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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들 “대북전단, 북한 오물풍선과 달라…주민 변화에 큰 영향”


지난 2017년 3월 천안함 피격 6주기를 맞아 탈북자들이 날린 풍선 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난하는 전단지들이 보인다.
지난 2017년 3월 천안함 피격 6주기를 맞아 탈북자들이 날린 풍선 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난하는 전단지들이 보인다.

탈북민들은 북한 정권이 한국에 보내는 오물 풍선과 대북 전단을 똑같이 취급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북전단 물품은 외부 정보를 제공하고 실생활에 도움이 돼 주민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민들 “대북전단, 북한 오물풍선과 달라…주민 변화에 큰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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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일가족 9명과 목선을 타고 서해를 통해 한국에 망명한 탈북민 김 모 씨는 27일 VOA에 최근 한국 내 일각에서 북한이 보내는 오물 풍선과 한국의 대북 전단·물품을 동일시하는 분위기에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남북 접경지대에서 가까운 황해남도 강령 근처에 거주했던 김 씨는 북한에서 대북 전단과 물품, 방송을 자주 접했다면서 대북 전단을 비롯한 외부 정보와 물품이 세상을 이해하고 탈북까지 결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 씨] “(대북 전단과 물품을) 쓰레기에 비유할 수 없죠.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죠. 실질적으로 어려운 주민에게 그것은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됐고 정보를 얻어서 탈북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김 씨는 “북한 주민들은 한국의 상황 등에 대해 훤하다”면서 전단과 USB(이동식 저장 장치)를 보내는 한국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내 탈북민 단체와 기독교 단체 등 여러 민간 단체들은 대형 풍선을 통해 각종 정보가 담긴 전단과 USB를 비롯해 음식, 성경, 달러 지폐 등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24일 한국 경기도 아파트 상가 인근에 떨어진 북한의 오물 풍선. 쓰레기로 보이는 내용물들이 보인다.
24일 한국 경기도 아파트 상가 인근에 떨어진 북한의 오물 풍선. 쓰레기로 보이는 내용물들이 보인다.

북한 정권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한 달째 한국에 오물 풍선을 계속 살포하고 있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앞서 지난 21일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대북 전단과 물품을 “더러운 휴지장과 물건짝”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또한 이를 보내는 탈북민 단체를 “쓰레기들”이라고 칭하면서 “그 쓰레기들이 자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내 일각에서도 대북 전단 등이 대남 오물처럼 “백해무익”하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국회의 한 야당 의원은 최근 한국이 북한으로 보내는 풍선은 인도적 행위이고 북한이 보내는 풍선은 치졸하고 저급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중잣대’라면서, “북한에도 대북 풍선에 안전 문제가 걸려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탈북민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황해남도 배천군에서 살다가 지난 2014년 서해를 통해 망명한 한설송 씨입니다.

[녹취: 한설송 씨] “본인이 직접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해 추측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그 전단을 경험했던 탈북민들은 전단 자체가 그 사회에 거의 광명과도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경험을 다 말하고 있고 저도 그때 전단을 봤을 때 정말 큰 충격이었고 생각이 많이 바뀐 계기가 됐어요. 쓰레기일 수가 없죠. 북한에서는 꽤 가치 있는 물건들이거든요”

북한 4·25체육단 복싱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 한 씨는 김 씨 일가에 대한 세뇌 교육을 받아왔던 자신에게 대북 전단의 정보는 그 같은 교육이 잘못된 것임을 알려줬다면서, 대북 전단은 ‘충격이자 희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1년 군 복무 중 서해를 통해 망명한 정우혁(가명) 씨도 대북 전단이나 물품이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한국인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우혁 씨] “엄청 영향이 커요. 제가 군대 말년 마지막 해에 여기에 왔거든요. 근데 우리 입대할 때 했던 생각과 지금 들어오는 아이들, 그러니까 14년 전 금방 입대하던 아이들은 생각이 완전 다르더라고요. 지금은 북한 사람들도 깨어서 북한이 못 살고 독재 국가이고 이것을 다 알아요. 삐라를 보내면 그 지식이 더 커지는 거죠. 또 돈을 보내면 도움도 되고요.”

지난 2011년 황해남도 해주에 살다가 일가족과 함께 목선을 타고 한국에 망명한 김영철 씨는 대북 전단에 담긴 물품들은 직접 사용하거나 팔 수도 있어 생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영철 씨] “북한에서는 오물이 아니고 보물이라고 그러거든요. 한국에서 오는 보물. 북한 주민들은 오물이라고 절대 안 합니다. 우리(한국인들이)가 오물이라고 그러지 거긴 보물이라고 하거든요. 아 그거 브래지어, 스타킹, 양말 같은 것 하나만 주워 봐요. 그거 대를 이어 신을 건데. 그거 북한에 없거든요.”

탈북민들은 북한 당국이 한국의 대북 전단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그만큼 북한 주민들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오물이 담긴 풍선을 보내 대응하는 것은 한국 국민에 영향을 미칠만한 우수한 물품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이 이제 남북한의 실상을 어느 정도 아는 만큼 대북 전단에 담기는 정보 내용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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