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대북전단 단체들, 문 전 대통령 ‘전단 수준 저열’ 비판 사실 아냐… “객관적 정보가 우선”


문재인 전 한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발간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문재인 전 한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발간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대북 전단 수준이 저열하다고 비판한 가운데 전단을 보내는 탈북 단체들은 전단 내용이 대부분 객관적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주로 한국전쟁의 진실과 한국의 발전사를 담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북한 최고지도자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은 의도와 달리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전단 단체들, 문 전 대통령 ‘전단 수준 저열’ 비판 사실 아냐… “객관적 정보가 우선”
please wait

No media source currently available

0:00 0:06:59 0:00

한국 내 민간 대북전단의 원조로 불리는 이민복 대북풍선단 대표는 21일 VOA에 대북 전단을 저열하다고 비판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대표는 북한 주민들에게 객관적 사실을 전하는 데 주력해 왔다며 전단의 주요 내용은 “8·15 해방의 주체는 수령이 아닌 미국, 한국전쟁이 인민군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역사 등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발간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북한에 보내는 대북전단에 대해 “수준이 저열한 대북전단은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코로나 시기에는 북한이 (중략) 전단과 풍선 속의 물품이 코로나 병균을 전파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가세돼 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북한 측 입장을 소개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과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제정해 국내 모든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금지했었습니다.

이런 조치는 당시 국내외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와 접경 지역 주민들의 안전 여부 등 여러 논란을 야기했지만 전단 내용을 전직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 이민복 씨가 자택에서 전단살포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 이민복 씨가 자택에서 전단살포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자료사진)

이민복 대표는 지난 20년간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북한에 보내려고 시도한 자신의 노력을 전 대통령이 폄하한 것으로 들려 매우 불편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민복 대표] “북한 동포들은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눈과 귀가 가려진 노예입니다. 눈과 귀가 가려졌다는 것은 라디오와 인터넷을 자유롭게 못하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거기서 수령 우상화, 신격화 교육으로 굶어 죽어가면서도 수령님 만세를 부르는 불쌍한 동포들에게 그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는 원초적인 인도주의입니다. 이 전단을 보내는 것을 부끄럽고 저급하다는 게 정상적일까요? 너무 창피하고 자존심마저 상해요.”

이민복 대표가 지난 2003년부터 대형 풍선을 통해 북한에 보내는 전단. 사진= 이민복 대표
이민복 대표가 지난 2003년부터 대형 풍선을 통해 북한에 보내는 전단. 사진= 이민복 대표

이민복 대표가 지난 2003년부터 대형 풍선을 통해 북한에 보내는 전단을 VOA가 입수해 확인한 결과 주요 내용은 ‘내가 깨달은 6·25(조국해방전쟁)전범자, 해방자, 남조선 실태’입니다.

8·15 해방과 인민군의 침공으로 시작된 한국전쟁, 미군이 아닌 동족의 보복으로 발생한 신천 대학살의 진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세계 10대 경제 강국인 대한민국, ‘수령이 아니라 예수 믿으세요’란 내용의 기독교 선전물이 다수입니다.

이 대표는 김정은을 돼지로 묘사하거나 이와 관련해 선정적 내용을 담는 일부 단체의 전단을 비판하는 것은 마땅하다면서도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대북전단 살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가 지난해 공소 취소 결정을 받은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도 전단에 저급한 내용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녹취: 박상학 대표] “육군사관학교의 교재로 쓰이는 ‘진짜 용이 된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경제, 사회, 문화, 발전 역사를 수록한 소책자, 그것을 보내는 게 저급한가요? 또 김정은 3대 수령 세습독재를 비판한 내용, 거기에 삼성도 나오고 심지어 김연아도 나오고.”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보내는 전단 일부를 들어보이고 있다.(자료사진)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보내는 전단 일부를 들어보이고 있다.(자료사진)

박 대표가 이날 별도로 VOA에 공유한 전단을 보면 이런 내용과 더불어서 ‘형님을 살해한 악마, 인간 백정 김정은’, ‘김정은을 특수 정치범으로 고발합니다.’, ‘김정은, 이자야말로 불변의 역적, 민족의 원쑤’라는 제목들이 있습니다.

박 대표는 이게 모두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아울러 지난 2016년 ‘탈북자단체총연합회’란 단체가 보낸 전단에는 ‘김정은 현상수배’란 제목도 있습니다.

다만 일부 탈북민들 사이에선 북한 지도자에 대한 이러한 원색적 비난이 오히려 한국에서 저급하다는 비판을 초래하고 북한에도 역효과를 낸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북한 아오지 꽃제비 출신으로 한국 국회의원의 비서관을 지낸 뒤 작가로 활동 중인 조경일 피스아고라 대표는 김정은이 아무리 악하더라도 북한이 숭배하는 ‘최고존엄’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많은 주민에게 거부감을 일으킨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경일 대표] “ ‘아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이걸 인지하게 만들어서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게 하는 것이 삐라(전단)의 목적이거든요. 그런데 저렇게 김정은 돼지, 저런 것 뿌렸을 때 북한 주민들이 ‘아 김정은이 돼지였구나 나쁜 놈이었구나’ 이렇게 생각을 할까라고 볼 때 저는 정반대라고 생각하거든요. 최고존엄을 비판하는 내용은 소지 자체가 강력한 처벌 대상이 됩니다. 북한 정권의 통제 속성도 무시한 삐라예요. 일부이긴 하지만 이들의 고민이 부재하다고 생각해요.”

조 대표는 이런 원색적 접근은 품질을 무시한 채 부정적 이슈로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노이즈 마케팅”에 비유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전단의 효용성에 의문이 많지만 “이왕 보내려면 탈북민 등 한국인들의 일상을 통해 남북한의 대조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2년 북한군 복무 중 서부전선을 통해 한국에 망명한 정하늘 씨도 대북 전단 활동은 지지하지만 “김정은의 치부를 바로 건드리면 오히려 외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의 문이 닫힐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정하늘 씨] “지혜롭게 (전단을) 보내야겠죠. 뱀처럼! 거기에 자극적으로 김정은을 까는 얘기보다 공감할 수 있는,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할 것 같아요. 대한민국의 경제력이라든가 한국의 실상을 많이 들여보내야겠고 그런 게 개인적으로 북한 군인들에게 많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앞서 대북 전단과 관련해 VOA에 “북한인들이 북한 정권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사실에 기반한 정보에 접근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는 북한 안팎과 북한 내부에서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도록 계속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권입니다.

Forum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