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대 후반 북한 공작원에게 납북된 고교생의 가족을 만난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가족들의 고통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지지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줄리 터너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한국 고교생 납북자 어머니와의 만남에 대해 “가슴이 먹먹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전북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열린 고교생 납북자 송환 기원비 제막식에 참석했던 터너 특사는 29일 VOA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한국 방문 기간 동안 1970년대 후반 북한에 납치된 한국인 10대 청소년 5명 가운데 한 명인 이민교 씨의 어머니 김태옥 씨를 만났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돌아가시기 전에 아들 얼굴 한 번만 보고 싶다는 김 씨의 애끊는 호소에 가슴이 먹먹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자신이 엄마로서, 김 씨가 지금껏 느꼈을 그 고통이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터너 특사] “During my visit to Seoul, I had the opportunity to meet with Kim Tae Ok, the mother of Lee Min Kyo, one of five South Korean teenagers abducted by the DPRK in the late 1970s. It is impossible not to be touched by Mrs. Kim’s heartbreaking plea to see her son’s face one more time before she passes. As a mother myself, I cannot imagine the pain Mrs. Kim has felt all these years.”
92세의 고령으로 휠체어를 타고 지난 24일 제막식에 참석한 김 씨는 터너 특사의 손을 꼭 부여잡고 자신이 죽기 전에 아들 얼굴 한 번만 보게 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녹취: 김태옥 씨]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세상, 우리 아들 얼굴만 한 번 보고 가면 좋은데 이것이 안 될 것 같아요. 북한에서 들어주지 않을 것같아요. (중략) 자식을 잃어버리고 이렇게 사는데. 어떻게 살았으니까 만나게만 해줘. 만나. 거기서 살아도 만나게만 해줘. 그게 원이야.”
김 씨의 아들 이민교 씨는 지난 1977년 8월 경기도 평택 태광고 2년 재학 중 친구 최승민 씨와 전남 홍도 해수욕장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납북됐습니다.
김 씨와 남편은 아들이 납북된지도 모르고 전국을 헤매고 다녔지만 끝내 아들을 찾지 못했고, 남편은 결국 아들의 생사조차 모른 채 중풍으로 쓰러져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후 체포된 남파 간첩 등을 통해 이 씨를 비롯한 고교생 납북자 5명이 북한에서 남파 간첩들을 대상으로 한국인처럼 보이도록 한국 생활 방식 등을 교육하는 ‘이남화’ 공작 교관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습니다.
터너 특사는 “김 씨뿐만이 아니다”라며 “한국인 납북자, 일본인 납북자, 다른 나라에서 납치된 사람, 전시 납북자, 억류자, 미송환 국군포로, 전시 이산가족, 난민 등 전 세계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북한의 억압 정책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가족들은 (그에 대한) 답을 들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터너 특사] “Mrs. Kim is not alone. Hundreds of thousands of people around the world – ROK abductees, Japanese abductees, abductees from other nations, wartime abductees, detainees, unrepatriated POWs, wartime divided families, and refugees -- are separated from their loved ones by the repressive policies of the DPRK. Their family members deserve answers.”
터너 특사는 “미국은 납북자, 억류자, 미송환 국군포로 관련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들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재회하고, 아무런 제약 없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터너 특사] “The United States supports the immediate resolution of issues involving abductees, detainees, and unrepatriated POWs. We urge the DPRK to allow these individuals to be reunited with their loved ones and return home without restrictions.”
6∙25 전쟁 중 납북된 민간인은 약 10만 명, 돌아오지 못한 국군포로는 약 500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6∙25 전쟁 후 516명이 납북됐으며, 2000년 이후 9명만이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귀환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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