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남북한 ‘풍선 갈등’ 확전 회피 움직임…한국, 북한 추가 도발 여부 주시


11일 북한 확성기로 추정되는 시설이 남북간 비무장지대(DMZ) 인근 강화도에서 바라본 북한 언덕 꼭대기에 보인다.
11일 북한 확성기로 추정되는 시설이 남북간 비무장지대(DMZ) 인근 강화도에서 바라본 북한 언덕 꼭대기에 보인다.

대북 전단과 대남 오물 풍선 살포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남북한은 확전을 피하기 위해 상황을 관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멈추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한 ‘풍선 갈등’ 확전 회피 움직임…한국, 북한 추가 도발 여부 주시
please wait

No media source currently available

0:00 0:06:38 0:00

대북 전단에 반발하며 4차례에 걸쳐 오물 풍선을 한국에 살포했던 북한이 한국 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이후 관망 모드로 들어간 모양새입니다.

북한은 지난 9일 한국 군의 접경지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직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한국이 삐라 살포와 확성기 방송을 병행한다면 ‘새로운 대응’을 하겠다고 위협한 뒤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한국과 심리전을 넘어 물리적 충돌 등으로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9일 담화가 지난 2020년 6월 대북 전단 살포에 대응해 발표했던 담화와 비교했을 때 특유의 거친 표현 없이 비교적 절제된 내용을 담았다는 평가입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김 부부장은 9일 담화에서 한국의 추가 행동을 조건부로 ‘새로운 대응’을 언급했고, 자신들이 보낸 오물 풍선에는 빈 휴지장만 들어있고 정치적 선동 내용은 없다는 해명성 주장을 담았습니다.

김 부부장은 반면 2020년 6월 당시엔 한국 측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광대 놀음”이라고 비판하며 남북연락사무소 폐쇄와 9.19군사합의 파기 등을 거론하며 “최악의 국면”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었습니다.

이 담화는 결국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건물 폭파로 이어졌습니다.

2020년 6월 북한이 관영매체 조선중앙TV를 통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장면을 공개했다. (화면출처: 조선중앙TV)
2020년 6월 북한이 관영매체 조선중앙TV를 통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장면을 공개했다. (화면출처: 조선중앙TV)

또 4년 전엔 북한이 김 부부장 담화를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하며 대북 전단에 대한 적개심과 규탄 여론을 조성했지만 이번엔 지난달 29일과 지난 9일 두 차례의 김 부부장 담화 모두 대내매체에선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갈등 확대를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한국 측의 대북 확성기 재개로, 심리전 차원에서 진행된 오물풍선 살포가 불리한 국면으로 빠질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김정은 정권이 확성기가 더 확대되고 전면으로 켜지는 것은 결코 바라지 않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일단 더 이상 자극하지 말아야겠다는 속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박용한 선임연구원도 한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본격 재개될 경우 북한으로선 득보다 실이 크다며, 그렇다고 이른바 회색지대 도발을 넘어 군사적 대응을 택하는 것도 한국 국민들의 반감을 자극하고 한국 정부의 강경 대응을 불러올 수 있어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남북간 비무장지대 남쪽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남북간 비무장지대 남쪽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녹취: 박용한 선임연구원] “한국 정부가 국내적으로 남남갈등에 빠진다든지 정책 약화를 노리는데 북한이 확실히 나쁜 사람이 된다, 그것은 한국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거죠. 그러면 본인들이 생각하는 전략목표가 달성이 안되는 거죠.”

북한이 체제 위협적인 심리전 수단으로 보는 대북 전단에 일단 예민하게 대응했지만 경제난을 타개하려는 정책에 집중하는데 한국과의 충돌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이와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임박한 징후들이 나오면서 남북 간 모종의 충돌이 북러 정상회담 분위기를 띄우는 데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방발전 20x10정책을 펴고 있고 농번기까지 겹쳐 군 병력을 건설과 농업 현장에 동원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또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임박했다면 자칫 대남 오물 풍선 살포가 푸틴의 방북을 희화화시키거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를 두고 한국과의 관계를 관리하고 있는 러시아 입장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그럴싸한 중견 핵 보유국가를 방문해서 그럴싸하게 자기가 뭔가 기술 지원도 하고 관계도 돈독하게 한다 이런 모양새가 포장돼야 하는데 풍선 날리고 있는 국가에 방문해서 거기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모습이 오버랩 되면 한국을 자극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거거든요.”

한국 군도 10일 이후엔 대북 확성기를 가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대북 확성기 운용과 관련해 전략적, 작전적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이 추가 도발하지 않는 이상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자료사진)
한국 합동참모본부 (자료사진)

합참은 앞서 9일 대북 확성기 가동 사실을 공개하면서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추가 실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내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가 이어질 경우 남북 간 갈등은 또 다시 표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조만간 대북 전단 단체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북 전단 단체들과 주로 전화로 상황을 공유했으나 이번에는 보다 긴밀한 소통을 위해 대면 모임을 가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간담회 의제와 관련해 이 당국자는 “대북 전단에 관한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이번 간담회에서 살포 자제 요청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존중해 접근하고 있다”며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9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 북한이 추가로 날려보낸 오물 풍선에서 나온 쓰레기가 바닥에 널려있다.
9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 북한이 추가로 날려보낸 오물 풍선에서 나온 쓰레기가 바닥에 널려있다.

하지만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차원이라면 굳이 간담회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고려하면서 활동해달라는 취지로 우회적으로 자제를 요청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정부도 북한과의 충돌을 막기 위한 관리 모드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그러나 그동안 공개적으로 대북 전단을 살포해 온 일부 민간단체는 여전히 전단 살포를 계속하려는 입장이라고 전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대응을 안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대응을 해야 되고 그러면 북한 역시 원치 않더라도 또 대응할 가능성이 있거든요. 따라서 이 상황에선 상황을 관리하는 차원에선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전단 살포나 민주화 운동은 하되 갈등을 유발하는 접경 지역에서의 공개적인 전단 살포는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어요.”

일부 단체는 접경지 주민 불안 등을 고려해 대북 전단 살포 계획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날린 뒤에도 이를 비공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Forum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