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발간한 자신의 회고록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서 환심을 사기 위해 기만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은 오랜 역사가 있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발간한 ‘변방에서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회고록에서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가 불신하는 데 대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정은이 당시 비핵화 의지가 있었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문 전 대통령의 바람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당시 북한은 핵무기를 대량 생산하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김정은이 문 전 대통령에게 무언가를 주장했을 수도 있고, 문 전 대통령이 김정은이 그렇게 하기를 바랐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비핵화는) 김정은이 가고자 했던 방향이 아니었다는 많은 증거가 있습니다. 2018년에도 김정은은 1년에 12개 정도의 핵무기를 대량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도 문 전 대통령의 주장은 북한 정책과 모순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김정은의 발언은 지금까지 김정은 자신과 그의 여동생, 북한 관리들의 수년간의 발언, 또 북한의 공식 선언인 핵 보유국, 이어 다른 나라에 대한 선제공격을 포함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북한 정책과 모순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 지도자들은 외국 대화 상대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기만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오랜 역사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태평양 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도 김정은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2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미국 측의 핵 리스트 요구로 어려워졌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당시 회담에서는 김정은에게는 권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북한 주민들에게 더 밝은 미래를 열어줄 수 있는 기회였지만 김정은은 자국민의 번영과 안녕보다 핵을 활용한 자신의 권력 추구를 선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북한은 정권 교체 위협에 대한 억제책으로 핵을 보유하고자 했으며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지금 핵 선제공격 정책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
“제가 보기에 북한은 여전히 일종의 핵무기 역량을 보유하길 원할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항상 말했듯이, 또 문 전 대통령도 회고록에서 언급했듯이 사용되지 않는 억지력으로 말이죠. 이제 우리는 북한이 정책을 바꿨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그들은 지금 선제 핵공격 정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과 협상했던 때와는 다릅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북한이 핵을 정권 유지를 위한 억제용으로만 사용하고,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지금은 핵을 억제용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현재 또는 미래의 북한 지도자가 만약 그들이 도발이나 위협을 당해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