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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유조선 ‘천마산호’ 러시아 근해서 포착...러시아 유류 선적 여부 주목


6일 선박의 위치 정보 웹 서비스 업체인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이 공개한 천마산호의 행적. (화면출처: MarineTraffic)
6일 선박의 위치 정보 웹 서비스 업체인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이 공개한 천마산호의 행적. (화면출처: MarineTraffic)

한반도 동해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 자취를 감췄던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가 러시아 인근 해역에서 발견됐습니다. 북러 간 유류 거래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 제재 선박인 천마산호가 러시아로 향한 이유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재 유조선 ‘천마산호’ 러시아 근해서 포착...러시아 유류 선적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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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인근 바다에서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의 위치 신호가 포착됐습니다.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천마산호는 6일 오전 12시 32분경 러시아 나홋카항에서 남서쪽 약 72k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습니다. 이어 곧바로 위치 신호를 끈 듯 지도에서 사라졌습니다.

천마산호는 위치 신호가 끊기기 전까지 뱃머리를 동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천마산호의 목적지가 이 지점에서 서쪽에 위치한 북한 항구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VOA는 천마산호가 지난달 23일 중국 상하이 앞바다에서 북동쪽으로 약 110km 떨어진 지점에서 동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가 북한 서해에서 남하한 뒤 동쪽 방향으로 항해 중인 것이 포착됐다. 자료=MarineTraffic
지난달 23일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가 북한 서해에서 남하한 뒤 동쪽 방향으로 항해 중인 것이 포착됐다. 자료=MarineTraffic

이후 천마산호는 제주도 남쪽 해상을 지나 대한해협 방향으로 이동하며 위치 신호를 껐는데, 이에 따라 천마산호의 최종 목적지가 북한 동해의 한 항구 혹은 러시아 극동지역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천마산호가 러시아 근해에서 포착된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8년 3월 불법 선박 간 환적에 연루된 천마산호 등 선박 27척을 제재한 바 있습니다.

특히 천마산호를 포함한 13척에는 자산 동결과 입항 금지 조치를 모두 취해야 한다는 문구가 붙어, 단일 조치가 명령된 다른 선박보다 제재 수위가 높았습니다.

따라서 사실상 공해상 운항이 금지된 천마산호가 어떤 이유에서 모항인 남포에서 약 2천km, 가장 가까운 항구인 라진항을 기준으로 약 170km나 떨어진 해당 지점에서 발견됐는지 의문입니다.

다만 천마산호의 발견 지점이 러시아 근해라는 점으로 볼 때 러시아 수역으로 향하는 중이거나 러시아 항구에서 빠져나와 다음 목적지로 이동 중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천마산호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불법 유류 거래에 동원됐었습니다.

일본 해상자위대 P-3C 초계기가 촬영한 북한 유조선 '천마산 호'. 일본 방위성 제공 사진.
일본 해상자위대 P-3C 초계기가 촬영한 북한 유조선 '천마산 호'. 일본 방위성 제공 사진.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은 올해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 유조선이 계속해서 정제유를 밀수하고 있다”면서 천마산호에 대해선 “2023년에 4차례에 걸쳐 남포항으로 석유 화물을 운송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를 인용해 최근 최소 5척의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에서 유류 제품을 선적했다고 보도했는데, 여기에는 천마산호와 같은 시기에 제재된 안산1호도 포함돼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유엔의 제재 대상 선박의 입항을 막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최근 미국 정부도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유류 거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달 2일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올해 북한에 제공한 정제유 양이 이미 유엔 안보리가 정한 한도를 넘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 3월에만 러시아가 북한에 16만 5천 배럴이 넘는 정제유를 보냈다”며 “러시아와 북한의 상업 항구가 가깝다는 점을 감안할 때 러시아는 이런 수송을 무한정 지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및 정제유 이전을 가능하게 하는 이들에 대한 제재를 계속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밀러 대변인] “I will just say that the United States will continue to impose sanctions against those working to facilitate arms and refined petroleum transfers between Russia and the DPRK. We are currently working with our partners, including Australia, the European Union, Japan, New Zealand,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Kingdom to announce new coordinated sanctions designations this month.”

그러면서 “새로운 공동 제재를 발표하기 위해 호주, 유럽연합, 일본, 한국, 영국 등을 포함한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두 나라의 거래가 합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유엔주재 러시아 차석대사.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유엔주재 러시아 차석대사.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유엔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지난달 31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은 전적으로 건설적이고 합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에브스티그니바 차석대사 (영어통역)] “I would like to begin by reiterating a few statements from my earlier statement, namely that the cooperation between Russia and the DPRK is exclusively constructive and lawful in nature. It does not threaten anyone or violate anyone, and it will continue.”

이어 “(북러 협력은) 어느 누구를 위협하거나, 어떤 것도 위반하지 않는다”며 “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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