이세요.”
그러면서 현대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궈낼 수 있었던 역사가 신당동 싸전 거리에서 시작됐다는 얘기도 덧붙였는데요.
[녹취: 구미회 해설사] “정주영 씨가 시골에서 상경해서 일을 찾다가 싸전 거리 여기 '복흥상회'라는 데서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 했던 일은 쌀 배달이에요. 자전거 타는 거를 익히고 쌀가마니를 올려서 배달하는 일을 굉장히 잘했다고 해요. 근데 일을 하다 보니까 주인으로부터 신뢰를 받게 되는 거죠. 그래서 주인이 이제부터 장부 정리도 해봐라. 그래서 계속 일을 하다가 이분이 인수받게 돼요. 그 쌀가게를 인수받아서 고객들을 찾아가고 아주 열심히 일을 했다고 하는데 일제 강점기 때 조선총독부에서 어떤 일이 있었냐면 쌀 배급제가 생겨요. 그러니까 쌀가게가 필요가 없던 거예요. 그래서 쌀가게를 잠시 문을 닫고 그러고 쉬고 있다가 '아도서비스'라는 걸 하나 인수해요. 자동차 정비회사, 이 자동차 정비회사가 오늘날 현대자동차가 되는 거죠.”
근면과 성실이라는 '기본'에서 출발해 자수성가한 정주영 회장의 이야기를 통해 해설사는 투어에 함께한 참가자에게도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는데요. 이 싸전 거리에서 투어는 마무리됐습니다.
[녹취: 구미회 해설사]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힙당동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주고 또 이렇게 많이 사람들이 모여서 맛있게 먹고 차도 마시면서 하고 있습니다. 또 그럼으로써 약간의 부딪히는 부분도 있겠죠. 기존에 쌀가게 하신 분들은 저녁에 시끄럽게 하는 것도 있고 담배꽁초를 버리는 경우도 있고 이런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게 좀 잘 맞춰져서, 뭔가 변하긴 변해야 하지만 서로 다 협력해서 좋은 거리, 힙당동 거리로 한 번의 유행으로 그치지 않고 하면 서로한테 윈윈하는 그런 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저희가 ‘광희문 달빛로드’라는 제목하에 흥인지문 큰 대문 동쪽에서 시작해서 신당동 떡볶이 그래서 여기 싸전 거리까지 이렇게 다녀왔습니다. 어떻게 오늘 잘 들으셨는지요?”
[녹취: 이동훈 씨] “네. 아주 재밌었어요.”
투어를 마친 참가자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신당동을 둘러봅니다. 그리고 투어에 참가한 이동훈 씨는 서울의 다양한 매력을 발견했다며 신당동의 새로운 모습에 놀라기도 했는데요.
[녹취: 이동훈 씨] “신당동 하면 떡볶이 그거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역사가 깃들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그동안 서울 길 다니면서 이런 내용을 모르고 다녔거든요. 어디가 맛집이다, 어디가 뭐 오래된 집이다, 이런 것만 알고 식당 찾아가고 했었는데요. 오늘 설명 듣고 역사적인 내용까지 듣고 하다 보니까 굉장히 알차네요. 길이 다르게 보여요. 책에서도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걸 실제로 체험한 것 같습니다.”
이제 신당동 싸전 거리는 과거 쌀 가게가 있던 곳에서 세련되고 개성 있는 가게들로 북적입니다. 구미회 해설사는 신당동의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녹취: 구미회 해설사] “예전에 신당동 하면 사람들이 무당이라고 해서 신당동 안에는 점이나 굿을 하는 깃발도 많이 보실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 신자는 새로울 신(新) 자로 바뀌었고요.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신당동 하면 떡볶이, 떡볶이촌 이거를 많이 생각하실 텐데 요즘 떠오르는 게 예전에 중앙시장 근처에 싸전 거리가 있었던, 그 동네에 젊은 분들이 들어와서 새로운 가게나 카페나 주점을 내면서 이 지역이 힙당동으로 바뀌어서 예전하고 지금 하고 변화가 있고요. 그렇다고 해서 새롭게 건물을 지어서 들어온 건 아닌 것 같아요. 보시는 것처럼 벽돌로 된 건물들도 있고 허름해 보이는 건물들이 있는데 이런 건물에 다시 임대해서 가게를 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당동 싸전 거리를 가로질러 가면 중앙시장이 나타납니다. 전통 시장인 중앙시장에서는 술안주와 전집, 다양한 식자재를 판매하는데요. 이곳에도 젊은 감각의 가게가 늘어났고요. 또 저녁이 되면 맛집이라고 불리는 곳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인의 반응은 어떨까요? 중앙시장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오정열 상인입니다.
[녹취: 오정열 상인] “주메뉴는 전집이고요. 한 7~ 80가지 됩니다. 안주 류가, 포차 형식으로 해서 어르신들 거의 뭐 70~80% 됐는데, 지금은 젊은 층들이 한 70~80% 됩니다. 저녁에는 거의 젊은 20~30대 애들이고... 바뀌기야 바뀌었죠. 젊은 사람들 가게도 많이 차리고 핫플레이스라고 해서 손님들도 많이 들어오고...“
또한 30년째 시장에서 호떡을 팔고 있다는 한 상인은 신구(新舊)의 조화가 어우러져 젊은 세대가 더 많이 찾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했는데요.
[녹취: 호떡 파는 상인] “맛있는 호떡을 팔고 있습니다. 총각 때부터 장사했어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첫째는 부담 없이 가격이 저렴하다. 그리고 맛이 있다. 가성비가 있다. 그리고 여기는 재래시장이니까 옛날 고유의 보이지 않는 마음의 정 그런 것들이 많이 있다. 그게 어울려서 이렇게 젊은 사람이 많이 오지 않을까? 그 세대는 옛날 우리 세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게 삶의 현장, 열심히 사는 모습 그런 것도 요소가 있어서 젊은 사람이 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끝으로 신당동을 찾은 한국 시민들은, 변화한 힙당동의 모습을 보며 각기 다른 생각 을 하고 있습니다. 옛것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 또 사람이 많이 모임에 따라 높아지는 임대료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반갑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녹취: 이동훈 씨] “현대화도 좋긴 한데 옛날 거 간직하는 게 저는 좋은 거 같거든요. 피맛골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그런 게 운치가 되게 좋았거든요. 비 오는 날, 좁은 골목길에 비 몇 방울 맞아가면서 일 끝나고 식당 들어가서 생선구이 먹고 술 한잔했을 때 그런 기억들이 있거든요. 근데 그게 요즘 너무 현대화되고 커다랗고 반듯한 건물로만 들어서니까요. 조금 아쉽기도 하고요. 융화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녹취: 김영민 씨] “오고 싶었던 곳이 있어서 겸사겸사 온 건데 군데군데 분위기 있는 술집이 있다. 이런 느낌. 구경하고 있어요. 사실 성수동이나 이런 데서도 이런 것 때문에 집값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얘기는 들은 적 있어서 누구는 좋고 누구는 안 좋고 하는 현상이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해요. 양심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요?”
[녹취: 강병권 씨] “사실 오는 손님들의 연령층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시장이라는 느낌 자체가 대부분 나이 많으신 분들, 동네 사람이 많이 오셨는데 지금은 젊은 세대들이 더 많이 찾는 그리고 그런 걸 더 좋아하는 느낌. 옛날의 느낌을 젊은이들이 더 좋아하는 느낌인 것 같아요. 근데 새로운 걸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더 잘못된 생각이라고 들고요. 그러니까 어느 지역은 어느 사람만 있다, 이런 게 정해진 건 아니니까요. 젊은 세대와 기존 세대가 어울릴 수 있으면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렇게 변하는 모습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