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최근 뉴스에 비슷비슷한 이름의 국제 사법기구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 하는 일은 다 다르고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주요 국제 재판소의 역할과 특징, 논란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세계의 법원, 국제사법재판소(ICJ)”
세계의 법원으로 불리기도 하는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는 영어 앞 글자를 따서 흔히 ICJ라고도 합니다. 1945년 유엔 헌장에 근거해 설립된 유엔의 사법 기관인데요. 그에 따라 유엔 회원국은 모두 자동으로 ICJ 회원국이 됩니다.
2024년 기준, 유엔 회원국은 193개국인데요. 이들 회원국은 ICJ에 분쟁을 제소할 수 있는 당연 권리를 갖고요. ICJ의 판결을 이행할 의무가 있습니다. 유엔 회원국이 아닌 경우에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권고를 거쳐 총회 결정으로 당사국이 될 수 있습니다.
ICJ는 개인 소송은 일절 다루지 않고 오로지 국가 간 분쟁만 다룹니다.
여러 국제 주요 기구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평화궁에 ICJ의 상설 법정이 있습니다.
“ICJ 판사들”
ICJ 는 재판소장을 포함해 15명의 판사로 구성됩니다. ICJ 규정에 따르면 ICJ 판사는 각국에서 최고 법관으로 임명되는 데 필요한 자격을 갖추거나 국제법에 정통한 덕망 높은 법률가여야 합니다.
ICJ 판사는 유엔 총회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데요. 임기는 9년으로 연임도 가능합니다.
15명 판사의 임기가 동일한 게 아니고요. 3년에 한 번씩 5명의 판사를 새로 선출해 채우는 방식으로 재판부가 운영됩니다. 단, 같은 국가 출신 판사가 동시에 2명 있는 것은 안 됩니다.
현재 재판소장은 레바논 국적 나와프 살람, 부소장은 우간다 국적 줄리아 세부틴데 판사고요. 소장과 부소장 임기는 3년입니다.
1945년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독일, 일본, 필리핀, 스리랑카, 소말리아, 멕시코 등 여러 나라가 ICJ 판사를 배출했는데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ICJ 판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ICJ의 구속력과 한계”
ICJ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을 갖습니다. 하지만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게 맹점입니다. 한 가지 방법으로 만약 한 쪽 당사국이 재판 결과를 이행하지 않으면, 다른 쪽 당사국이 유엔 안보리에 이를 제소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운데 어느 한 나라라도 의견이 맞지 않으면 어떤 조처도 내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ICJ 결정입니다.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인도적 이유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라파 공격 중단을 명령해달라고 ICJ에 요청했는데요. ICJ는 5월 24일, 라파 공격 즉각 중단을 명령했지만, 이스라엘은 바로 다음 날에도 라파에 대한 공습을 전개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유엔 회원국인 만큼 유엔 최고 법원인 ICJ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라파에 대한 군사 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Crime: ICC)는 집단학살죄, 전쟁범죄, 반인도적인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형사 처벌하기 위해 설치된 국제 법원입니다.
ICC는 ICJ와 달리 전적으로 독립된 주체로, 유엔에 속해 있지 않고요.1998년 채택된 ‘ICC에 관한 로마 규정”이라는 조약에 근거해 2002년에 출범한 상설 형사재판소입니다.
ICC가 출범하기 전에도, 유고슬라비아 전쟁에서 벌어진 반인도적 범죄를 다루기 위해 설치된 국제형사재판소라든지 르완대 집단학살에 관한 국제형사재판소 등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형사재판소들은 모두 한시적 법원으로, 해당 심리가 끝난 후 해체됐고요. 국제 사회에서 상설 재판소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치된 게 바로 ICC입니다.
“ICC 재판부”
ICC 재판부는 18인의 판사로 이뤄져 있는데요. 각국 최고 법원 판사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형사 재판 등의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이 후보 자격이 있습니다. 판사 선출은 당사국 총회에서 비밀 투표로 진행되고요. ICC 판사 임기도 9년인데요. ICJ와는 달리 연임할 수 없습니다.
재판소장은 판사들의 투표로 선출됩니다. 3년 임기로 한 번 재선될 수 있는데요. 한국 출신 소장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역임한 송상현 소장이 있습니다.
“ICC의 관할권과 한계”
ICC의 관할권은 ICC 당사국 영토 안에서 범죄가 발생하거나, 피의자가 당사국 국적자인 경우 적용됩니다. 만일 관련국이 ICC 당사국이 아닌 경우에는 유엔안보리가 해당국의 상황을 ICC에 회부해 조사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ICC가 출범한 이후, 즉 2002년 7월 1일 이후에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만 관할권이 있습니다.
2024년 현재 로마 조약에 서명한 당사국은 124개국인데요. 하지만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이스라엘 등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여러 나라를 비롯해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 약 3분의 1 국가가 참여하지 않고 있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그리고 하마스 지도자 3인에 체포 영장을 신청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ICC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이스라엘 정부 입장입니다. 반면 ICC는 팔레스타인이 로마 조약을 비준했고, 현재 팔레스타인 영토 안에서 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ICC의 관할권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한 사례도 러시아가 ICC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인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이 경우, 푸틴 대통령이 ICC 당사국을 방문할 경우 해당국은 푸틴 대통령을 체포해 재판소에 넘길 의무가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ICC 가입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지난해 8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을 초청해 이목이 쏠렸는데요. 결국 푸틴 대통령은 화상으로 참석하면서 논란을 피했습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16일과 17일, 역시 ICC 비가입국인 중국을 보란 듯이 방문했습니다.
“상설중재재판소(PCA)”
상설중재재판소(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는 국제 주요 사법 기구들 가운데서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법정입니다. 1899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1회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이 국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상설기구를 설치하자고 합의해서 탄생한 게 바로 상설중재재판소인데요.PCA 설립의 근거가 되는 조약에 동의한 나라는 2024년 현재 122개국입니다.
상설중재재판소는 네덜란드 헤이그 평화궁에 있는데요. 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재판소와는 사뭇 형태가 다릅니다. ICJ처럼 고정된 재판부가 있는 게 아니라, 판사 명단만 존재하고 있다가 소송이 제기되면 그때그때 재판부가 꾸려지고요. 이때 분쟁 당사자는 해당 명단에서 직접 판사를 지명할 수 있습니다.
ICJ가 국가 간 분쟁만, ICC가 전쟁범죄 등 반인도적 범죄 관련 개인과 국가를 다루는 반면, PCA의 재판 범위는 영토 분쟁, 해양 경계선 분쟁으로부터 인권 문제, 국가와 투자자 간 무역 투자 관련 분쟁까지 매우 폭넓습니다.
PCA 재판은 1심으로 끝나고요. ICJ 판결처럼 구속력이 있는데요. 하지만 ICJ는 그래도 판결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유엔안보리에 제소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 반면, PCA는 이런 장치가 따로 없어, 당사국의 이행 의지가 중요합니다.
일례로 지난 2016년 PCA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중국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며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하지만 중국은 PCA 결정을 따르지 않고 여전히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장하며 주변국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재선에 성공한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입니다.
지난 5월 26일 리투아니아에서 실시된 대통령 결선 투표에서 기타나스 나우세다 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약 75%에 달하는 득표율로 약 24%를 얻은 잉그리다 시모니테 총리에게 압승을 거뒀습니다.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주변국, 특히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의 발트 3국에서 안보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데요. 나우세다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친서방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나우세다 대통령의 압승은 리투아니아 국민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1964년생으로 60살입니다. 발트해 연안 항구 도시 클라이페다에서 태어나,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로 이주해 그곳에서 성장했습니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경제학자이자 금융인 출신입니다.
빌뉴스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요. 학창 시절 공산당에 가입했습니다. 독일 만하임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요. 이후 리투아니아 금융, 경제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정계에 발을 디딘 건 2004년 대선 때인데요. 당시 발다스 아담쿠스 후보의 선거 운동에 참여해 승리를 도왔습니다.
그리고 2019년 리투아니아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데요. 이때도 결선 투표에서 잉그리다 시모니테 후보와 맞붙어 승리했었습니다. 재임에 성공한 나우세다 대통령의 공식 취임식은 7월로 예정돼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번 시간에는 국제 주요 법원들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소개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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