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제재는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실효적 도구라고 앤서니 루지에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보좌관이 말했습니다. 반면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한국 국장은 지금까지 제재의 역할이 지나치게 강조돼 온 것은 잘못된 접근법이라며, 북한과 상호 신뢰를 높이는 창의적인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두 전문가와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기자)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4월 30일 공식 해체됐습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제재한 지 20년이 됐는데요. 제재가 북한의 불법적인 행동과 도발을 막는데 효과가 있었나요?
제니 타운) 아니요. 물론 제재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습니다. 북한이 내린 결정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했고, 북한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제재가 북한의 전략적 셈법을 바꾸지는 못한 것은 분명합니다. 핵무기를 추구하고 개발하며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하는 셈법 말입니다. 제재가 일정한 역할을 했고 우리 정책의 일부 또는 큰 부분을 차지해왔는데, 이것은 잘못된 접근법이었습니다. 또 수 년 동안 제재의 역할이 지나치게 강조돼 왔습니다.
앤서니 루지에로) 지금은 제재 정책이 실질적으로 없는 것과 같죠. 김정은의 셈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것들을 쫓지 않는 것은 분명합니다. 심지어 대북 정책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대북 정책은 미국의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미국이 중국 등과 맺는 관계에서 6, 7, 8번째 순위이죠. 슬픈 상황입니다. 핵무기로 미국과 동맹국들을 위협하는 나라가 있는데 우리는 어떤 방식이나 형태로든 이에 대응할 정책이 없습니다.
기자) 루지에로 연구원님, 현재 미국이 충분히 강력한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타운 국장은 근본적인 질문을 했죠. 대북제재 정책 자체가 잘못됐다는 건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앤서니 루지에로) 우리가 달리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다른 접근법도 다 시도해봤습니다. 가장 흔한 불만은 제재가 너무 많고 위협감소나 군축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우리는 실제로 이전에 이 모든 것을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현재 유일한 대북 정책은 군사적 측면에서 억지력을 유지하고 구축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김정은의 수익창출 능력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협상이 중단돼 있고 북한이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벗어난 상황에서 말이죠.
기자) 루지에로 연구원은 미국이 이미 위협감소 등 여러 창의적인 방법들도 시도해봤다고 하는데요. 타운 국장은 어떻게 보시나요?
제니 타운) 우리는 위협감소를 시도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비핵화를 시도해왔고, 수년 동안 북한과의 관계에서 다른 모든 것보다 핵무기의 역할을 강조하는 의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제재는 ‘위협 단계’에서 가장 효과적입니다. 이미 양자간 경제 관계를 맺고 있을 경우 (제재) 위협을 받는 국가는 잃을 것이 있기 때문에 행동을 바꿔 제재를 막으려 할 것이라는 전제이죠. 일반적으로 실제로 제재를 가할 때쯤이면 이미 체념한 상태입니다. 상대방이 행동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죠. 현실은 우리가 북한 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진지하게 노력한 적이 있습니까? ‘비핵화를 하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있다’고 말하는 것 외에요. 우리가 정말 이 관계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나요? 루지에로 연구원이 언급했듯이 지난 수년 동안 북한이 미국 외교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대북 전략을 만드는데 최소한의 노력만 기울여 왔습니다. 지속 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전략, 선제적인 전략, 핵 프로그램 이상을 다루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핵 군축이라는 개념을 매력적인 제안으로 받아들이도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말이죠.
기자) 타운 국장님은 위협 감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게 한 다음에 미국과 북한 사이에 군축 협상을 하자는 건가요?
제니 타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핵 충돌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어느 시점에서는 그들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르는 위험이 있고, 특별히 더 위험한 활동이 있습니다. 위험이 높기 때문에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자 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져야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죠.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두더라도 더 즉각적인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현재 한반도의 긴장이 높고 남북한 모두 선제공격 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 안에서 가장 작은 나라이며 재래식 군사력이 가장 약합니다. 하지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불안정하고 위험한 상황이죠. 우리가 긴장을 계속 고조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또 금지선이 어디인지를 계속 시험하는 것도 원치 않죠.
기자) 북한이 가장 작은 나라이자 가장 약한 나라라는 정의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는데 말이죠.
제니 타운) 재래식 전력을 말한 겁니다.
기자) 루지에로 연구원은 6자회담 때부터 미북 회담에 관여하셨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진지하게 위협 감소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앤서니 루지에로) 그게 우리의 정책이었습니다.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 안에 묶여 있든 아니든 말이죠. 제네바 기본합의로 돌아가 봅시다. 당시 사용후 핵연료를 봉인한 이유는 영변 원자로의 위험을 감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6자회담 당시 그들의 핵 신고서를 검증하기 위해 몇 년을 노력한 이유도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을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비핵화에 가장 근접했던 이 두 번의 경우 모두 공짜가 아니었습니다. 부시 정부 당시 강도 높은 제재를 대폭 완화해야 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원했던 경로와 다른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번에도 공짜가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위협 감소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항상 묻는 것은 ‘무엇을 포기할 의향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우린 다른 모든 것을 시도해 봤죠.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보냈죠. 인적 교류와 관여도 논의했습니다. 우리가 북한과 직접 대화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항상 있는데요. 우리는 여러 대통령 밑에서 여러 번 대화를 해왔지만, 북한이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분명하게 지적하고 싶은 것은 미국이 강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 문제를 매일 공부하는 우리는 그런 인식이 사실이 아니라고 보죠. 미국 정부는 중국, 이란,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대표들을 제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기업과 개인, 은행을 쫓지 않고 있으며, 이는 그들이 진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북한의 사이버 활동이 발생한 지 몇 달 또는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제재하고 있죠.
기자) 현 상황에서 어떤 정책 제언을 하시겠습니까?
제니 타운) 우리가 직면한 것은 핵 군축 도전입니다. 불안감을 느끼는 나라가 군축의 길을 선택하도록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그 설득은 신뢰가 갈까요? 현재 지정학적 추세는 분쟁이 발생하기 쉬운데 말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은 잠재적인 핵무기 사용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핵 사용 가능성이 다시 현실화됐습니다. 또 핵무기를 억제하기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개념이 한층 강화됐습니다. 비확산 체제에 대한 신뢰가 다시 높아지고 핵무기가 국제 안보 문제에 대한 해답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그런 추세에 역행하는 해법을 북한을 위해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앤서니 루지에로) 앞으로 1년 동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협상도 없을 거고요.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집니다. 우리는 앞으로 1년간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요?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연대에서 약한 고리는 북한입니다. 북한이 약한 고리인 이유는 우리가 북한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이란, 특히 러시아와 협력하는 방식에 실제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나 미래의 잠재적인 트럼프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정말 진지하다면 앞으로 1년간 이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 정책의 일부는 강력한 제재가 될 것입니다. 좋든 싫든 제재는 군사적 충돌까지 나아가기 직전의 몇 안 되는 도구입니다. 이들 나라들은 진지하게 관여하는데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재는 이들 국가가 외교에 진지하게 임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Outro) 지금까지 대북제재의 실효성에 대해 앤서니 루지에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보좌관과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한국 국장의 대담을 들으셨습니다. 진행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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